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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 중국 첨단 지능화의 허와 실, 그리고 한국의 대응 전략
권석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6년 4월
평점 :
<버핏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석준의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을 읽은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듯 중국의 반도체 산업의 현황을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는 것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단순한 산업 목표가 아니라 국가의 생존 전략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중국제조 2025' 같은 프로젝트 이름은 익숙하게 들어봤지만, 그 안에 투입되는 자본과 인력의 규모, 그리고 그것이 작동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니 그 진지함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화웨이와 SMIC의 사례를 따라가는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제재를 받으면서도 다른 길을 찾아내려는 시도들, 그리고 그 시도가 부딪히는 현실적인 한계들 말이죠. 저자는 중국의 부상을 과장하지도, 가볍게 보지도 않았습니다. 막대한 자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첨단 기술의 격차가 단번에 좁혀지지는 않지만, 동시에 그 격차가 영원히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죠.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방식이 관세나 무역 협정이 아니라, 첨단 반도체 장비와 설계 기술이라는 것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새롭게 다가온 부분이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회로 설계 도구 하나, 노광 장비 하나가 외교 협상의 카드가 되고, 한 나라의 산업 전체를 멈출 수도 있는 무기가 되는 시대이죠.
이 지점에서 책은 한국의 자리를 비춥니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진 한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도 완전히 기울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다는 것. 이건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딜레마라는 걸, 저자는 차분하게 풀어냅니다. 읽으면서 한국 기업들의 이름이 등장할 때마다, 이게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야기라는 게 실감 났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미국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제한했다"는 기사 한 줄 안에 얼마나 많은 맥락이 압축되어 있는지가 보였습니다. 어떤 기업이, 어떤 기술 단계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지를 떠올리게 된달까요.
저자가 반도체를 '21세기의 석유'라고 부르는 것이 처음엔 비유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비유가 오히려 축소된 표현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석유는 채굴하면 되는 자원이지만, 반도체는 수십 년간 쌓인 기술과 인력, 신뢰의 결과물이니까요. 그래서 더 쉽게 흔들리지 않지만, 한 번 흔들리면 되돌리기도 훨씬 어렵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줍니다.
반도체 산업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천사 전우치 : 손톱 만한 칩안에 세계질서가 들어 있다.
악마 전우치 :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특성상, 책에 담긴 기업별 현황과 제재 상황은 출간 이후의 최신 동향과 함께 확인하며 읽는 것이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