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사적인 일본 -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 솔직하게 말하는 요즘 일본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나리카와 아야 지음 / 틈새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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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불름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나리카와 아야의 <지극히 사적인 일본>은 일본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을 흔들어 놓는 책이었습니다. 전 아사히신문 기자이자 한국에서 영화학 박사 과정을 마친 저자는,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한국에서 살아가는 ‘경계인’으로서의 독특한 위치에서 일본의 속살과 한국과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조망하면서 글을 써 내려갑니다.

이 책은 단순한 문화 비교서도, 정치 해설서도 아닙니다. 저자는 “나는 평균적인 일본인도 아니고, 일본인을 대표하지도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그 누구보다 일본인의 정서와 사고방식, 그리고 한국인의 시선 사이의 간극을 섬세하게 짚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총 9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일본의 지역성과 정체성, 일본인의 성향, 사회 구조, 천황제, 여성 문제, 교육, 경제, 한일 관계, 음식 문화까지 폭넓게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은 하나의 나라가 아니다”라는 저자의 선언은, 우리가 흔히 ‘일본’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묶어버리는 오류를 날카롭게 지적합니다. 오키나와와 홋카이도, 오사카와 도쿄는 서로 다른 문화와 정서를 지닌 다층적 사회의 집합체이며, 이는 일본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일본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습니다. “일본인은 근면하다”는 통념의 기원, ‘동조 압력’과 ‘매뉴얼 사회’의 명암, 자이니치(재일 한국인) 차별 문제,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보수화 경향 등은 일본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그 이면의 감정적 풍경을 드러냅니다. 특히 천황제에 대한 일본인의 감정과 정치적 영향력에 대한 설명은, 외부자의 시선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차분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또한, 인상깊었던 일본의 제도로 부부동성이 법적의무라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부부별성이 법적의무인 것도 반대되는 것이죠.

한일 관계에 대한 저자의 접근은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독도 문제, 역사 사과,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대해 저자는 감정적 반응이 아닌 구조적 이해를 제안합니다. “사과해도 사과한 것 같지 않다”는 한국인의 감정과 “왜 천황에게 책임을 묻는가”라는 일본인의 반응 사이에서, 저자는 양국의 정서적 차이를 설명하며 오해와 갈등의 뿌리를 드러냅니다.

이 책의 문체는 담백하면서도 따뜻하디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기자 출신답게 팩트와 데이터에 기반한 설명이 많지만, 동시에 저자의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녹아 있어 객관성과 주관성의 균형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치에서 자란 저자의 시골 정서, 한국에서 겪은 문화 충격, 영화와 언어를 매개로 한 양국 간의 교류 경험으로 인해 그런 듯합니다.

이 책은 일본을 이해하고자 하는 저같은 사람들에게 가장 적절한 입문서이자, 한일 관계를 감정이 아닌 구조와 맥락으로 바라보게 하는 지적 안내서와 같은 책이었습니다.


천사 전우치 : 지극히 사적인 시리즈를 다 읽어보고 싶어졌다.

악마 전우치 : 먼나라 이웃나라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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