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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전투원이 활동했다는 사실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미군 점령 하에 있었던 일본인들의 삶,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겪은 일본인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평이한 문체로 저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인의 한국전쟁 참전과 관련된 사건들을 제시함으로써 전쟁의 이면을 드러낸다. 이를 통하여 어느 일본인과 그들의 가족에게는 한국전쟁이 결코 '구원'과 '부흥'의 서사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일종의 '비극'의 서사였음을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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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링크: https://omn.kr/24t5w
2019년 NHK(일본방송협회)는 <숨겨진 '전쟁 협력' : 조선전쟁과 일본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미 국립공문서관(NARA)에서 무려 1033페이지에 달하는 1급 비밀(TOP SECRET, 이는 최고 등급의 기밀로 분류됨을 의미한다) 보고서 및 부속 문건에 관한 서류철에 관한 것이었다. 서류철에는 미군을 따라 비밀리에 한국전쟁의 지상전에 참가한 일본인들에 대한 미군 측 심문 기록 등이 담겨 있었다.
다큐 제작진은 비밀 보고서 내용에 언급된 일본인들의 신원을 토대로 그들을 찾아 나섰다. 그들 대부분은 사망하였고 일부 생존자들과 그 동료들, 그리고 유족들을 만나며 그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하기까지의 삶, 참전 당시의 행적들, 그리고 그 이후의 삶과 죽음을 일본 국·내외 정세와 연관지어 추적하였고, 이야기는 한국전쟁 당시 최대의 격전지, 다부동의 가산 전투에서 북한군 진지를 공격하던 히라쓰카 시게하루의 전사에서 정점에 이른다. 특히 이 부분에서는 수습되지 못한 히라쓰카의 유해, 노구로 한국을 찾은 히라쓰카의 동생 데루마사씨와 다부동 전투에 참전한 한국군 노병의 만남, 데루마사씨의 다부동 전적지 참배 장면 등을 차례로 비춘다. 히라쓰카의 죽음은 과연 누굴 위한 죽음이었을까?
이 다큐를 기획한 NHK 사회부의 후지와라 가즈키는 2018년 7월 위 비밀 심문 보고서의 발견자, 즉 테사 모리스-스즈키 교수를 취재하면서 해당 다큐를 기획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서적 <한국전쟁에서 싸운 일본인>은 앞서 언급한 NHK 다큐를 대대적으로 보완한 논픽션이다. 필자는 2021년 여름, 경남 진주에서 열린 '한일역사교육교류회'에 한국 측 보고자로 참석하여, 해당 다큐 및 서적을 활용한 수업 사례를 발표하였다. 질의 응답을 시간을 통하여 일본 역사교사들 중에도 자국민이 한국전쟁의 지상전에 참가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행사 종료 후, 책을 번역하는 일이 충분히 시도해 볼만한 일이라 생각하고 번역에 착수하였다. 세 곳의 출판사에 번역기획서를 제출하였는데, 그 중 마지막 출판사였던 소명출판에서 원고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주어 출간에 이르게 되었다. 이 책은 앞서 국내에서 출간된 저작물들에 비하여, 미군 기지에 고용되어 직접 한반도로 간 일본인들의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이들은 한반도에서 지상전을 겪었고, 일부는 실제로 총을 들고 싸웠다. 즉, 전투원으로도 활동한 것이다. 그렇기에 '참전'한 다른 일본인들보다도 극비리에 취급되었던 이들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일단 일본인들이 '참전'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물론 당사자 혹은 그들의 유족이나 동료들이 증언하고, 그 내용이 일부 신문 기사에 실리기도 하였으나 역시 망각되거나 무시되었다. 일본인들조차 알지 못했던 이 사건은 당연히 국내에서는 더더욱 알려지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전쟁 당시 주요 지휘관이었던 백선엽조차도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미군 측이 작성한 심문 기록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이 점은 물론 당시에 일본을 점령한 미군 및 일본 정부 측의 은폐, 관계자들의 사망은 물론, 평화헌법 체제 하에서 '조선 특수'를 누리는 일본의 정치, 경제적 상황에도 기인하겠으나, 이를 증명한 공문서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기인한 바 크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공문서의 존재는 중대한 의의를 지닌다. 그것은 어떤 사건이 실재했음을 확실히 증명하는 것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 예를 들어 독도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한·일 간의 역사 갈등에서도 공문서의 존재를 밝히고 이를 해석하는 것이 중대한 의미를 지녔다. 심문 기록이 발견됨으로써 미군은 물론 일본 정부도 은폐하려 했던 '참전' 일본인들의 존재와 활동 양상은 마침내 그 실체를 뚜렷이 드러내게 되었다. 1차 사료라고 할 수 있는 심문 기록 및 증언 다수가 직접 인용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이 책은 귀중한 사료적 가치 또한 지닌다.
한국전쟁에 일본이 관여했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주로 이 전쟁을 이용해 특수를 누렸다는 인식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일본인이 소해 활동 등 실전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이 보도될 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를 직접적인 전투 활동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점에서 미군의 요구로 직접 한국전쟁의 지상전에까지 참가한 일본인들에 관한 내용은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인이 실탄을 지급받고 직접 북한군 및 중국군과 교전했다는 사실을, 1급 기밀(TOP SECRET) 해제를 통해 밝혀냈기 때문이다.
일본인 전투원이 활동했다는 사실 그 자체 뿐만 아니라, 미군 점령 하에 있었던 일본인들의 삶, 그리고 태평양전쟁을 겪은 일본인들의 한국전쟁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다뤘다는 점에서, 그리고 저널리스트인 저자가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평이한 문체로 저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본인의 한국전쟁 참전과 관련된 사건들을 제시함으로써 전쟁의 이면을 드러낸다. 이를 통하여 어느 일본인과 그들의 가족에게는 한국전쟁이 결코 '구원'과 '부흥'의 서사만으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일종의 '비극'의 서사였음을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