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빛깔 하얀 빛깔
달로브 이프카 지음, 김서정 옮김 / 보림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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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보다 훨씬 그림책에 대해 잘 모르던 작년 가을, 저는 덜컥 보림출판사의 외국 창작 그림책 전집인 지크시리즈를 구입했지요.

이유는 그림책을 잘 모르니 어떤 책이 좋은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림책 세계는 조금 궁금하고 해서 그냥 출판사만 믿고 구입을 한 것이었어요.

지크시리즈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그림책들을 많이 만났는데 그 중 한 명이 달로브 이프카라는 작가입니다.

<밤나들이 고양이>라는 책을 만든 작가인데 첫 느낌이 상당히 강렬했어요. 밝음과 어두움의 색 대비를 잘 활용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작가의 이름 외우는게 쉽지 않은데 단숨에 외웠습니다.

반갑게도 이번에 보림출판사에서 1963년에 초판이 인쇄되고, 원판이 손실되어 원화를 복원하는 지난한 과정 속에서 2015년 복간된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의 번역본을 출간하였습니다. 달로브 이프카 작가님의 작품이지요.


<검은 빛깔 하얀 빛깔>에는 두 마리의 개가 등장합니다.
까맣고 작은 개, 하얗고 작은 개가 주인공인데, 뛰놀며 하루를 함께 보냅니다. 어두워진 밤에는 꿈 속에서 각자 야생을 돌아다니기도 하지요.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만나 꿈 이야기를 나눠요.


밤은 점점 깊어지고 어두워졌어요.
깊이 잠든 둘은 각자 꿈을 꾸었어요.


출판사의 소개의 글에 보면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의 배경에 흑인 인권 운동이 있다고 하는데 이 구절에서 특히 그 마음이 느껴집니다. 꿈을 꾸었다는 문장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님의 연설문이 상기되기도 하고요.

4색 별색 인쇄로 1963년의 초판을 구현해 낸 <검은 빛깔 하얀 빛깔>은 그림책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흑백으로 표현된 야생동물을 감상하는 재미는 덤이라고 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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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 권정생 문학 그림책 6
권정생 지음, 정순희 그림 / 창비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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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까투리>를 시작으로 권정생 선생님의 그림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 작가에 권정생이라는 세 글자가 써 있으면 두말 않고 읽어 봅니다.

믿고. 보는. 권정생 선생님 책이라고 표현하면 될까요?

읽는 책마다 선생님의 생명에 대한 존엄이나 눈여겨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이번에 읽게 된 책은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인데, 글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이 그림에서 고스란히 전해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앞표지와 뒷표지를 연결해서 보면 만구 아저씨가 송아지를 구입하신 것 같아요.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찾으신 것 같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펼쳐봅니다.




고추를 시장에 내다 팔고 넉넉한 돈을 받은 만구 아저씨는 아주머니 치마도 사고, 술도 마시고 행복한 발걸음을 한 채 집으로 향합니다.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핀 귀갓길, 정말 아름답죠?



그런데 똥이 마려워 일을 봤는데, 지갑을 그만 똥 옆에 떨어뜨리고 말아요. 그러나 이를 모르고 신나게 집으로 갑니다.

밤이 되어 숲 속의 도깨비(톳제비) 가족이 돌아다니다가 만구 아저씨의 지갑을 발견하는데 과연 만구 할아버지는 지갑을 찾을 수 있을까요?



이 책에는 옛스러운 단어와 그림이 등장합니다.

안동 사투리로 도깨비를 뜻하는 톳제비 외에도 고추를 담았던 부대(자루), 물건을 얹어 놓기 위해 만든 시렁 등 요즘은 보기 힘든 물건을 뜻하는 단어들이 책 속에 숨어 있습니다.

그림에서도 옛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데요. 메밀껍질을 충전재로 사용하는 단단한 베개, 싸리 빗자루, 요강 등 어린시절 할아버지 댁에서 보았던 물건들이 가득합니다.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은 "권정생 문학 그림책 시리즈"입니다. 권정생 선생님의 단편동화가 그림과 만나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지요.

