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양자의 세계 - 양자 역학부터 양자 컴퓨터 까지 처음 만나는 세계 시리즈 1
채은미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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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유튜브 영상을 통해 먼저 접했다.

어려운 양자 컴퓨터 관련 내용을 편안한 말솜씨로 친절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 과학 전공자가 아닌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교양서를 냈다는 소식에 바로 읽어보게 되었다.

지금까지 양자역학 관련 책을 여러 권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 이 책만의 특징을 찾자면, 이 책은 이론에 대한 설명보다는 양자역학이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꿔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즉 양자의 입자성과 파동성, 중첩과 같이 양자역학을 이해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이론적인 설명은 초반에만 짧게 이뤄지고 이어서 이러한 양자역학이 실생활에 적용된 여러 사례들이 등장한다.

양자가 입자성과 파동성을 동시에 지니듯이 양자역학의 활용도 양자의 입자성을 이용하는 방법과 파동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원자가 방출하는 빛의 진동 수를 측정함으로써 매우 정확한 시계를 만들 수 있고 이 시계가 곧 우리가 매일 쓰는 GPS의 근간이 된다거나 이제는 길거리나 자동차에도 많이 쓰이는 LED와 같은 기술들은 양자의 입자성을 활용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초기에는 비교적 제어가 용이한 양자의 입자성을 활용한 기술들의 발전이 두드러졌다면 최근 여러 국가와 기업에서 사활을 걸고 만들고 있는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파동성을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현재 양자 컴퓨터의 개발은 대체로 기업이 주도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각 기업마다 큐비트를 만드는 방식부터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각 방식마다 현재 어느 수준으로 발전이 되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특정한 방식이 분야를 주도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있고 각각의 장단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장점을 강화하면서 단점을 극복할 방법들을 찾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여하간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에 비해 특정 문제들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은 기대하는 만큼의 성능을 뽑아낼 기술력을 갖춘 곳은 없는 것 같다.

저자는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 볼 때 대략 2030년대가 되면 꽤 경쟁력 있는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특히 소인수분해 문제와 최적화 문제에 강점을 가진다는 점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러한 강점이 어떤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지는 잘 몰랐다.

책 후반부에 이러한 강점들이 잘 활용될 수 있는 분야로 금융, 물류, 제약, 인공지능 등의 분야가 소개되어 있어 이러한 궁금증을 꽤 해소할 수 있었다.

양자역학을 다루는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쉽기만 하다면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책 역시 초반의 이론적인 부분은 여타의 양자역학 교양서와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으로 쉬운 편이지만, 양자 컴퓨터의 제작 방식부터는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해가 그리 쉽지만은 않았다.

사실 고전 컴퓨터를 어떻게 만드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양자 컴퓨터의 제작 방식을 이해한다는 것이 쉬울 리 없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컴퓨터도 초창기에는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것조차 힘들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조금만 배우면 쓸 수 있는 것처럼, 양자 컴퓨터도 발전을 거듭하다 보면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도 활용하는 데는 지장이 없는 수준까지 발전할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이 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현재 우리 인류가 도전하고 있는 양자 컴퓨터의 모습이 어떤지를 맛보기에는 충분한 수준의 난이도를 가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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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섬
조이스 캐롤 오츠 지음, 이은선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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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호러'가 아닌 '테러'라는 키워드로 섬뜩한 상상력을 잘 보여주었던 단편집 '인형의 주인' 이후 두 번째 접하는 저자의 책이다.

지금까지 천 편이 넘는 단편을 쓴 저자의 이력답게 이번 책 역시 단편집으로 총 열두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음산한 느낌의 표지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이번 책에 수록된 작품들도 음울한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단편들이니만큼 공통된 주제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다 읽고 수록작들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뒤틀린) 관계'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었다.

수록작들 모두가 어딘가 굉장히 뒤틀려있는 형태의 인간관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제로섬'은 흠모하던 교수의 집에 초대받은 한 대학원생의 이야기다.

자신이 아닌 누군가와 사랑을 나눈 결실인 교수의 아이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안긴다는 내용이다.

