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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회계관리제도’ 미로 탈출기
임방진.김승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임방진, 김승수의 저자의 책을 처음 펼쳤을 때, 저는 솔직히 "왜 내가 이걸 읽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생산관리 담당자입니다. 매일 생산 스케줄을 짜고, 자재 입고를 확인하며, 현장 직원들과 소통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재무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 구축하는데 생산팀도 협조 좀 해주세요. 재고 관리 프로세스 문서화하고, 통제절차 만들어야 합니다."
무슨 소린지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내부회계? 통제절차? 저는 회계 담당자도 아닌데, 왜 갑자기 이런 업무를 해야 하는지 답답했습니다. 재무팀에서 보내준 자료는 전문 용어로 가득 차 있어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때 재무팀 대리님이 추천해준 책이 바로 이 책이었습니다. "이거 읽으면 왜 생산팀이 협조해야 하는지 이해될 거예요"라는 말과 함께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저는 천천히 이해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단순히 재무팀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의 재무보고가 정확하려면, 결국 현장의 데이터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생산 현장은 바로 그 데이터가 만들어지는 최전선이었습니다. 원자재 입고, 재고 관리, 생산 실적, 불량품 처리 같은 것들이 모두 결국에는 재무제표의 숫자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재고 관리와 내부통제에 관한 설명이었습니다. 저자들은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합니다. 어떤 회사는 생산 현장에서 불량품을 폐기할 때 제대로 기록하지 않아서, 장부상 재고와 실제 재고가 맞지 않았습니다. 감사에서 이것이 발견되었고, 결국 회계 오류로 이어져 큰 문제가 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것은, 내부회계관리제도가 사실 생산관리를 더 체계적으로 만들어주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저자들은 "통제절차를 만든다는 것은 업무 프로세스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책의 사례 중에는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비효율적인 업무 방식을 발견하고 개선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 책이 이야기 형식이라는 점입니다. 실제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처음 담당하는 담당자와 도움을 주는 회계사의 이야기를 통해서 차근차근 풀어나가니 현장감도 있고 잘 몰랐던 부분도 대신 질문도 해주어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책이 주로 회계 담당자나 내부통제 담당자의 관점에서 쓰여 있다 보니, 생산, 영업, 구매 같은 현장 부서 담당자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각 부서별로 체크해야 할 항목이나 준비해야 할 문서 목록 같은 것이 부록으로 정리되어 있었다면 더 실용적이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재무팀만의 일이 아니라 회사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생산관리 담당자인 저에게 이 책은 "왜 우리 팀이 협조해야 하는지"를 이해시켜주었고, "어떻게 협조하면 되는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준 책이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이야기로 배우는 내부회계관리제도 실전 가이드
악마 전우치 : 회계 담당자 관점 중심이라 현장 부서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