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없는 세계 - 21세기 지정학으로 본 화폐 경제
이하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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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은 2019년 나온 초판을 저자가 2026년 11월 2일 개정판으로 다시 펴낸 것입니다. 저자는 대우증권, 삼성생명, 삼성자산운용, 롯데손해보험을 거쳐 현재 NH투자증권에서 일하는 투자 실무자였습니다. 기업의 자금조달을 돕는 IB와 거대한 자산을 직접 굴리는 운용 업무를 모두 경험했다고 합니다. 이번 개정판에는 27년간의 변화와 2019년의 예상에 대한 평가가 더해졌다고 해서 더 기대가 되었습니다. 같은 저자의 후속작 <달러 없는 미래>가 먼저 나온 뒤에 재출간된 전작이라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경제 뉴스를 볼 때 금리가 올랐다, 환율이 떨어졌다 같은 개별 사건으로만 받아들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브레튼우즈 체제에서 출발해 마셜플랜과 재군비, 금태환 중단(닉슨 쇼크),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볼커의 긴축, 천안문 사태 이후 미국과 중국이 맞물린 '차이메리카', 금융위기, 그리고 달러 결제망을 이용한 제재까지 한 줄로 꿰어 보여 주었습니다. 달러의 유동성이 군사와 지정학과 함께 움직여 왔다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니, 흩어져 있던 사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장 큰 수확이라고 하면 "돈을 따라다니지 말고 돈이 모이는 길목에서 기다리라"는 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자산이 오를지 맞히려 애쓰기보다 유동성이 어디로 흐를 수밖에 없는지를 먼저 보라는 이야기는, 매일 쏟아지는 시황 뉴스에 지친 저에게 기준을 하나 세워 주었습니다. 또한, 이 책을 제목만 보고 달러 붕괴를 예언하는 책으로 오해했었는데, 자극적인 위기론이 아니라 차분한 구조 설명을 하는 책이었습니다.

초판과 개정판의 시차를 두고 읽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2019년의 시선으로 쓰인 전망이 이후 세계에서 어떻게 평가되는지를 저자가 가감없이 이야기해주어 오히려 신뢰가 되었습니다. 개념과 사건의 밀도가 높아 속독용 책은 아니었습니다. 트리핀 딜레마, 신용화폐, 페트로달러 같은 용어가 나오기 때문에 경제 입문서를 기대하는 분께는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뉴스를 봐도 사건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잘 모르겠다는 직장인, 자신만의 투자 관점을 세우고 싶은 개인투자자, 국제정치와 경제사를 함께 보고 싶은 분께 일독을 권합니다. "돈은 왜 거기로 흐르는가"를 묻게 만드는 책이라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습니다. 저는 얼른 <달러 없는 미래>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천사 전우치 : 달러 패권을 군사·지정학과 엮어 브레튼우즈부터 현재까지 하나의 서사로 읽게 해줌.

악마 전우치 : 개념과 사건의 밀도가 높아 속독하기 어렵고, 경제 입문자에게는 다소 무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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