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뭔가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는 저자 이름과 달리 작품은 첨단을 달리는 SF, 그것도 스페이스오페라 장르라고 해서 관심이 끌렸다.
잘 쓰면 대박이지만, 어설프면 유치해지기 쉬운 장르라 여러 수상 이력이 있는 작가가 어떤 세계를 만들었을지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되었다.
일단 SF 작품인지라 어떤 세계를 그리고 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기술적으로는 성간 이동이 가능해진 미래이며 활동 반경이 넓어진 인류를 통치하기 위해 지구의 메인 스트림은 굉장히 경직적인 독재 체제를 이루고 있다.
당연히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고, 이러한 저항 세력들을 잡아다가 외부 행성 개척에 노동력으로 보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은 '아턴 다데브'라는 생물학자다.
그는 당시 주류 과학계와 입장이 달라 진리의 추구가 곧 체제 저항이 되고 말았고 결국 '킬른'이라 불리는 외계 행성으로 유배를 떠나게 된다.
작품 속 주류 과학계에는 인류의 우주 지배를 정당화하기 위해 진화의 끝에는 언제나 인류와 같은 생명체가 탄생하기 마련이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었는데, 사실 생물학적으로 진화에는 방향이 없기 때문에 인류의 존재는 진화라는 과정 중에 발생한 우연의 산물이라고 보는 그의 견해는 주류가 보기에 불온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도착한 킬른에는 여러 생물이 풍성하게 살아 숨 쉰다.
하지만 지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되는 생물은 발견되지 않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위적으로 지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건축물의 잔해가 곳곳에 존재한다.
특이한 점은 그것들을 지은 존재의 화석이나 그들이 썼을 법한 도구 같은 것이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배계층은 우주가 인간을 만드는 경향이 있다고 믿으므로 그 역시도 인간과 매우 흡사한 어떤 존재가 만들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데 그 정체가 베일에 싸여있는 것이다
유배지에서 낯선 외계 생명체의 흔적과 마주한 그는 자신의 생존과 과학자로서의 호기심이라는 상반되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SF 작품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과학적 장치들이 필요한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특히 다른 행성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온 생명체 계를 표현하는데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간 이동 기술이 전제된 작품이지만, 그런 기술은 '어찌 됐든 가능하다'라며 뭉뚱그리는 반면, 토착 생물에 대한 묘사에는 꽤나 공을 들였고 지구 생명체와는 확연히 다른 공생 체계도 잘 구축해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