저자가 이런 식으로 뒤틀린 애정이 향한 희생양들의 멘탈을 털어 버리는 결말을 꽤나 좋아하는 모양인지 이어서 수록된 '상사병'이나 '참새' 등의 작품에서도 인물들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게 되는 결말을 볼 수 있었다.

두 번째 작품인 '끈적끈적 아저씨'는 자신들과 비슷한 또래의 여아들이 성 노예로 팔려 나간다는 소문을 들은 소녀들이 잠재 고객들을 소탕(?!) 한다는 내용인데 잔인함의 수위가 상당히 세다.

충격적인 장면들을 통해 뒤틀린 정의감과 이를 공유하는 우정의 위태로운 모습도, 훗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가정을 꾸려 잘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양면성이 가지는 섬뜩함도 잘 보여주고 있다.

수록작들이 대체로 50페이지 미만인데, 중반에 수록된 '자살자'는 80페이지 정도로 다른 작품들보다 길다.

이 작품에서는 끊임없이 자살 시도를 하는 남편을 맹목적으로 돌보는 아내가 등장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 속 아내와 '한기' 및 '베이비 모니터'에 등장하는 엄마의 심리는 다소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자식이나 남편 모두 애정을 쏟을 수 있는 대상임에는 분명하지만, 타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고 자기 자신도 파괴할 정도의 맹목적인 애정이라면 그건 더 이상 애정이라고 부를 수 없기 때문이다.

건강한 애정을 기반으로 한 관계라면 그 애정 때문에 어느 한 쪽이 힘들어하는 결과는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어느 한 쪽이 일방적으로 희생해야 한다면, 심지어 상대가 그러한 희생을 원한 것도 아니라면, 그 희생은 솔직히 스스로가 희생하는 자신에게 중독된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모든 중독은 적절한 치료의 대상이지 결코 애정의 결과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수록된 세 작품은 앞의 작품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세 작품 모두 SF 소설 속 디스토피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인데 마치 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시간 순서로 연이어 보여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첫 작품에서는 뇌를 파먹는 아메바가 등장한다.

두 번째 작품에서는 모종의 이유로 세계가 멸망해가는 가운데, 타인과의 연결이 부재한 개인의 무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작품에서는 인류의 마지막 개체의 처리를 두고 고민하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이처럼 서로 연관성도 있고 각각의 길이도 짧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이라 생각하고 읽어도 무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저자인 만큼 기본적으로 모든 작품들이 읽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중반의 '자살자'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졌다는 점을 제외하면 뒤로 갈수록 재미나게 읽었던 것 같고, 특히 마지막 세 작품은 SF를 좋아하는 개인 취향에도 잘 맞아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단편만 천 편을 쓴 저자라 하니 앞으로도 저자의 주옥같은 단편들이 더 나와줄 것 같아서 앞으로 국내에 어떤 작품들이 소개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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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보다 작아진 정브르 10 곤충보다 작아진 정브르 10
강신영 그림, 강민희 글, 샌드박스 네트워크 감수, 정브르 원작 / 겜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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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대 유튜버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이 가는 게 요즘 나오는 아이들 책, 특히 학습만화 쪽은 열에 아홉은 유튜버 콘텐츠 기반인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책 역시 동명의 유튜버가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이들용 학습만화다.

제목 그대로 '정브르'가 곤충보다 작아져서 곤충들의 세계 속으로 직접 뛰어들어 곤충의 생태와 습성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게 구성된 학습만화라고 보면 되겠다.

벌써 열 권이나 나온 것을 보면 인기가 상당한 듯한데 우리 딸과 함께 읽어보게 된 건 처음이다.

이런 종류의 학습만화는 보통 앞의 내용을 몰라도 전혀 지장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고, 이 책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몇 권부터 시작하던지 앞의 내용을 몰라 재미가 없을 우려는 하지 않아도 좋겠다.

이번 10권에서는 '곰개미'라는 종을 주로 다루는데, 명칭이 익숙지 않아서 그렇지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개미가 바로 곰개미라고 한다.

개미는 지구에서 개체 수가 가장 많은 곤충으로 추정되는 만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곤충이지만 군집생활이라는 특이한 습성 때문에 다른 곤충들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다.

