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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 최신 개정판
조 사코 지음, 함규진 옮김 / 휴머니스트 / 2025년 6월
평점 :
『팔레스타인』은 작가인 제1차 인티파다 기간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에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외부인이 폭력의 현장을 방문하고 그 기록을 세계에 폭로한다는 이야기는 우리에게 <택시운전사>를 떠올리도록 한다. 국내외에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문제를 다룬 만화들이 여러 권 있지만, 이 책은 접해 본 작품 중에서도 가장 충격적인 작품이었던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충격은 다름 아닌 작화 및 구성에 다른 것인데, 이는 『팔레스타인』과 종종 비교되는 『쥐』, 『페르세폴리스』 가 단순화되고 절제된 작화, 한편으로는 ‘정석적인’ 만화 구성을 보여준 데 반하여, 이 작품에서는 기괴한 작화와 어지러운 구성이 시종일관 이어진다는 점이다. 만화에 묘사된 저자 자신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와 같은 방식에 독자들은 혼란스럽고 어지러움을 느끼기 쉬울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저자 자신의 치밀한 의도에 따른 것이었을지 모른다. 당시 저자가 체험한 팔레스타인은, 당시의 세계 질서와 논리만으로는 결코 다가기 어려운 것이었으리라고. 세계의 질서와 논리의 구조는 결코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쉽사리 용인하지 않는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혼란과 어지러움으로, 그 혼란과 어지러움을 통해서야 비로소 팔레스타인 문제에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어지러움과 혼란이란 팔레스타인인들에게는 바로 ‘일상’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일상’이 안정과 평온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조 사코는 『팔레스타인』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의 ‘일상’이 우리와는 다른 것임을, 그것을 가능케 한 세계의 질서와 논리의 구조를 낯설게 볼 것을, 그들의 ‘일상’을 우리의 ‘일상’으로 받아들이도록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