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곶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예진 옮김 / 검은숲 / 201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내내 범인을 응원하며 읽은 색다른 작품이었다.
앞서 나온 국명시리즈들 속 살인이 주로 자신의 욕망을(금전적이든 애정이든) 채우기 위한 살인이었다면 이 작품 속 살인은 안타까운 살인이었다.
바로 살해당한 이가 최악의 인물이었던 것.
지골로, 여자를 유혹하여 관계를 맺고 그 후 협박으로 먹고사는 그런 남자였던 것이다.
여기까지야 평범한 추리 소설 속에서 자주 접한 설정이지만 문제는 이 남자가 달랑 망토 하나만 두른 채 나체로 발견되었다는 데에 있다.
도저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상황.

<스페인 곶 미스터리>에는 전작 <샴 쌍둥이 미스터리>에서 잠시 사라졌었던 '독자에의 도전'이 있다.
역시나 '독자에의 도전'까지만 읽고 책갈피를 꽂은 뒤 커피 한 잔과 함께 꽤 열심히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추리 소설을 읽은 짬밥으로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겠는데 논리적으로 어떻게 범행을 저질렀는지, 어떤 증거들이 그를 (또는 그녀를) 범인이라 지목하는지를 명탐정처럼 명확하게 추리하지 못했다.
혹시나 머리 회전에 도움이 될까 싶어 내린 커피가 다 식어버렸는데도 앞에 펼쳐진 노트 속에는 사건 속 몇몇 등장인물의 이름과 사건의 타임테이블 정도만 적힌 낙서뿐.
빨리 엘러리 퀸의 설명을 듣고 싶은 욕구를 자제해가며 나름 회색 뇌세포를 굴렸지만 역시나 난 헤이스팅즈였고, 새로운 각오로 맞이한 '독자에의 도전'장은 언제나처럼 퀸의 완승으로 끝나버리고 말았다.

뒷장을 다 읽고 나니 소설 초반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던져졌던 사소한 것들이 다 완벽한 마무리를 위한 무대장치였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엘러리 퀸. 말이 필요 없다.
그나저나 이런 작품이 왜 국내 초역인지 의문이다.
단순하게 안 팔릴까 봐 안 나온 건가?
피해자 직업이 제비라는 거 외엔 크게 선정적인 것도 없는데 이유가 뭘까 정말 궁금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잭 리처의 하드웨이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전미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캄보디아에서 출간된듯한 표지. 절망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은 볼 수 없는 '추억 전당포'라는 가게가 있고 그 가게에 사는 마녀가 어린이들에게만 추억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다.

그러나 20세가 될 때까지 그 추억을 되찾아가지 않으면 추억은 영원히 사라지고 해안가 절벽 아래 불가사리가 버리고 만다.

 

아마 대부분 어른이 '아 애들이 읽을만한 이야기구나, 저런 읽기엔 난 나이가 좀 먹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나 책이 얇고 마침 무거운 이야기를 읽던 중이라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아 그러나 웬걸 이런 반전이 있나!!

정말 집중하여 읽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릴 곳을 지나쳤고, 다 큰 남자가 읽기엔 어색한 표지와 제목이라 생각했는지 건너편에 앉은 여자가 흘끔 쳐다보기도 했다.)

어른이 되었고, 세상의 때가 이미 많이 묻었고, 산타클로스 같은 이야기에 콧방귀를 끼지만 어딘가 나의 깊은 곳에 '순수'라는 게 숨겨져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왜 어른은 추억을 맡길 수 없는 거야. 어른이야말로 돈을 더 필요로 하고 지우고 싶은 추억도 더 많다고.

은빛 머리카락이 세로로 말린 세련된 외모의 마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

청소하는 달팽이.

손님에게 내줄 차를 준비하는 다람쥐.

이런 것도 어른들에게 필요할 때가 있다고.

지친 어느 날 나도 다람쥐가 내준 차와 쿠키를 먹으며 마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역자 후기에서 번역하신 분도 쓰셨지만, 어른이 읽고도 유치한 느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녀의 전당포를 방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건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었다.

생생한 표현과 문장력에 나 역시 반해버렸다.

특히나 다람쥐와 달팽이의 설정에는 정말, 어쩜 그리 야무지게 귀여운 상상을 할 수 있는지.

하루토, 리카, 메이, 마녀 그리고 약간은 얄미운 유키나리 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들고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은 작가의 능력.

책을 다 덮고서도 혼자서 '역시나 대단해, 이야기를 쓴다는 건 대단해' 연발.

 

그나저나 이 소설 완전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용으로 딱 아닌가?

왠지 <이웃집 토토로> 같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하나 나올 거 같은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이다지도 멋들어진 소설이 얼마 만인가 싶네요.
물론 <최후의 일구>라는 제목이 그다지 참신하지도 않고 어찌 보면 좀 흔하디흔한 제목입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 이야기고요 읽은 뒤에는 이렇게 멋진 제목이 없습니다.
보통 작품을 완성한 뒤 소설에 어울리는 제목을 뽑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반대로 <최후의 일구>라는 제목을 먼저 지어둔 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써나간 듯한 느낌입니다.

앞서 2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바탕 삼아 마지막에 모든 일이 매듭지어지는 순간,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트릭의 비밀이 풀어지는 것도 아닌데 막힌 가슴이 뻥 뚫린듯한 환희와 감동.
아. 책을 덮고도 한동안 그 느낌을, 다케다니가 인생의 마지막 투구를 던진 뒤의 느낌을 느껴보려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분명히 옥상에 올라가 마른하늘을 보며 담배 한 대를 물었을 텐데요.

 

사실 이 책은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이야기 전개도 예상가능하고 결과도 보이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가서 새삼스레 울컥하고 가슴이 시린 이유는 어디까지나 등장인물들에게 살아 있는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작가의 필력 때문이지요.
두 주인공인 다케다니와 다케치(점성술 살인사건의 명탐정 미타라이가 등장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조연 일뿐)의 야구를 향한 진정성과 뜨거운 마음을 마치 영화를 보는듯 독자의 눈앞에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

이것이 있기에 마지막 투구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그들의 노력과 진심이 보상 받는듯한 통쾌함을 느낄수 있죠.

 

갑자기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싯구가 떠올랐습니다.
난 료지나 연탄처럼 뜨겁게 살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구요.


미스터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한 책입니다.
물론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겐 말할 필요도 없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2 상반기 장르소설, 이거 놓치셨어요

읽은 것도 있고 놓친것도 있고 주목했던 것도 있고...

 

올해 안에 읽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