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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다 죽은 여자들 - 가장 조용한 참사, 교제폭력을 말하다
경향신문 여성서사아카이브 플랫 지음 / 동녘 / 2025년 7월
평점 :
한국에서는 매일 최소 한 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목숨을 잃거나 위협당한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뉘어져있다.
피해자와 유가족, 생존자와 조력자,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교제 폭력의 특성과 심각성, 수사기관가 사법부, 국회의 문제들을 돌아보고, 호주와 스웨덴의 예를 보며 우리나라가 나아가야할 방향도 제시한다.
208쪽, 얇다면 얇은 이 책이 어찌나 무겁던지 덮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읽는 데만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1장에서 다룬 당진 자매 살해 사건만 봐도 벌써 부아가 치밀고, 법 앞에서 무력해진 유가족의 절규를 들으며 나 또한 울 수밖에 없었다.
이들을 제대로 보호할 법과 정책이 없는 것에 또 한 번 무너지고, 열한 번이나 신고했지만 끝내 살해당할 수밖에 없었던 피해자 유가족의 이야기에 다시 무너졌다.
사법부는 좀 나을까?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재판에서조차 터무니없는 말이 오가는 걸 보고 구역질이 치밀었다. 책을 계속 읽어야 하나 고민했다. 이들을 보호할 법과 정책은 왜 없는지, 국회를 향해 소리쳐도 과연 누가 들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이렇게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죽음들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다른 죽음들이 줄어들 것이다.” 끔찍한 폭력을 딛고 일어난 생존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들과 연대하고 더 이상 이런 고통이 없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내가 어떤 힘을 보탤 수 있을지 고민했다.
교제 폭력의 구조와 원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파악하고, 피해자의 크나큰 고통뿐 아니라 아주 작은 억울함도 빠져나갈 수 없게 촘촘한 법망을 만드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책을 통해 교제 폭력의 현실이 더 알려지고, 사람들이 더 많이 연대하며 목소리가 쌓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가 나고, 눈물이 나고, 답답해서 가슴을 치게 되는 책이다. 펼치기도, 읽어나가기도 쉽지 않은 책이었지만 더 이상 친밀한 상대에게 죽어나가는 여성이 없도록 많은 사람에게 읽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