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사회 - 증오는 어떻게 전염되고 확산되는가, 10주년 기념 개정판
카롤린 엠케 지음, 정지인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독일의 저널리스트이자 철학자인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혐오를 개인의 나쁜 감정으로 보는 시각을 걷어내는 것입니다. 혐오는 특정한 사람이 특별히 사악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합니다. 사회적 구조와 권력 관계 속에서 증폭되고 확산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혐오가 작동하는 방식을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특정 집단을 '우리'와 다른 '그들'로 규정하는 낙인, 그 집단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폭력을 정당화하는 비인간화, 그리고 방관과 무관심으로 혐오를 강화하는 침묵의 동조. 이 세 단계는 역사 속 극단적 사례에서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 내가 스크롤하며 지나친 댓글 창 안에서도, 다르지 않은 논리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제가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혐오하는 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을 필요로 한다는 분석이었습니다. 증오는 불안에서 비롯되지만, 그것이 폭력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자기 정당화의 언어가 필요합니다. 저 집단은 위험하다, 저들은 우리와 다르다, 저들은 그럴 만하다. 그 확신이 쌓일수록 양심의 브레이크는 약해지고 말죠.

읽으면서 자꾸 지금 이 시대의 풍경이 겹쳐 보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특정 집단을 향해 쏟아지는 말들, 정치 담론 속에서 누군가를 배제하는 언어들. 그것들이 단순한 의견 표현이 아니라, 저작k 말하는 혐오의 구조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는 사실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책의 마지막에서 저자가 건네는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무거웠습니다. 방관은 곧 동조라는 것. 혐오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 좋은 사람이기만 해서는 충분하지 않다고요. 혐오의 언어가 일상으로 스며드는 순간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얼마나 자주 침묵했는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어차피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쳤던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철학적이고 학술적인 서술이 많아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혐오를 마주하는 저의 태도를 돌아보게 해 주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혐오를 개인의 감정이 아닌 사회적 구조의 산물로 해부하며, 방관이 어떻게 혐오를 키우는지를 냉정하고 설득력 있게 보여줌.

악마 전우치 : 철학적 논의와 학술적 서술이 많아, 가볍게 시작했다가 어느 챕터에서 속도가 뚝 떨어지는 구간을 만날 수 있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