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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워
폴라 호킨스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폴라 호킨스의 <블루 아워>는 예술과 인간 심리, 기억의 왜곡과 진실의 탐색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심리적 미로를 탐험하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그녀의 대표작 『걸 온 더 트레인』에서 보여준 ‘믿을 수 없는 화자’와 느리지만 강렬한 서사 전개는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했습니다. 더욱 정교하고 깊이 있는 방식으로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이야기의 무대는 스코틀랜드 외딴 섬 ‘에리스’. 썰물 때만 육지와 연결되는 이 섬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고립감과 심리적 단절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이곳에서 은둔 예술가 바네사 채프먼은 생을 마감했고, 그녀의 작품은 테이트모던에 기증됩니다. 그런데 전시된 작품 중 하나에 인간의 뼈가 포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은 예술의 영역을 넘어 범죄와 진실의 탐색으로 확장됩니다.
큐레이터 제임스 베커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에리스 섬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바네사의 친구이자 보호자였던 그레이스 해스웰과 마주합니다. 이야기는 현재의 수사와 과거의 회상, 바네사의 일기, 그리고 각 인물의 시점을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이 다층적 구조는 저에게 단순한 사건 해결 이상의 몰입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기억과 진실 사이의 간극을 끊임없이 되묻는 듯했습니다..
폴라 호킨스는 예술을 단순한 배경으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바네사의 작품은 그녀의 내면과 과거, 그리고 관계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매개체입니다. 인간의 뼈라는 소재는 단순한 충격 요소가 아니라, 예술과 윤리, 진실과 은폐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등장인물 역시 매우 입체적입니다. 그레이스는 처음에는 단순한 은둔자로 보이지만, 점차 외로움과 불안, 회피의 심리를 드러내며 복합적인 존재로 변해갑니다. 제임스 역시 단순한 수사자가 아니라, 자신의 판단과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바네사는 부재 속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남기며, 이야기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깁니다.
서사 전개는 빠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느림은 오히려 긴장감을 축적하고, 독자가 스스로 의심하고 추리하게 만드는 힘이 됩니다. 호킨스는 독자에게 단서를 던지되, 해석은 맡겨 둡니다.
이 책은 고립된 섬이라는 공간, 인간의 뼈라는 소재, 다층적 시점 전개를 통해 긴장감과 심리적 깊이를 더해 주었습니다. 결말에 도달했을 때 남는 것은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잊고 싶은가”라는 철학적 질문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천사 전우치 : 예술과 기억, 그리고 고립의 심리적 미로를 탐험한 기분.
악마 전우치 : 이런 소설은 읽고 나면 뭔가 좀 헛헛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