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인랑 : 컬렉터스 에디션 - 해설서(40P) + 아웃케이스
오키우라 히로유키 감독, 무토 수미 외 목소리 / 미라지엔터테인먼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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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랑 vs 인랑

#동화vs동화(Tale, Syncronization)
원작과 실사판이 공유하는 동화, 빨간 두건의 해석의 차이가 두 영화를 가른다. 해피 엔딩인가 새드 엔딩인가. 원작은 동화를, 그것도 새드 엔딩을 충실히 재해석한 바탕 위에 성립한다. 주인공들은 동화의 비극적 전개를 문제삼지 않고 그에 몰입하며 스스로의 운명까지도 동화와 동화시키며, 특기대원 후세가 늑대와 인간 사이에서 끝까지 늑대로 남게 됨을 암시한다. 그리고 자신의 손으로 여자를 처단한다. 늑대는 빨간 두건을 잡아 먹은 것이다.
실사판은 그러나 해피 엔딩을 따른다. 임중경이 동화를 듣곤 해피 엔딩이 아니었냐고 물으면서, 결코 실사판이 동화(새드 엔딩)처럼 흘러가진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순간부터 주인공들은 동화를 의심하고, 그리하여 거부하게 된다. 사냥꾼이 늑대의 배를 가르고 빨간 두건을 구하듯, 임중경 내면의 인간은 늑대를 상징하는 강화복을 벗고(탈영) 이윤희를 구한다.

#늑대 인간 vs 인간 늑대
강화복을 착용하는 특기대원 후세(임중경)의 모습. 그것은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늑대가 되는 것이다.
늑대를 선택한 원작, 인간을 선택한 실사판의 차이.
늑대의 본질은 무리를 떠나선 살 수 없는 것이라 원작은 말한다. 후세는 처단 명령에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고뇌와 동요를 보였으나 처단하고 늑대 무리(특기대)에 남는다. 무리에서 주어진 어떤 명령이든 후세는 따른 것이다.
실사판은 그러나 인간의 본질은 늑대와는 다른 것이라 말한다. 임중경은 처단 명령을 거부하고 이윤희를 구하며 자기 늑대 무리를 떠난다. 과천 사태 때부터 명령에 의문을 품어 왔다는 것을 보면, 그는 늑대였던 적이 없는 철저한 인간이었다. 단지 인간과 늑대 사이에서 갈등하는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그것을 미리 알 수 없는 것이다.

#적vs적(Red&Enemy)
빨간 두건, 그것은 원작에서는 동화이자 공산주의를 함께 상징한다. 공산주의의 붉은색. 실패로 끝났으나 한 때 이 세계를 두고 다투었던 이상이자, 투쟁, '혁명'이었다. 이로써 정부(특기대)와 섹트의 대결은 선악의 투쟁이 아닌, 이념 대 이념의 장이 되며, 그러기에 섹트라는 반정부 테러 조직을 국가와 맞설 수 있는 위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다. 마치 잔에 막 따른 맥주 거품처럼. 그리고 그런 장치는 그 자체가 순수함이자, 이념의 순수함에 이끌린 빨강 두건의 소녀가 섹트의 일원으로 활동하다 비극적 최후를 감내할 수 있음을 가능하게 해 준다.
하지만 실사판의 빨간 두건은 공산주의 대신 그저 진보적 정부와 맞서는 반정부 시위 단체를 상징할 뿐이며, 박근혜 탄핵 이후의 현실에서 그것은 이념 대결의 영역이 아닌 선악의 대립으로 규정된다. 잔에 담긴 맥주 거품은 어느새 가라앉는다. 그리고 빨간 두건의 소녀가 지닌 본연의 순수함은, 그가 몸담은 '악'으로 인해 불협하여 어정쩡함을 남길 뿐이다.

#Grace~Omega
원작의 엔딩 테마, Grace~Omega는 전반의 Grace(애절함)으로 시작하여 후반의 Omega(비정함)으로 끝난다. 원작의 Grace는 마치 여자가 특기대원 후세에게 자신을 잡아 먹지 말라고, 늑대가 아닌 인간이 되어 달라고 애원하는 곡조로, 극중 내내 늑대이면서도, 여자라는 계기로 인간에 한 발을 걸친 채 긴장감이 유지되는 전개 방식과 잘 녹아들었다.
실사판은 전반 Grace만 흘러 나온다. 잠시 특기대원 임중경의 그림자가 늑대로 변하는 모습이 비춰지나, 영화의 전개와는 동떨어진 연출이라 극에 녹아들지 못했다. Grace만으로 단조로운 배경음처럼, 실사판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흐르는 원작의 균형 감각을 잃고, 이미 인간(사랑)이 되었기에 흔들리는, 그러나 지루한 모노톤이다. 혹시나 싶에 엔딩 크레딧을 기다렸으나, Omega는 나오지 않았다. 실사판은 Omega를 버리면서, 원작의 비정함까지도 함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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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카를라 3부작 1
존 르카레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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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몰락 후," 제국을 다스리도록 훈련받았고, 온 세상의 파도를 거느리도록 길러졌던" 이들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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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7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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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설과 반어, 그리고 과거가 지닌 힘. 그러나 이미 1984년을 뛰어 넘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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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노동의 역습 - 대가 없이 당신에게 떠넘겨진 보이지 않는 일들
크레이그 램버트 지음, 이현주 옮김 / 민음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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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충분히, 나도 모르게 기업을 위해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지금의 100자평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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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과 그의 시대 - 위험한 법 기술자의 반면교사 현대사
김덕련 지음 / 오월의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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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으로 권력의 끄트머리를 움켜 쥐어 몸을 일으켰고, 법을 휘둘러 인간을 사냥하여 정권을 지켰으며, 법을 만들어 권세를 후대에 전하였으나, 법을 어기어 자신이 옥에 갇히는 것만은 끝내 막을 수 없었다. 법으로 시작된 삶이었고, 법으로 마감되다.
김기춘, 그를 만든 시대, 그리고 그가 만든 시대를 장목에서 청와대, 다시 감옥으로 향하는 여정을 정리한다.
자신의 법, 자신의 '조국(정권)'이 불의한 것으로 이름붙여지자, 이 법기술자의 '법 - 삶' 또한 마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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