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집보다 이번에 이사 온 집이 넓다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비록 여전히 수많은 책들이 상자에 넣어진 채 빛도 못 보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될수 있으면 책 전부를 곱게 꽂아주고 싶은게 주인의 마음이련만,
공간은 한정되어있고 가지고 싶은 책들은 계속 쏟아져 나온다.
우선 제 1서재라고도 할 수 있는 우리집 거실의 풍경이다.
책장 한 구석에 스탠딩 전등을 놓았더니 저녁에 켜면 제법 안락한 기분이 든다.
물론 책 읽을 때에는 저 불빛만으로는 절대 부족하다.
우리 부부가 소파 대신에 선택한 저 안락의자는 책 읽을때나 음악 들을때 꽤 편안하다.
우리의 관심사는 주로 인문사회과학과 예술 관련이다.
위의 사진은 주로 그때그때 필요와 관심에 따라 산 철학, 역사학 관련 책들이다.
특히 중국 관련 책들을 많이 본다. 왼쪽 위에는 창비에서 나온 '동아시아의 비판적 지성',
그 아래에는 황석영譯의 '삼국지', 나남 출판사의 '홍루몽'이 있고,
오른쪽 아래에는 '겐지 이야기'가 있다. 여러 판본 중에서 번역과 서평을 비교하여
구입한 전집류이다.
아, 또 '서유기'도 최근에 샀다. '연변인민출판사 번역팀'의 것을 찾게 되어 기뻤다.
요즘은 서울대학교 출판부의 것이 거론되는 것 같지만 상관없다.
파란 의자 옆에는 누가 버린 것을 주워온 책장이 있다. 왜 저렇게 멀쩡한 것을 버렸을까?
크기가 작아서 책들을 많이 꽂을 수는 없지만 쌓아둘 뻔한 책들을 꽂을 수 있게되어 다행이다.
여기에 꽂힌 이 책들은? 바로 펭퀸 클래식 책들이다!
펭귄 클래식 책들은 가볍고 디자인도 예뻐서 들고다니면서 읽기 참 좋다.
그러나 책이 금새 헐까봐 일일이 화선지로 책을 쌌다. 화선지의 까슬한 감촉이 즐겁다.
제 2서재 작은 방이다.
이사오면서 새로 장만한 책장도 금새 꽉 찼다.
이 방에는 주로 예술 관련 책을 꽂아두고 있다. 기타 이론서들도.
우선 왼편은 위 아래 모두 미술에 관련된 책들이고...
우측 상단 자리에는 발터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및 선집을 꽂아두었다.
얹어놓은 '혁명을 팝니다'라는 책과 그 아랫줄 중국 혁명가 및 문학가의 엽서들이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다.
미셸 푸코, 그리고 인류학, 사회학 서적들.
오른쪽 끝에는 문학 책들도 있고 위에 얹힌 책들 중에는 취미서적도 있다.
아무래도 계속 늘어나는 책을 일관된 주제로 꽂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풍우란 전집 앞에 둔 슈렉과 피오나 피규어.
풍우란 선생님도 이들을 보면서 가끔 웃으시길... : )
또 다른 책꽂이에는 영화, 어학, 기타등등을 꽂아둔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
책들이 꽤 적지 않은 바람에, 우리는 이사올 때 이삿짐 센터 아저씨들의 원성을 들었다.
"비우면서 사세요."라고 하셨던 이삿짐 아저씨의 선승같은 말 한마디를 잊을 수 없다.
소유냐 존재냐...당연히 우리는 존재의 가치를 우선시하면서도 어째서 비울 수 없을까.
아직은 깨달음이 덜 여문 것이라 생각하면서, 나의 소유물이자 스승인 책들을 소개했다.
언젠가 태어날 내 아이가 호기심에 들춰보며 산책할 숲 같은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