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 하다 앤솔러지 1
김유담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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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기만 한 일 같은 것은 세상에 없는 줄 알았는데, 하지랑 산책하는 일은 정말 그래. 마냥 좋아. 다만 여전히 모르겠어. 내가 하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내 말에 준은 그런 질문은 무의미할지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좋기만 한 시간 속에서 자꾸만 너의 쓸모를 찾아서 무엇해. 정 그러면 너의 행복이 너의 쓸모라고 생각해 봐. 네가 행복한 만큼 하지도 행복할 테니까. <유령 개 산책하기 - 임선우>


다섯 명의 소설가가 하나의 주제로 쓴 앤솔러지 소설집 《걷다》가 열린책들에서 ‘하다 앤솔러지’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출간되었다.


김유담의 《없는 셈 치고》, 성해나의 《후보》, 《유월이니까》, 임선우의 《유령 개 산책하기》, 임현의 《느리게 흩어지기》까지, 다섯 이야기 모두 각자의 상실과 그리움, 외로움 속에서 ‘걷기’라는 일상을 통해 회복과 성찰의 시간을 담았다.


특히 임선우의 《유령 개 산책하기》는 세상을 떠난 반려견과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다시 보내는 일이 두려워 산책도, 사람과 만나는 일도 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눈물 나도록 몰입하게 한다.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읽으면 더 와닿는 책이다. 가방에 한 권 넣고 걷다가 잠시 멈춰 읽거나 공원에 앉아 읽기에도 좋다. 지금 같은 날씨에 꼭 어울리는 책!


하다 앤솔러지는 동사 <하다>를 주제로, 우리가 하는 다섯 가지 행동 <걷다, 묻다, 보다, 듣다, 안다>에 관해 25명의 소설가가 함께한 단편소설집이라고 한다. 다음 주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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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 가장 조용한 참사, 교제폭력을 말하다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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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매일 최소 한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있다.

피해자와 유가족, 생존자와 조력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교제 폭력의 특성과 심각성, 수사기관가 사법부, 국회의 문제들을 돌아보고, 호주와 스웨덴의 예를 보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도 제시한다.


208쪽, 얇다면 얇은 이 책이 어찌나 무겁던지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읽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1장에서 다룬 당진 자매 살해 사건만 봐도 벌써 부아가 치밀고, 법 앞에서 무력해진 유가족의 절규를 들으며 나 또한 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법과 정책이 없는 것에 또 한 번 무너지고, 열한 번이나 신고했지만 끝내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에 다시 무너졌다.

사법부는 좀 나을까?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재판에서조차 터무니없는 말이 오가는 걸 보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들을 보호할 법과 정책은 왜 없는지, 국회를 향해 소리쳐도 과연 누가 들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죽음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다른 죽음들이 줄어들 것이다.” 끔찍한 폭력을 딛고 일어난 생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들과 연대하고 더 이상 이런 고통이 없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어떤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교제 폭력의 구조와 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자의 크나큰 고통뿐 아니라 아주 작은 억울함도 빠져나갈 수 없게 촘촘한 법망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을 통해 교제 폭력의 현실이 더 알려지고, 사람들이 더 많이 연대하며 목소리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답답해서 가슴을 치게 되는 책이다. 펼치기도, 읽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더 이상 친밀한 상대에게 죽어나가는 여성이 없도록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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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일기 - 책과 사람을 잇는 어느 다정한 순간의 기록
여운 지음 / 티라미수 더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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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작은 그림 한 조각 때문에 책을 사고, 또 누군가는 문장 한 줄 때문에 책을 산다. 그러니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무슨 책을 찾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 다르다. 그리고 나는 그렇게 책과 사람을 이어주는 모든 순간에 작은 손길을 보태는 것이 좋다. 이 일을 사랑한다. 모든 고단함을 잊을 만큼 말이다. 

언젠가 나만의 서점을 갖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인지 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발견하면 꼭 읽어봐야 마음이 놓인다. 『서점 일기』도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총 세 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챕터 [서점에 다니는 사람들]은 서점에 방문하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불편한 걸음으로 책을 찾는 할아버지, 쌈짓돈으로 손주에게 책을 사주는 할머니, 등산 후 시집을 읽고 가는 시인, 다정하게 딸의 펜을 골라주는 아버지. 그리고 오자마자 고학력을 커밍아웃하는 어르신, 필요한 부분만 복사해가는 손님까지. 다양한 손님들의 모습이 등장한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손님들조차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렇게 세상을 따뜻하게 볼 수 있을까’ 감탄하게 된다.

두 번째 챕터 [서점을 읽다]에서는 서점 안의 하루들이 펼쳐진다. 고되고 반복적인 일상 속에서도 책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는 모습, 본인의 일을 사랑하고 자부심을 느끼는 작가의 태도가 인상 깊다. 서점에서 일한다는 것의 고단함과 기쁨이 동시에 전해진다.

세 번째 [서점 밖 책방]에서는 책을 향한 작가의 애정이 절정에 이른다. 서점 투어, 수업 참여, 북클럽 운영과 같은 일상들이 이어진다.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꿈을 향해 나아가는 한 사람의 진심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마지막 [닫는 글]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작가는 자신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를 생각하다, 한참 후에야 그 답을 찾았다고 고백한다.
생계를 위해 길 위에서 장사를 하며 틈날 때마다 딸에게 편지를 쓰고, 겨울 거리 위에서도 푸시킨의 시를 끄적이던 어머니. 시를 품은 사람.
훗날 작가가 운영할 서점에서,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시 이야기를 들으며 시집 한 권을 사들고 나오는 내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작가는 서점에 붙일 이름도 몇 가지 생각해두었다고 한다. 나는 그중에서도 [여운상회]라는 이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작가의 어머니가 운영하시던 가게 이름이라고 했다. 시를 좋아하던 엄마, 그리고 그 마음을 물려받은 딸이 그 이름을 이어 받아 서점을 열게 된다면, 이보다 더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책을 좋아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라면 뭐든 좋아한다. 서점과 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에는 특히 마음이 끌린다. 이렇게 다정하게 쓰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책에 대한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상상 속 다정한 친구 하나를 만난 기분이다.


