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의 기술 2 NFF (New Face of Fiction)
채드 하바크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역시나 너무 큰 기대는 실망만을 준다는 명확한 명제를 재확인한 책이다.

띠 지에 적힌 <1Q84>를 제치고 아마존 '올해의 책' 1위 선정이라는 문구 같은 건 애초에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

오히려 책 소개에 실린 "야구 그 이상을 보여주는 진정한 야구 소설. 데뷔작이지만 너무도 자신감 있고, 조예 깊으며, 예측할 수 없고, 전적으로 기억할 만한 작품"이라는 문장이 꼭 올해가 가기 전에 읽어야겠다 맘을 먹게 하였다.

그리고 읽었다.

읽고 나니 여러 인간 군상들의 성장 소설이었다.

주인공 헨리부터, 그의 정신적 멘토 마이크, 대학 총장 어펜라이트와 그의 딸 펠라의 꼬인 인생에 관한...

1, 2 권으로 나누어진 책인데 1권까지만 해도 익숙한 야구 이야기인지라 꽤 재밌게 읽었다.

그러나 어펜라이트 총장과 그의 제자 오웬의 사랑이 시작되면서부터 뭐랄까 소설은 내게 낯섦을 주었고 이야기가 마무리되기까지 처음의 그 친밀감을 결코 찾을 수 없었다.

크게 내가 성적 차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본적 은 없지만, 보수적인 한국 사회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가슴속에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행태는 와닿지를 못했다.

이렇게 적고 나니 무슨 청학동 댕기 머리 총각 같기도 한데, 쩝.

 

만약 내가 작가였으면 좀 더 헨리에게 초점을 맞춰 영화 <루키>같은 느낌의 이야기로 풀어 나갔을 것이다.

유망주에서 스티브 블래스 증후군을 앓으며 순식간에 똥통으로 빠져버린 유격수 그러나 그가 다시 극복하는 이야기.

그러나 난 작가가 아니므로 이 소설에 약간 투덜대는 수준밖에 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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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이병률 시인ㆍ이채영 변호사> 특별한 대담"

1명 / 1920년대 파리에서 만나는 예술가들과 그들과의 낭만이라...말만 들어도 끌리는 영화입니다.거기다 더해 두 작가님들과의 대담도 있다니 이거 뭐 금상첨화 아닙니까? 꼭 초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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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올해 상반기가 거의 마무리 돼가는 가운데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만 꼽아보자니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 한 책이다.
개중 2012년 이전에 출간된 책을 제외해보니 거의 탑 3급.
그럴수 밖에 없는게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시니컬한 주인공, 범죄, 조직, 야구, 여자, 배신, 복수 등등...

책의 제목 악당들의 섬(Rogue Island)은 소설 속 무대의 배경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주의 어원이다.
그러나 책 속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인지라 진실 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
아마도 로드아일랜드주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고 작은 주에서 경제권 이권 다툼이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한 풍자로 작가가 만든 말인 거 같기도 하다.
어찌 됐든 로드아일랜드의 어원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이만 접고 책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 리엄 멀리건은 로드아일랜드 주도 프로비던스의 신문사 민완 취재 기자이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 작은 동네 마운트 호프에는 난데없는 연쇄 방화범의 출현으로 온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방화로 인하여 추억 속의 건물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이웃들이 죽는 것도 모자라 결국 고등학교 동창인 소방관이 죽고 그의 학창시절 은사도 죽고 만다.
분노로 가득 찬 멀리건은 자신의 직분과 동네 이웃들을 최대한 이용하며 방화범을 잡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는데...



