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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양자 역학부터 양자 컴퓨터 까지 ㅣ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평점 :
<북유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과학책이라고 하면 으레 어려운 수식과 딱딱한 용어가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채은미 교수의 <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는 그런 부담을 완전히 지워버립니다. 마치 친구가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이런 게 양자야” 하고 이야기해주는 듯한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하버드 박사 출신의 물리학자이지만, ‘교수’라는 타이틀보다 ‘좋은 설명자’로 느껴졌습니다. 복잡한 개념 대신, “이것이 우리 일상 속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죠. 책을 읽다 보면, 양자역학이 더 이상 먼 나라의 학문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폰, 사용하는 GPS, 그리고 보는 LED 화면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양자 시계’를 설명하는 대목이었습니다. GPS가 단순히 위성 좌표를 계산하는 게 아니라, 원자의 진동수를 재는 정밀한 양자 시계를 통해 작동한다는 사실은 놀라웠습니다. 우리가 길을 잃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것도 결국 양자 덕분이라니—과학이 얼마나 세밀하게 우리의 삶에 닿아 있는지 새삼 느껴졌죠.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친절함’입니다. 저자는 어려운 용어를 피해가며, 독자의 눈높이에서 “양자가 가진 두 얼굴, 입자이면서 파동인 존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이면에 깃든 의미를 놓치지 않습니다. “빛은 물질인가, 에너지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저는 과학을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읽고 나면 머리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입니다. 과학을 공부했다기보다, 세상을 이해하는 감각이 조금 넓어진 느낌이랄까요. 예전엔 뉴스에서 ‘양자컴퓨터’라는 단어가 나와도 그냥 흘려들었는데, 이제는 ‘아, 그게 이런 원리였구나’ 하고 연결됩니다.
이 책은 이름 그대로 ‘양자’를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딱 알맞은 책입니다. 과학적 깊이와 대중적 언어의 균형이 좋아, 청소년부터 직장인까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을 ‘암기 과목’이 아니라 ‘세상을 읽는 언어’로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양자를 이해하려는 사람들”보다 “세상을 새롭게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 잘 맞는 책입니다. 낯설고 복잡한 과학이, 이토록 따뜻하게 다가올 줄은 몰랐습니다.
천사 전우치 : 난해한 과학 개념을 일상 언어로 풀어내, 과학의 문턱을 낮춘 점.
악마 전우치 : 입문자에게는 완벽하지만, 과학 전공자에게는 다소 쉬울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