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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 돈과 인생과 행복에 대해
야마자키 하지메 지음, 정유진 옮김 / 노엔북 / 2025년 11월
평점 :
<리앤프리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생각이 오래 머문 작품을 꼽으라면 바로 이 책입니다. <경제평론가 아빠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는 일본의 대표적 경제평론가 故 야마자키 하지메가 투병 중, 성인이 된 아들에게 남긴 조언을 담은 책입니다. 처음엔 단순한 재테크 조언서일 거라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유언장 같은 깊은 울림이 있는 책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책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어 문장은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메시지는 놀라울 만큼 냉철했습니다. 저자는 “호구로 살지 말라”는 강렬한 말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처음엔 조금 자극적인 표현처럼 느껴졌지만, 곧 그 말의 진짜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자본주의는 노동과 저축만으로는 안전하지 않다.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 결국 돈의 흐름을 자기 쪽으로 가져오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무지한 상태로 살아왔는지’ 계속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야마자키 하지메는 일본에서 ‘인덱스 투자 1인자’라 불렸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인덱스 투자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말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핵심은 “수익률이 어떻다” 같은 기법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왜 단순하고 길게 가는 전략이 최선인지, 그리고 왜 복잡한 금융상품일수록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져 있는지를 알려줍니다. 경제 문맹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담백하게 설명되어 있어 부담 없이 읽히지만, 문장마다 묵직한 통찰이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는 이겁니다. “돈은 인생의 목적이 아니며, 행복을 위한 도구다.” ‘얼마나 많이 벌었는가’가 아니라 ‘돈 때문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죠. 특히 “월급을 받는 직원으로 시작하되, 거기에 안주하지 말라”, “미래의 경제적 자유는 스스로 만들어라” 라는 문장은 사회생활을 10년 이상 해온 저도 미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또한, 저자가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썼다는 사실을 알고 읽으니, 그 문장 하나하나가 훨씬 깊게 와닿았습니다. 이 책은 경제적 지식을 알려주는 책이면서도 동시에 삶의 태도를 정리해주는 철학서처럼 느껴졌습니다. 경제를 공부하는 학생, 사회 초년생,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무겁지 않지만 오래 남는… 그런 종류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