 

부산의 롯데처럼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레드삭스가 언급되지 않은 걸 본적이 없다.
척 호건의 <타운>도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로드아일랜드 주가 보스턴이 위치한 매사추세츠 주 바로 옆에 붙어있다.
아니라 다를까 <악당들의 섬>에서는 주요 소재를 넘어 소설과 삭스의 시즌이 맥을 같이한다.
삭스가 성적을 낼수록 멀리건의 수사에도 가속이 붙다가 멀리건이 난관에 봉착할 땐 삭스도 순위가 뒤바뀐다.
결국, 9회 말 투아웃에 10점이나 뒤진 상황까지 몰리고 마는 멀리건.
그러나 한국의 유명한 해설가는 말했다. '야구 몰라요'
멀리건과 그의 동료는 대역전극을 만들고 시합의 관중이자 독자인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만다.
'끅끅' 대면서 집에서 혼자 읽었기에 망정이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데뷔작으로 쓴 브루스 디실바는 주인공처럼 역시나 로드아일랜드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4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으며 퓰리처상을 비롯한 주요 언론상을 수상하고 신문에 범죄 소설 리뷰를 작성하다 문학계와 연이 닿아 작가의 길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작품의 탄생에 가장 공헌한 이는 거장 에드 맥베인이다.
우리에게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이 거장이 드실바의 단편을 읽고 팬레터를 보냈고 그 편지에 힘입어 멋진 데뷔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에드 맥베인의 편지 덕분에 나는 2012년 여름 어느 이틀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책장에 꽂힌 <경관 혐오자> 책표지가 덩달아 웃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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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Quiet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직장을 가건 학교에 가건 앞에 나서고 무리를 이끄는 사람을 대단하게 보고 그런 사람이 되도록 주변에서 채찍질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론 자신의 기질이 그에 맞으면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고 남들에게 칭송이나 부러움 가득 담긴 시선도 받을 수 있지만 나 같이 내향적인 이들에겐 꽤나 힘든 일이고 고민이 되는 일이다.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는커녕 말 한마디 하려고 해도 아침부터 심장이 두 근 반 세 근 반인데 거기다 더해 소극적이라는 덤터기 까지 씌워 무능력하다고 바라보는 시선은 꽤나 아프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도 내향적이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에 대한 낡은 편견을 벗을 수 있었고 외향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모두 외치는 가운데에서 꿋꿋하게 내 발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자신감도 얻었다.

저자는 우리가 산업 성장 시대를 지나오면서 좀 더 적극적인 성격을 필요로 하게 됐고(많은 돈을 많이 벌기 위하여) 그 결과 외향성이 롤모델인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그 후로 집단 최면에 걸린 듯 세상은 외향적인 사람에 목을 매고 심지어 내향적인 사람들조차 자기 자신을 속이고 외향적인척한다.
그러나 작가는 그 집단 최면이 얼마나 무서운지 실제로 외향적인 리더나 CEO가 옳은 길로 회사나 팀을 이끄는지를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그 실례 중 가장 인상적인었던 건 역시나 '브레인스토밍' 부분이다.
우리 속담에 있는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가 적용되는 혼자보단 같이 생각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잘못된 믿음.
책은 실제 '브레인스토밍'의 실패를 세 가지 이유로 설명하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는 '사회적 태만' - 무리 중엔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 하겠지라고 남에게 기대는 사람들이 있다.
둘째는 '생산 봉쇄' - 여러 사람이 모여 말하지만 실제로 그 시간에 말하고 있는 건 주로 한 두 사람이다. 나머지는 수동적이다.
셋째는 '평가 불안' -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두려워 전부 발언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런 '브레인스토밍'에도 예외가 있으니 바로 온라인 브레인스토밍이다. 이유는 다들 알아채셨으리라.