언젠가, 여운상회가 아니더라도, 이 친구와 다시 만나게 되기를.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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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것도
최제훈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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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밤에 잠을 깨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다. 깊은 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오기 때문이다. 깊은 밤과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건 괜찮지만, 무심코 속내를 내비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건 조심해야 한다. 깊은 밤은 무엇 하나 허투루 듣는 법이 없다. 숨결 같은 작은 속삭임도, 속삭임마저 생략된 여린 한숨도, 깊은 밤의 깊고 캄캄한 동굴로 들어가면 거센 돌개바람으로 되울려 나온다. 가라앉은 마음을 들쑤시고, 몽롱한 정신을 뾰족하게 벼리고, 모든 자세를 불편하게 만들어 침대 위를 뒹굴게 하는.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잠은 멀어진다. 희붐한 새벽빛이 깊은 밤을 밀어낼 때까지.

최제훈 작가와는 이번이 첫 만남이었다. 전작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더더욱 기대를 하고 책을 펼쳤는데 이게 무슨 일? ㅋㅋ

첫 소설 [깊은 밤]에서는 ‘아, 이렇게 감성적인 글을 쓰는 분이구나’ 싶었는데, 곧이어 만난 [날지 않는 새들의 모임]에서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게 된다. [딜레마]부터는 ‘갑자기 호러 장르로 가는 건가?’ 싶더니, 표제작 [아뇨, 아무것도]에서 그 정점에 이르고, 이어지는 [여기는 게이바가 아닙니다]에서는 분위기가 다시 유쾌하게 전환된다.

그러다 너무 놀랍게도 [작가의 말]이 등장한다. 처음엔 ‘작가의 말’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단편인 줄 알았는데, 진짜 작가의 말이었다. 알고 보니 목차가 가나다순으로 배열되어 있었고, 그래서 여러 이야기가 마치 뒤죽박죽 섞인 듯 배치되어 있었던 것. 다양한 장르가 쏟아져 나와 읽는 내내 즐거웠다.

어떤 소설들에선 피식 웃었다가, 어떤 소설에선 반전에 울컥하기도 하고, 어떤 소설에선 약간 무서워서 소름도 돋았다가 어떤 소설에선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면서 엉뚱함에 웃음이 나왔다. 청탁 없이 마감 없이 분량 제한 없이, 그냥 쓰고 싶어서 그냥 썼다고 하셨는데, 그 점이 이 소설집을 더더욱 매력 있게 만든 듯하다.

감성적이었던 첫 소설 [깊은 밤]부터, 가나다순에서 갑자기 허를 찌르는 마지막 소설 [마트료시카]까지 지루할 틈이 없는 책이었다.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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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기로 마음먹은 당신에게 - 나를 활자에 옮기는 가장 사적인 글방
양다솔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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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가장 무용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빈 종이에 한 문장씩 채워 넣는 그것이요. 그게 지금 당장 밥을 줍니까, 세계 평화를 줍니까. 그런데 그 한 문장 쓰는 데는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재미있는 것은, 이 무용한 것을 함으로써 내 삶의 모든 것이 유용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쓰기만큼이나 삶을 유용하게 만드는 일을 찾지 못했어요. 이전에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간’만 중요한 순간, 필요한 순간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쓰기를 시작하니 삶의 모든 순간이 필요해졌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순간, 후회하고 자책하는 순간, 다음 쇼츠 영상을 보기 위해 손가락을 올리는 순간, 누군가에게 거절당하고 배제되는 순간, 도전을 실패하는 순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나조차 스스로를 외면했던 순간까지도 중요합니다. 세상이 ‘가치 없다’라고 부르는 모든 순간의 무대, 그것이 바로 쓰기의 세상이거든요.

에세이스트이자 '까불이 글방'을 운영하는 글방 지기 양다솔 작가의 신작 에세이.


총 5부로 나뉘어, 에세이스트 양다솔이 아니라 ‘글방 지기’로서 자신의 진솔한 글쓰기 경험을 나누며, 글을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섬세한 팁을 전해준다.

글 앞에서 늘 막막한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글감 키워드를 제공해, 까불이 글방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나만의 글방을 열 수 있도록 안내해 주는 ‘신개념 에세이’였다.

편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각 키워드에 글을 써보라 권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그래서 용기가 없던 ‘쓰린이’들도 "나도 한 번 써볼까?"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독후감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한 지 3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기만 하고,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쓰는 일도 늘 막막하다.


이 책은 글을 쓰려고 앉은 나에게 "모두가 너와 같은 마음이야" 하고 다정하게 응원해 주기도 하고, 도망가려는 나를 붙잡아 "얼른 앉아서 써!" 하고 귀엽게 독촉하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엔 화면 앞을 빠져나간 나를 다시 키보드 앞으로 데려오기 위해 어르고 달래주는 책이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니, 언젠가는 나도 제대로 된 에세이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자며 조르듯 건네는 이 귀엽고 다정한 편지들로 인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의 세계로 빠져들게 될지 궁금하다.

나는 일단 무릎까진 담근 듯.


😀 해당 게시물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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