현재까지 6권 출간되었는데 이후 출간될 그림책도 기다려집니다.

1. 똘배가 보고 온 달나라(김용철 그림)
2. 빼떼기(김환영 그림)
3. 사과나무밭 달님(윤미숙 그림)
4. 해룡이(김세현 그림)
5. 장군님과 농부(이성표 그림)
6. 만구 아저씨가 잃어버렸던 돈지갑(정순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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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피 - 1996 보스턴 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 상상놀이터 8
애비 지음, 원유미 그림, 전하림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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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궁금증 투성이었습니다.

'보스턴글로브 혼북' 대상 수상작이라는데 어떤 면에서 강한 끌림이 있는 책일까?
책 제목인 <파피>는 무슨 의미일까?
출판사 소개의 글에 나온 것처럼 "숨이 멎을 듯한 서스펜스"는 과연 어떤 것일까?...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은 책을 읽고 3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해소되었습니다.

<파피>를 쓴 애비 작가는 책 이외의 곳에는 독자가 시선을 둘 수 없게 만드는 대단한 필력의 소유자였습니다. 독자로 하여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도록 합니다.



책을 읽기 전 궁금했던 파피라는 이름의 의미를 확인하고, 저는 작가가 우리 주변의 환경,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관심을 두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흰발 생쥐인 파피를 비롯한 파피의 가족, 친척들의 이름은 모두 꽃이나 과일이름을 본따서 만든 것입니다.

파피는 양귀비꽃, 파피의 연인이었지만 미스터 오칵스에게 죽임을 당한 황금 생쥐 래그위드는 돼지풀, 파피 때문에 새로운 거주지로 이사를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모든 흰발 생쥐들이 파피를 향해 등을 돌리지만 오직 한 사람, 파피의 사촌만이 그의 곁을 지키는데 그의 이름이 바질입니다.

이렇게 작가는 극의 이끌어가는 주인공 이름과 주변인물들의 이름을 자연에서 가져왔습니다.

또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동물들의 생태 묘사가 상당히 세밀해서 작가의 동물에 대한 애정을 페이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작가는 파피의 모습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20쪽
하얀 털로 덮인 포동포동하고 둥그런 배, 주황빛이 도는 갈색 몸, 짙은 색의 커다란 귀, 둥그런 눈, 기다란 수염, 아주 작은 코, 분홍빛을 띤 발과 꼬리. 파피는 흰발 생쥐 중에서도 앙증맞고 작은 편이었다.

파피를 미스터 오각스로부터 보호해 줄 수 있는 고슴도치 에레스에 대한 묘사는 이렇습니다.

125쪽
구부정한 자세를 하고 납작한 얼굴에 뭉툭하게 튀어온 주둥이와 희끗희끗한 수염을 가진 한 짐승이었다. 자다 깬 지 얼마 안 되었는지, 두 눈은 눈꺼풀에 거의 덮여 있다시피 했다.

번역본과 영어 원서의 책 표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원서 <poppy>에서는 흰발 생쥐들의 두려움의 대상인 미스터 오칵스를 전면에 배치하며 파피가 깃발을 들고 미스터 오칵스와 협상을 하러 가는 힘겨운 여정을 표현했다면, 보물창고에서 출간된 한글 번역본<파피>에서는 두려움의 실체가 어디에서 다가오더라도 용기롭게 행동하는 파피의 모습에 중점을 두고 재현한 것 같습니다.

딤우드 숲의 파수꾼을 자처하며 흰발 생쥐들을 위협적인 존재인 고슴도치로부터 지켜준다며 그들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리 부엉이 미스터 오칵스와 흰발 생쥐들을 보호해주는 줄 알았던 미스터 오칵스의 실체를 알고 진실을 밝히려는 파피의 용기있는 정면 대결의 내용을 담고 있는 <파피>, 자유와 용기 그리고 희망이라는 키워드를 가슴 속에 새겨주는 모험서입니다. 책을 끝까지 읽다보면 파피의 모험을 통해 "숨이 멎을 듯한 서스펜스"를 가득 경험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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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고 놀까?
김슬기 지음 / 시공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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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줄 하나>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김슬기 작가의 그림책이 시공주니어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재출간 되었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뭐 하고 놀까?>입니다.



