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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
팀 하포드 지음, 윤영삼 옮김 / 윌마 / 2026년 5월
평점 :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팀 하포드의 <인간은 인간답게 만드는 불완전함에 대하여>는 우리에게 익숙한 믿음 앞에 균열을 일으키는 책이었습니다. 완벽하게 짜인 시스템이 오히려 가장 작은 충격에 무너진다면, 우리는 지금까지 잘못된 것을 추구해온 게 아닐까.
이 책에서 가장 강렬하게 박힌 문장이 있습니다. "완벽한 질서가 완벽한 멸종을 부른다." 처음엔 다소 과격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풀어내는 사례들을 따라가다 보니, 이 문장이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정교한 관찰의 결과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에어프랑스 447편 추락 사고가 그 단적인 예였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이 거의 모든 것을 처리해주는 비행기 안에서, 정작 그 시스템이 작동을 멈춘 순간 조종사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인간의 대응 능력이 퇴화한다는 자동화의 역설. 이것은 비행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모든 것이 자동으로, 알고리즘으로, 효율적으로 처리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 사례는 서늘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즐겁게 읽은 부분은 MIT의 '빌딩 20' 이야기였습니다. 임시로 지어진 낡고 못생긴 이 건물은, 깔끔하게 설계된 다른 건물들보다 훨씬 더 많은 혁신적 연구를 탄생시켰습니다. 왜였을까요? 정해진 용도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공간을 바꾸고 벽을 트고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과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무질서가 오히려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키스 자렛의 즉흥 연주, 벤저민 프랭클린의 어지러운 서류들. 이 사례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통제되지 않은 환경이 오히려 창의성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팀워크에 대한 분석도 비슷한 결을 가집니다. 마찰 없이 편안한 팀은 안정적이지만 성과가 낮고, 의견이 충돌하고 불편한 팀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불편함이 결과적으로 더 나은 것을 만든다는 역설이, 책 전체를 관통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책상 위의 정리함을 다시 봤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조금은 느슨해졌습니다. 완벽하게 계획된 하루가 아니라, 약간의 여백과 우연이 끼어들 틈이 있는 하루가 오히려 더 나은 것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AI와 자동화가 점점 더 많은 영역을 대신하는 시대에,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불완전함을 견디는 능력, 혼돈 속에서 길을 찾는 능력. 그것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라는 것. 저처럼 완벽주의에 지쳐 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을 덮고 나서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입니다.
천사 전우치 : 완벽함이 아닌 불완전함이 만들어내는 창의성과 회복력을 풍부한 사례로 보여줌.
악마 전우치 : 그렇다면 일상에서 어디까지 불완전함을 허용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