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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2008년 2월 8일
한비야...
오지만 골라서 여행을 다닌다는 '바람의 딸'로 유명한 분.
당최 게으른 나로서는 그런 치기를 (그렇다. 적어도 얼마전까진 '치기'로 보였다.) 이해할 수 없었고
요즘들어 부쩍 서점에 차고 넘치는 그렇고 그런 여행기를 적은 책들을 굳이 돈주고 사서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길이 있었기에 걸었고 오고가는 모든 사람들이 내 이웃이었으며
하늘이 나의 이불이고 땅이 요가 되었다는 .. 그런 내용이 아니라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사람들을 돕기 위해 달려간 급박한 재난구호 현장이었다.
전쟁, 천재지변, 기아, 정치&종교 분쟁 등으로 얼룩진
세계의 구석구석,
그리고 거기에서 희생되는 어린 아이들.
그것으로 인해 인류의 장래가 어두워 지지나 않을까 라는
정말로 당연한.. 세계인 중의 한명으로서의 고민과 눈물,
그리고 그들을 위해 일할 수 있음을 감사히 여기는 기쁨과 긍지.
모든 것들이 그녀의 피를 끓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는 책으로 나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을 것이다.
그저 그렇게 살다 가는 70평생이 수두룩한 반면
그렇게 남들이 평생 생각해 보기도 힘든 뜻깊은 일을 하며
뜨겁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
얼마나 비겁한 청춘인가.
내가 그토록 염원하는(아무도 모르겠지만 정말 염원하고 있다.) 세계평화과 빈민구제.
그것을 위해서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아무것도 . 정말로 단 한 가지도 없다.
하다못해 나도 몸이 부서져라 일할테니 제발 데려가 달라고 떼를 쓴다 해도
그들에게 필요한 건 무모한 호기심이 아니라
체계적,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 전문가다.
전.문.가.
내 직업도 좋게 말하면 전문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만
세상에 어느 긴급구호현장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네팔에서, 이라크에서, 팔레스타인에서
총알이 날아다니고 에이즈가 창궐하고 시체가 도처에서 썩어가는 현장에서
그 누가...
영화 온라인 마케터의 손길을 필요로 하겠느냔 말이다.
(흑.. 이것이 나의 고뇌의 근원.)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서 살아왔는지
나 스스로를 튼튼한 울타리에 가두기 위해 애쓰며 아둥바둥 살아왔는지
다시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일이다.
이 세상이 얼마나 거칠고 넓은데
정말 티 안나게 살살 살다 죽기엔 너무 부끄러운 일이 아니냔 말이다.
모든 걸 원점으로 돌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게 만들었다.
원래 후회같은 거 잘 안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내 20대가 모래바람처럼 허무하게 느껴졌다.
다시 한번 스무살처럼 꿈꾸자.
아직 늦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 가슴이 뛰는 일을 ..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