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유냐 존재냐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2020년 2월
평점 :
저는 더 많이 가질수록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더 넓은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직위. 그런데 그것들을 다 가져본 분들은 이야기합니다. 어느 순간 그것들을 손에 쥐고 나서도 공허함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온다구요. 저는 아직 아무것도 쥐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 무튼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는 바로 그 공허함의 원인을 묻는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답이 생각보다 훨씬 근본적인 곳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롬이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현대인의 존재 방식을 두 가지로 나누는 것입니다. 소유 중심의 삶과 존재 중심의 삶이죠. 소유 중심의 삶은 재산, 권력, 지위 등 외적인 것을 쌓음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나는 가지고 있으므로 나는 존재한다. 이것이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에게 심어온 논리라고 프롬은 말합니다.
이 논리의 문제는 끝이 없다는 것입니다. 가진 것이 많아질수록 잃을 것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욕망도 강해집니다. 소유는 결코 충분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롬은 이것을 단순히 개인의 탐욕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시장 논리가 인간을 소유의 동물로 만드는 구조적 문제로 봅니다.
이 책의 핵심은 존재 중심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존재 중심의 삶은 모든 것을 버리고 은둔하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창조하고, 나누고,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죠. 소유가 아니라 활동과 관계와 경험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합니다.
마르크스, 불교, 기독교, 스피노자, 에크하르트 수사를 가로지르는 논의가 이 대목에서 풍부하게 펼쳐집니다. 동서양의 전통이 각기 다른 언어로 비슷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것이죠. 존재 중심의 삶이 특정 종교나 철학의 전유물이 아니라, 인간이 오랫동안 진정한 자유를 향해 발견해온 보편적 길이라는 것이죠.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추구하는 것들이 소유를 위한 것인지, 존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해봤습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것인지, 더 깊이 살려는 것인지 말이죠.
1970년대에 쓰인 책인데, 소셜미디어가 넘쳐나고 소비가 일상인 지금이 오히려 더 날카롭게 다가오는 듯합니다. 팔로워 수, 좋아요 숫자, 계정의 영향력. 이것들도 프롬이 말하는 소유의 새로운 형태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질적 성공에 지쳤거나, 많이 가졌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에게, 이 책은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던져줄 것입니다.
천사 전우치 :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읽어도 오히려 더 선명하게 현재를 설명하는 통찰을 담고 있음.
악마 전우치 : 존재 중심의 삶이 무엇인지를 철학적으로 설명하는 것에 비해, 지금 내 일상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