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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멤버 홍콩 - 시간에 갇힌 도시와 사람들
전명윤 지음 / 사계절 / 2021년 4월
평점 :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자, 평소 홍콩 영화를 이야기하던 친구들은 더 이상 홍콩으로 떠나자는 이야길 하지 않게 되었다. 홍콩 반환 기념일에 맞춰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뒤에는, 우리는 자조 섞인 말로 주석의 만세를 기원하며 '샹강'의 폭동을 진압하라 촉구한다. 오늘날의 홍콩 현실을 이야기하다 위험해지지 않도록.
책을 덮었을 때, 이 책은 기존에 국내에서 발매된 시민 운동, 예를 들면 6월 항쟁이나 5.18, 여러 촛불 시위를 다룬 책들과 그 구성이나 어조가 비슷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저자가 한때 시위나 학생 운동에 앞장섰던 경험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의 그런 관점이나 경력이 서술에 반영되기도 했을 것이다.
홍콩을 무엇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 수 많은 주제들 중 저자는 영국의 홍콩 지배를 전후하여 오늘날에 이르기기까지, 이 섬과 바다, 그리고 땅에 가해진 억압과 그에 맞선 저항을 이야기한다. 때론 노동자로, 때론 중국인으로 맞서며 자기 의식을 형성한 이들은 홍콩인이 되어 행정부와 사이완에 맞섰다. 오늘날의 홍콩을 이야기하고자, 다채로운 역사에서 그 경험을 선별해 이야기한다.
책은 공적인 이야기 속에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웡 씨의 가족, 메이 등 홍콩인들은 저자의 지인들로, 당시의 시대적 특성을 드러내는 인물들이다. 소시민적인 면모와 용감함을 모두 지닌 이들은 국가보안법의 풍랑 속에 쓰러지거나 숨고, 때론 침묵한다. 언젠가 바람이 멎고 모두가 홍콩에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저자는 홍콩이라는 거대한 이름보다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들을 위해 책을 쓴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