군집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여왕 개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사회와 철저한 역할 분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10권에서는 여왕개미를 낯설게 느끼는 특이한 무리를 만나게 되면서 '정브르'가 그 무리에 들어가 발생하는 문제들을 직접 발로 뛰면서 해결해 주게 된다.

알고 보니 곰개미의 여왕 자리를 차지한 건 생김새가 비슷하지만 습성은 전혀 다른 '사무라이 개미'라는 종이었다.

뭔가 토종 개미를 일본 느낌 나는 이름의 개미가 괴롭히는 것 같아 내심 속이 상하지만, 이 역시 자연의 일부이므로 안타깝지만 개입하지 않기로 한 선택도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주요 스토리가 어려움에 처한 곤충들을 돕는 내용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건전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고, 스토리가 진행됨에 따라 만나게 되는 생물들에 대한 정보도 충실한 편이었다.

간혹 유튜버 기반의 학습만화들은 해당 유튜버가 쓰는 이상한 유행어 같은 것들이 포함되기 쉬운데 이 시리즈는 그런 것이 없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학습만화만 보는 습관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요즘인데, 내용이 좋다면 기분전환용으로 읽는 것을 막을 방법도, 이유도 딱히 없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 하게 된다.

부모 의도대로 커주는 아이는 없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부모가 생각했을 때 좋은 것들을 권해주고 싶게 마련이므로 만약 아이가 제발 학습만화라도 읽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모라면 이 시리즈도 선택지로 고려해 봄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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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클레이
에이드리언 차이콥스키 지음, 이나경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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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저자 이름과 달리 작품은 첨단을 달리는 SF, 그것도 스페이스오페라 장르라고 해서 관심이 끌렸다.

잘 쓰면 대박이지만, 어설프면 유치해지기 쉬운 장르라 여러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가 어떤 세계를 만들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었다.

일단 SF 작품인지라 어떤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성간 이동이 가능해진 미래이며 활동 반경이 넓어진 인류를 통치하기 위해 지구의 메인 스트림은 굉장히 경직적인 독재 체제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저항 세력들을 잡아다가 외부 행성 개척에 노동력으로 보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턴 다데브'라는 생물학자다.

그는 당시 주류 과학계와 입장이 달라 진리의 추구가 곧 체제 저항이 되고 말았고 결국 '킬른'이라 불리는 외계 행성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작품 속 주류 과학계에는 인류의 우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진화의 끝에는 언제나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탄생하기 마련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사실 생물학적으로 진화에는 방향이 없기 때문에 인류의 존재는 진화라는 과정 중에 발생한 우연의 산물이라고 보는 그의 견해는 주류가 보기에 불온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도착한 킬른에는 여러 생물이 풍성하게 살아 숨 쉰다.

하지만 지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생물은 발견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지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건축물의 잔해가 곳곳에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그것들을 지은 존재의 화석이나 그들이 썼을 법한 도구 같은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배계층은 우주가 인간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믿으므로 그 역시도 인간과 매우 흡사한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정체가 베일에 싸여있는 것이다

유배지에서 낯선 외계 생명체의 흔적과 마주한 그는 자신의 생존과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SF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과학적 장치들이 필요한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다른 행성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생명체 계를 표현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간 이동 기술이 전제된 작품이지만, 그런 기술은 '어찌 됐든 가능하다'라며 뭉뚱그리는 반면, 토착 생물에 대한 묘사에는 꽤나 공을 들였고 지구 생명체와는 확연히 다른 공생 체계도 잘 구축해두고 있다.

이곳에는 밀폐된 존재가 없다. 하지만 생물이란 원래 그렇다.

우리는 그것을 분류하고, 두 개의 라틴어 이름과 정기준 표본을 부여한 뒤

그것이 같은 뿌리를 가진 가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pg 317)

스토리 전개적인 측면에서도 '낯선 행성에서의 생물학 탐구'라는 재미없어 보이는 주제를 계급독재 사회에서의 저항 운동과 접목해 상당히 몰입감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중반까지는 억압적인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밀고자 이슈가 중요하게 작용하면서 낯선 환경이 주는 고난에 인간관계적인 고난을 더해준다.

후반부의 결말은 '아바타'라는 걸출한 SF 영화를 이미 접한 사람들에게는 아주 예상 밖의 전개는 아닐 것 같다.

