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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필사책 - 흔들리는 삶의 지침이 되어 줄 다산의 문장들
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역 / 유노북스 / 2026년 9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이 책의 구성은 단순했습니다. 편역자가 <여유당전서>를 비롯한 다산의 방대한 저술에서 마음에 새길 만한 74구절을 골라 엮었습니다. 본문은 마음, 태도, 관계, 배움, 책임, 삶의 여섯 주제로 나뉘고, 저희 같은 독자들은 구절을 읽은 뒤 옆면의 필사 공간에 직접 옮겨 적으면 되죠. 다산이 유배지에서 18년 동안 붓을 놓지 않았다는 이력이 이 기획의 배경에 깔려 있는데, 오래 쓰는 사람의 문장을 오래 쓰며 따라간다는 발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필사책이 마음에 든 이유는 편역자에게 있습니다. 박석무 편역자는 1973년 유신반대 유인물 사건으로 1년간 옥살이를 하면서 다산의 저술을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1979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를 냈습니다. 다산 읽기로는 반세기 가까이 된 사람이죠. 게다가 이번 책에서는 수십 년 전 자신이 번역했던 문장을 새롭게 다듬었다고 합니다. 필사책에서는 번역문의 결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눈으로 훑을 때는 넘어갈 어색한 문장도 손으로 옮기면 걸리기 마련이고, 리듬이 맞지 않는 글은 세 줄만 써도 지치고 말죠. 그런 점에서 오랫동안 다산 문장을 만져온 사람의 손을 거쳤다는 것은 매우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기획의 핵심은 다산 독서법의 핵인 초서(抄書)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초서의 핵심은 베껴 쓰는 손보다 무엇을 뽑을지 고르는 눈에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미 그 선별을 편역자가 미리 해 두었으니 저에게 남는 일은 옮겨 적는 것뿐이었습니다. 물론 편하긴 하지만, 다산식 공부를 그대로 체험한다고 말하기는 조금은 민망하다고 할까요. 다산의 그 많은 책들 다 읽을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또 하나 걸리는 점은 분량입니다. 74구절로는 다산 사상의 전체 윤곽을 잡기 어렵고, 원문에서 떨어져 나온 문장은 자칫 잠언처럼만 읽힐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산의 글은 편지든 논설이든 쓰인 상황이 분명한 경우가 많기에, 74절 중 정말 마음에 드는 문장들은 그 글의 앞뒤를 찾아 읽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단점을 차지하더라도 다산의 문장들을 필사하니 참 마음이 맑아지고 정신이 또렷해 지는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하루 한 구절씩 앞으로 두달 동안 계속 해나가야겠습니다. 저와 동참하실 분들은 얼른 이 책을 함께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사 전우치 : 다산 연구의 권위자가 새로 다듬은 번역문으로 필사할 수 있고, 여섯 주제로 나뉜 구성 덕에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음.
악마 전우치 : 구절 선별이 이미 끝나 있어 초서의 핵심인 고르는 과정은 빠져 있고, 74구절이라 다산의 전체상을 보기에는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