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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은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가 - 복종 본능에서 깨어나 주체성을 회복하는 행동과학
수니타 사 지음, 이윤정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6년 5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순응하고 복종하는 것만이 사회생활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 이 책을 만났습니다. 저자 수니타 사는 책의 서두에서 불편한 사실 하나를 던집니다. 인간은 저항하도록 태어난 게 아니라, 순응하도록 설계된 존재라는 것입니다. 밀그램의 전기충격 실험이 그 증거라고 이야기합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권위 있는 지시자의 명령 한마디에 타인에게 고통을 가하는 버튼을 누릅니다. 그들이 악인이어서가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챌린저호 폭발 사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엔지니어들은 발사 전날 밤 이미 위험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직의 압력 앞에서 목소리를 삼켰고, 그 침묵은 일곱 명의 목숨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책을 잠시 덮어야 했습니다. 회의실에서 침묵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였기 때문입니다. 복종은 에너지가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항은 다릅니다. 저자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저항은 의식적인 선택이며, 그 선택이야말로 인간다움의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책에서 가장 오래 머문 문장이 있습니다. "저항은 세상을 바꾸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을 변화시킨다." 로자 파크스가 버스 앞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을 때, 그 행동 하나가 민권운동의 물꼬를 텄습니다. 하지만 저자의 시선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순간 파크스 자신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돌이킬 수 없이 바뀌었다는 데 주목합니다. 저항은 외부 세계를 흔들기 이전에, 그 사람의 내면을 재건합니다.
저는 투자를 공부하면서 비슷한 감각을 배웠습니다. 시장의 공포와 탐욕에 맞서는 것, 군중의 흐름을 거슬러 저평가된 자산을 사는 것. 그것 역시 작은 저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행위가 반복할수록, 판단하는 사람 자신이 달라집니다.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내가 먼저 바뀌는 것이죠.
저자가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하는 것은 내면의 두려움입니다. 우리가 침묵하는 이유는 권력이 무서워서만이 아닙니다. 더 깊은 곳에는 *'어차피 바뀌지 않는다'*는 체념, *'나 혼자 뭘 할 수 있겠어'*라는 무기력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 무기력은 학습된 것이라고 하죠. 반복적으로 목소리를 냈다가 무시당한 경험, 저항했다가 소외된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 내면의 검열관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저자는 이것을 '내면화된 복종'이라 부릅니다. 진정한 저항은 바로 이 내면의 검열관과 싸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합니다.
저자는 서구 민주주의 사회조차 여전히 인종차별, 성차별, 이민자 혐오가 구조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자유로운 사회에 산다고 저항이 필요 없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합니다. 오히려 민주주의는 저항하지 않을 때 가장 빠르게 무너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유를 당연하게 여기는 순간, 그 자유는 서서히 침식된다구요.
저항은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의실에서 한 문장을 말하는 것, 불합리한 관행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젓는 것. 그 작은 선택들이 모여 결국 제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조금씩 바꾸어 가는 것이겠지요.
천사 전우치 : 저항을 거창한 혁명이 아닌 일상의 선택으로 재정의한 시각이 신선함.
악마 전우치 : 책의 메시지는 강렬하지만, 저항이 초래하는 현실적 대가에 대한 논의는 다소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