하지만 '아바타'의 세상이 과거의 인류가 조금 다른 방식으로 문명을 발전시켰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를 상상한 것에 가깝다면, 본 작품 속 세상은 아예 다른 종과 관계 맺는 방식부터가 다른 세상은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한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일 것이다.

'적자생존'이라는 말 때문에 우리는 진화를 권투 시합처럼 상상한다.

링에 최후까지 남는 선수가 벨트를 차지하는.

타자보다 더 크고 강하다고 '적자'가 되는 것이 아니다.

타자보다 주어진 일을 더 잘 해서도 아니다. 그 모든 타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물학은 그렇게 움직인다.

모든 세포는 다른 세포를 필요로 하고, 모든 기관은 다른 기관을 필요로 하며,

모든 유기체는 다른 유기체를 필요로 한다. 생물의 기본 단위는 모든 생물이다.

(pg 323)

조금 아쉬웠던 점이라면 번역의 문제인지 원문의 문제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문장이 좀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그네'라는 삼인칭 대명사가 자주 쓰인다는 점도 그렇고(이는 성별로 구분된 인칭대명사를 최대한 피하고자 함이었을 것 같긴 하다.), 국어로 읽기에는 다소 어색하게 끝나거나 순서를 도치해서 쓰는 문장들이 많다는 점도 그렇다.

하지만 SF 버전의 독재 사회 타파를 보여줄 것 같았던 초중반이 지나고 킬른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그동안 누적된 궁금증들이 해소되는 쾌감이 상당히 좋았고, 결말 역시 깔끔하고 인상적이었다.

또한 저자가 만든 세계가 우리의 현실과는 굉장히 다르면서 독창적인데, 그러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증오하게 만들고 있는 트럼프 시대에 모두가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굉장히 현실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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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짭짤 모두의 파스타
도모리 시루코 지음, 기무라 이코 그림, 후지타 사유리 옮김 / 라곰스쿨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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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독신으로 아이를 낳아 화제가 되었던 방송인 '사유리'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직접 번역하게 되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는 초등학생용 동화책이다.

엄마가 아이와 함께 읽고 싶은 이야기라니 과연 어떤 내용일지, 나도 딸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싶었다.

작품의 주인공은 '미리'라는 여자아이다.

미리는 학교에서 순간의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친구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고 만다.

친구가 기분 나빠했지만, 바로 사과하지 못하고 찜찜한 마음으로 하굣길에 나선다.

그런 미리 앞에 신비롭게 생긴 거대한 빨대가 나타나고, 그 안에 들어서자 모든 것이 파스타로 이루어진 '파스타 나라'에 도착하게 된다.

다른 세계에 떨어져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쿠스쿠스'라는 남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쿠스쿠스를 통해 파스타 나라의 구성원들을 알아가게 되면서 미리는 긴 파스타와 짧은 파스타가 서로 전쟁을 벌이는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파스타인 쿠스쿠스는 어느 한 쪽의 편을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쪽에서 비난을 받고 있었다.

사소한 오해가 부른 갈등을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미리는 다시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책에는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파스타들이 등장한다.

모양과 식감이 다르기는 하지만 밀가루로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이 소스에는 반드시 이 파스타를 써야만 한다는 법칙 같은 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이처럼 우리가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문제들에도 정답이 꼭 하나여야 한다는 법은 없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준다.

"무엇이든 딱 하나의 정답만 있는 건 아니야."

"정답이 여러 개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정답이 별처럼 수없이 많을 땐 도리어 아무것도 안 보일 수도 있어."

(pg 74-75)

또한 친구에게 바로 사과하지 못했던 미리나 사소한 오해가 쌓여 전쟁이 일어나고 만 파스타 나라의 사례처럼 잘못한 일이 있을 때에는 바로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 시기를 놓쳐버린다면 않는다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고, 사과하기도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전문 번역인이 아닌 방송인이 한 번역이라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읽었는데 어린이 눈 높이에 잘 맞으면서도 어색하거나 이상한 부분 없이 깔끔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었다는 말이 마케팅용 문구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귀여운 그림체와 감동이 있으면서도 재미난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초등학생이라면 누구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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