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올해 상반기가 거의 마무리 돼가는 가운데 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만 꼽아보자니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 한 책이다.
개중 2012년 이전에 출간된 책을 제외해보니 거의 탑 3급.
그럴수 밖에 없는게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시니컬한 주인공, 범죄, 조직, 야구, 여자, 배신, 복수 등등...

책의 제목 악당들의 섬(Rogue Island)은 소설 속 무대의 배경 로드아일랜드(Rhode Island) 주의 어원이다.
그러나 책 속 주인공의 입을 통해 나온 말인지라 진실 여부는 보장할 수 없다.
아마도 로드아일랜드주가 미국에서 가장 작은 주고 작은 주에서 경제권 이권 다툼이 알음알음으로 이루어지는 상황에 대한 풍자로 작가가 만든 말인 거 같기도 하다.
어찌 됐든 로드아일랜드의 어원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니 이만 접고 책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 리엄 멀리건은 로드아일랜드 주도 프로비던스의 신문사 민완 취재 기자이다.
눈으로 뒤덮인 겨울, 작은 동네 마운트 호프에는 난데없는 연쇄 방화범의 출현으로 온 마을이 쑥대밭으로 변했다.
방화로 인하여 추억 속의 건물들이 잿더미로 변하고 이웃들이 죽는 것도 모자라 결국 고등학교 동창인 소방관이 죽고 그의 학창시절 은사도 죽고 만다.
분노로 가득 찬 멀리건은 자신의 직분과 동네 이웃들을 최대한 이용하며 방화범을 잡기 위한 추적을 시작하는데...



 

부산의 롯데처럼 보스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에서 레드삭스가 언급되지 않은 걸 본적이 없다.
척 호건의 <타운>도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에서도 주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지도를 찾아보니 로드아일랜드 주가 보스턴이 위치한 매사추세츠 주 바로 옆에 붙어있다.
아니라 다를까 <악당들의 섬>에서는 주요 소재를 넘어 소설과 삭스의 시즌이 맥을 같이한다.
삭스가 성적을 낼수록 멀리건의 수사에도 가속이 붙다가 멀리건이 난관에 봉착할 땐 삭스도 순위가 뒤바뀐다.
결국, 9회 말 투아웃에 10점이나 뒤진 상황까지 몰리고 마는 멀리건.
그러나 한국의 유명한 해설가는 말했다. '야구 몰라요'
멀리건과 그의 동료는 대역전극을 만들고 시합의 관중이자 독자인 나는 환호성을 지르고 만다.
'끅끅' 대면서 집에서 혼자 읽었기에 망정이지라고 생각했다.

이런 작품을 데뷔작으로 쓴 브루스 디실바는 주인공처럼 역시나 로드아일랜드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4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으며 퓰리처상을 비롯한 주요 언론상을 수상하고 신문에 범죄 소설 리뷰를 작성하다 문학계와 연이 닿아 작가의 길에 이르렀다.
그러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이 작품의 탄생에 가장 공헌한 이는 거장 에드 맥베인이다.
우리에게 '87분서 시리즈'로 유명한 이 거장이 드실바의 단편을 읽고 팬레터를 보냈고 그 편지에 힘입어 멋진 데뷔작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에드 맥베인의 편지 덕분에 나는 2012년 여름 어느 이틀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다.
책장에 꽂힌 <경관 혐오자> 책표지가 덩달아 웃고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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