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싸우는가 - 싸울 수밖에 없다는 착각 그리고 해법
크리스토퍼 블랫먼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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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크리스토퍼 블랫먼의 <우리는 왜 싸우는가>는 전쟁과 폭력의 원인을 인간 본성에서 찾는 기존의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갈등과 충돌을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분석하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시카고대 해리스공공정책대학원의 정치학자이자 경제학자로, 세계은행과 유엔 등에서 폭력과 갈등 문제를 연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고 합니다. 그는 전쟁을 피할 수 없는 본능이 아니라, 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예외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전쟁이 왜 발생하는지를 다섯 가지 요인으로 분석합니다.

- 견제되지 않은 이익: 권력 집중과 감시 실패가 폭력을 유발한다.

- 무형의 동기: 명예, 복수심, 정체성 같은 비경제적 요인이 갈등을 부추긴다.

- 불확실성: 상대의 의도나 능력에 대한 정보 부족이 오판을 낳는다.

- 이행 문제: 협상 이후 약속을 지킬 수 없을 때 전쟁이 선택된다.

- 잘못된 인식: 편견과 오해가 타협을 방해한다.

이 다섯 가지는 고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전쟁부터 현대의 라이베리아 내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까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됩니다. 특히 저자는 우리가 전쟁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편향되어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쟁은 극적이고 눈에 띄는 사건이지만, 대부분의 적대적 집단은 실제로는 싸우지 않고 공존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싸움이 일어나지 않은 수많은 사례를 간과하고, 전쟁을 인간 본성의 필연으로 오해한다는 것입니다.

2부에서는 평화를 위한 전략을 제시합니다. 블랫먼은 평화를 단순히 갈등이 없는 상태로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화는 평화로운 수단으로 갈등을 다스리는 힘”이라고 정의하며, 갈등을 관리하고 억제하는 제도적 장치와 사회적 조건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그는 홉스적 인간관—즉, 인간은 본질적으로 선하지 않으며, 제도와 규범이 없으면 폭력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를 위한 실천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은 사례 분석의 깊이와 폭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게임이론과 전략학을 활용해 전쟁의 발생 조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미래의 갈등을 예측할 수 있는 틀을 제시합니다. 다섯 가지 요건이 모두 충족될 때 전쟁의 위험은 높아지며, 이를 사전에 인식하고 대응하는 것이 평화를 유지하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이 분석은 단순한 학문적 모델을 넘어, 실제 정책 설계와 국제 관계에 적용 가능한 실용적 통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전쟁을 둘러싼 감정적·도덕적 판단을 넘어서, 냉철한 분석과 전략적 사고를 통해 갈등의 본질을 꿰뚫는 책이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폭력성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반드시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국제 정치, 평화학, 사회 갈등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복잡한 문제를 구조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입니다.

싸움의 이유를 묻는 대신, 싸우지 않는 선택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이 책. 오늘날의 세계에 꼭 필요한 책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천사 전우치 : 전쟁의 본질을 꿰뚫는 냉철한 통찰이 담겨 있다.

악마 전우치 : 이런 책은 양장본으로 만들어주면 더 좋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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