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마키아벨리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어나니머스 옮김 / RISE(떠오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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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저는 선하고 정직한 리더가 항상 성공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으로 압니다. 좋은 의도를 가진 사람이 무너지고, 냉정하고 전략적인 사람이 오래 살아남는 장면들을 많이 봐오죠. 몇 해전 <유퀴즈 온더 블럭>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하단 동영상 참고) 

권오철 씨는 "토요일에도 일한다. 매주 금요일 저녁 6시에 회의를 하던 회사가 있었다"라며 "그게 보통 새벽 2, 3시쯤 끝난다. 근데 그 회의의 결론이 뭐냐면 '월요일까지 보고서 올려놔'다"라고 말했다. 이를 듣던 유재석은 "진짜 짜증 제대로다"라며 분노했다. 이어 유재석은 "그 부서장은 뭐 하시는 분이냐. 승승장구하셨냐"고 물었고, 권오철 씨가 "그렇다"고 답하자 극대노해 큐시트를 바닥에 집어 던지는 모습을 보여 폭소를 안겼다.

저런 부서장이 승승장구하지 않고 도태되면 좋을텐데요...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작동하는 권력의 논리를 냉철하게 해부해서 보여주는 책이었습니다. 마키아벨리가 500년이 지난 지금도 읽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가 권력을 있어야 하는 모습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방식으로 설명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군주는 도덕적이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으로 보여야 할 때와 냉정하게 행동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처음엔 냉소적으로 들렸습니다. 그런데 읽다 보니 이것이 오히려 더 정직한 관찰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자비로운 척하면서 실제로는 냉혹하게 권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역사에 가득하고, 이상을 추구하다 무너진 선한 지도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그 패턴을 분석하고 들려줍니다.

이 책의 또 다른 핵심은 인간 본성에 대한 냉정한 전제입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기 때문에, 사랑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권력 유지에 더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죠. 처음엔 불편하게 들리는 이 주장이, 역사적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니 그냥 단순한 냉소가 아니라 인간 집단의 작동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관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정치 현실에서 나온 이 통찰이, 오늘날 정치뿐 아니라 기업 경영과 조직 운영에서도 여전히 인용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500년이 지나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죠. 그러고 보니 1만년 전의 인간이나 지금의 인간이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하는데요. 500년이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대목은, 지도자가 때로는 잔혹함을 선택해야 한다는 부분이었습니다. 이것이 폭력의 옹호가 아니라, 더 큰 안정과 질서를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는 마키아벨리의 시각이 무서우면서도 현실적이었습니다. 그 논리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은 저로 하여금 권력과 도덕의 관계에 대해 쉽게 넘어가지 않고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조만간 김영사에서 <군주론>을 반박하는 책이 나온다고 하는데 그 책과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천사 전우치 : 500년이 지난 지금도 정치·경영·리더십 현장에서 유효한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게 하는 고전의 힘.

악마 전우치 : 마키아벨리의 주장이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상대적으로 얇게 다지기에 경계 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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