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품은 미술관 - 예술가들이 바라본 하늘과 천문학 이야기
파스칼 드튀랑 지음, 김희라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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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콩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파스칼 드튀랑의 <우주를 품은 미술관>은 예술과 천문학, 철학과 신화를 넘나들며 인간이 하늘을 바라보며 품었던 사유의 흔적을 탐색하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가 우주를 어떻게 상상하고 해석해왔는지를 시대별로 조망하며, 예술을 통해 우주를 읽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대의 태양신 숭배부터 현대의 초현실주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하늘은 언제나 인간의 질문이자 응답의 대상이었다는 저자의 통찰은 머리를 탁 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책은 태양, 달, 행성, 천문 현상이라는 네 개의 큰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장은 시대별 예술 작품을 중심으로 천체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상상력을 풀어냅니다. 예를 들어, 태양은 고대에는 신으로 숭배되었고, 중세에는 권력의 상징으로, 낭만주의 시대에는 숭고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초현실주의 미술에서는 태양이 기존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알리는 메신저로 등장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이미지의 진화가 아니라, 인간의 세계관과 존재론적 질문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달은 책에서 가장 다층적인 상징으로 다뤄집니다. 보호자이자 유혹자, 정숙하면서도 욕망에 굴복하는 이중적 존재로서의 달은 다양한 문화권의 신화와 예술 속에서 모순적이고도 매혹적인 이미지로 그려집니다. 행성들 역시 단순한 천체가 아니라, 신화적 인물과 철학적 개념으로 재해석된다. 금성은 미의 여신 비너스로, 토성은 두려움의 상징 사투르누스로, 목성과 화성은 권력과 전쟁의 상징으로 등장하며, 예술가들은 이를 통해 인간의 감정과 사회적 구조를 투영합니다.

이 책의 또 다른 강점은 풍부한 삽화와 도판입니다. 고대 필사본, 르네상스 회화, 인상주의 작품, 현대 미술까지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이 소개되며, 단순히 글을 읽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해 주었습니다. 또한, 각 작품에는 상세한 해설이 덧붙여져 있어, 미술사적 맥락과 철학적 의미를 함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파스칼 드튀랑은 비교문학 교수이자 예술 해설가로서, 철학과 예술, 과학을 유기적으로 엮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저자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곧 나 자신을 바라보는 일”이라고 말하며, 우주에 대한 탐구가 결국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이 책은 예술을 통해 우주를 읽고, 우주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책이었습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지는 예술가들의 시선은 단순한 미적 표현을 넘어, 인간이 품었던 질문과 감정, 세계관을 담고 있었습니다.

예술과 과학, 철학과 신화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천사 전우치 : 예술의 붓끝에 담긴 우주의 숨결.
악마 전우치 : 이런 책의 한계, 서양의 시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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