출판사에서는 개정판을 출간하면서 변경된 책 제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놀자!의 뜻을 표현하고 싶었던 작가의 본래 의지를 반영하여 글의 일부 표현이 바뀌었고, 작품의 매력과 재미를 한층 살리고자 새로운 판형과 제목으로 변신을 꾀하였습니다."

<어떻게 먹을까?>에 등장했던 생쥐와 동물 친구들이 <뭐 하고 놀까?>에서도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동물 친구들이 놀자의 의미를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책을 조심스럽게 펼쳐보았습니다.

첫 페이지에 새빨간 줄이 보이네요. 이 줄이 동물 친구들의 놀이감이 될 것 같네요.



하얀 생쥐는 새빨간 줄로 줄넘기를 하고 싶지만 줄넘기를 하기에는 줄이 조금 모자랍니다. 하지만 동물 친구들이 가지고 있는 줄을 이어서 모두 다함께 할 수 있는 기다란 줄넘기 줄을 만들지요.



줄을 이으면서 생쥐는 친구들과 이렇게 말합니다.

"놀자, 놀자! 같이 놀자!"



이게 바로 작가님이 책 제목에서부터 표현하고 싶었던 놀자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작가님은 이 책을 통해 혼자가 아닌 다함께 놀이하는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책의 말미에 동물 친구들이 사이좋게 수박을 먹는 장면을 보니, 이 책을 여름 그림책으로 주변에 추천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이미 시중에 수박과 관련된 많은 그림책들이 나와 있지만 이 책은 한 장면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네요. 친구들과의 놀이 후 맛보는 수박의 맛은 꿀맛, 그 이상이겠죠?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김슬기 작가의 신작 <뭐 하고 놀까?>는 <어떻게 먹을까?>와 함께 개정판으로 출간된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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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먹을까?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1
김슬기 지음 / 시공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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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그림책이 하루에도 몇 십권씩 출간되고 있는 요즘 독자의 주머니를 열게 하는 책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요. 오늘 제가 소개하는 책은 여러모로 관심이 많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제1회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신인작가 공모전 당선작, 2019년 볼로냐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선정작가, 리놀륨 판화 방식으로 만든 그림...

이러한 수식어가 붙는 작가와 그림책이라 그냥 스쳐지나갈 수 없었어요.

현북스에서 <딸기 한 알>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던 책이 시공주니어에서 <어떻게 먹을까?>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습니다.



딸기라는 직접적인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시공주니어의 <어떻게 먹을까?>의 표지를 보며 상상을 하게 됩니다.

"생쥐는 딸기를 어떻게 요리할까?"



한 쪽에는 그림, 다른 쪽에는 글이 있어서 글과 그림 각각에 집중할 수 있는 여백이 존재한다는 점이 책을 읽으면서 참 좋았습니다.

아울러 리놀륨 판화 방식으로 그림을 그린 작가님의 그림책을 향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 가지 색을 찍어내면 다시는 사용할 수 없는 리놀륨 판화 소멸법을 사용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림책 속에서 다양한 색감을 마주할 때마다 경이로움에 넋을 놓고 책을 읽었습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생쥐에게 도움을 주는 다양한 동물들의 색감에 집중하며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와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긍정의 언어입니다. 무슨 실수를 하더라도 생쥐의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괜찮아, 괜찮아! 다 방법이 있지!"



생각했던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아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아. 다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조바심 내지 않아도 돼...라고 저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고 아이에게 기운을 불어 넣어주는 말 같기도 했거든요.

빨간 옷을 입은 하얀 생쥐와 친구들이 전하는 그림책 보약 한 첩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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