 

그다음으로 '쿨하다'는 개념이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설명하는 부분.
과학자들이 피실험자의 성격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 중에 피부 전도율 실험이 있는데, 잡음이나 강한 감정과 기타 자극에 반응하여 땀이 얼마나 나는지 기록하는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내향적인 사람들은 땀을 더 흘리고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니깐), 외향적인 사람은 적게 흘린다.
이들의 피부는 문자 그대로 '두껍고', 만져보면 시원하다. 바로 여기에서 사회적으로 '쿨하다'는 개념이 생겨났다.
남들이 주는 자극에 별 반응이 없고 그냥 돌아서는 것 우리가 아는 '쿨하다'는 성격이다.
그에 반하여 내향적인 사람들은 남들이 뱉은 별 뜻 없는 소리에도 마음 깊이 상처입고 다시 한번 되묻다가 '쫀쫀하다'는 말을 듣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 책이 말하는 바가 외향적인 걸 일체 배제하고 개인 수행 하듯 내향적인 삶을 살자는 말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무 외향성에 치우쳐 있으니 어느 정도 방향을 틀어 바로 잡자는 것이다.
심리학자 카를 융도 '순전히 외향적인 사람이나 순전히 내향적인 사람 같은 건 없다. 그런 사람은 정신 병동에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여러 학생들 간의 협력 학습을 가르칠 필요가 있지만, 그만큼 혼자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간과 교육에 좀 더 배려해야 한다는 말이다.

 

 

 

 

 

가장 인상 깊은 문구

 

'어쩌면 성격 유형에 관한 가장 흔하고도 파괴적인 오해는 내향적인 사람들이 반사회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들이 친사회적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살펴보았듯, 양쪽 다 옳지 않다. 내향적인 사람과 외향적인 사람은 서로 다르게 사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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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얏상 스토리콜렉터 9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최근 미스터리 쟝르물만 쭉 읽다가 오랜만에 읽은 유쾌한 소설.

나의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고 마음은 따뜻하게 해주었다.


처음 이 책에 손을 댄 계기는 음식 관련 소설이라는 정보 덕분이었다.

먹는 것도 좋아하지만 맛있는 음식이 글로 묘사된 걸 읽으며 상상하는 것도 좋아하는 나에겐 그야말로 희소식.

그러나 첫 장을 넘기자마자 나의 그런 기대는 깨지고 말았으니, 왜냐 등장인물들이 노숙자인 거다.

노숙자와 맛있는 음식이라니 이건 뭐 최불암과 소녀시대가 같은 무대에 선 것보다 더 어색한 느낌?

그러나 이런 낯섦에 대한 호기심이 계속 나를 붙잡았고 결국 나는 얏상이 주는 인간미에 흠뻑 빠지고 말았다.


노숙자이지만 음식과 그 참 맛에 대한 깊이가 깊은 얏상이 노숙자로 살아가며 벌이는 따뜻한 행각들이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과 함께 잘 버무려져 있다.

책을 읽으며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비록 자신이 노숙자임에도 남에겐 폐를 끼치는 않는 일본인의 특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얏상의 모습이었다. 아래 문장을 보면 그의 성격을 잘 알 수 있다.


머리도 몸도 매일 깨끗이 씼는다. 설사 소매가 다 헤진 옷이더라도 부지런히 빨아 입어야 한다. 손톱을 깎고 수염을 면도 하고 귓속도 깨끗이 청소한다. 그렇게 깔끔해야만  긴자 사람들도 그들의 존재를 용납해준다는 것이 남자의 주장이였다.

 - 12페이지 중에서


 우린 세금이라는 걸 내지 않쟎느냐. 단 1엔도 세금을 내지 않는 인간이 정치니 행정이니 하는 문제에 간섭하거나 비판할 자격  따위 없다는 얘기야.  - 211페이지 중에서


노숙자 다카오가 이런 얏상을 만나 사회로 복귀하고 거기다 더해 사랑까지 만나게 되기까지 이야기가 옵니 버스 식으로 구성 되어 있으며 그 와중에 얏상의 정신적 부인인 재일 교포 오머니, 같은 노숙자이자 얏상의 스승님인 시노켄, 트럭 운전사 류지 같은 캐릭터들이 각각의 에피 소드마다 함께 하며 읽는 이들에게 잔잔한 웃음을 준다.

머리가 복잡하신 분 아니면 우울한 기분을 전환하고 싶으신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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