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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추억 전당포 ㅣ 스토리콜렉터 11
요시노 마리코 지음, 박선영 옮김 / 북로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른은 볼 수 없는 '추억 전당포'라는 가게가 있고 그 가게에 사는 마녀가 어린이들에게만 추억을 담보로 돈을 빌려 준다.
그러나 20세가 될 때까지 그 추억을 되찾아가지 않으면 추억은 영원히 사라지고 해안가 절벽 아래 불가사리가 돼버리고 만다.
아마 대부분 어른이 '아 애들이 읽을만한 이야기구나, 저런 걸 읽기엔 난 나이가 좀 먹었지.'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 역시.
그러나 책이 얇고 마침 무거운 이야기를 읽던 중이라 쉬어가자는 마음으로 집어들었다.
아 그러나 웬걸 이런 반전이 있나!!
정말 집중하여 읽고 말았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내릴 곳을 지나쳤고, 다 큰 남자가 읽기엔 어색한 표지와 제목이라 생각했는지 건너편에 앉은 여자가 흘끔 쳐다보기도 했다.)
어른이 되었고, 세상의 때가 이미 많이 묻었고, 산타클로스 같은 이야기에 콧방귀를 끼지만 어딘가 나의 깊은 곳에 '순수'라는 게 숨겨져 있었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왜 어른은 추억을 맡길 수 없는 거야. 어른이야말로 돈을 더 필요로 하고 지우고 싶은 추억도 더 많다고.
은빛 머리카락이 세로로 말린 세련된 외모의 마녀.
사람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
청소하는 달팽이.
손님에게 내줄 차를 준비하는 다람쥐.
이런 것도 어른들에게 필요할 때가 있다고.
지친 어느 날 나도 다람쥐가 내준 차와 쿠키를 먹으며 마녀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역자 후기에서 번역하신 분도 쓰셨지만, 어른이 읽고도 유치한 느낌을 받지 않고 오히려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녀의 전당포를 방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건 전적으로 작가의 힘이었다.
생생한 표현과 문장력에 나 역시 반해버렸다.
특히나 다람쥐와 달팽이의 설정에는 정말, 어쩜 그리 야무지게 귀여운 상상을 할 수 있는지.
하루토, 리카, 메이, 마녀 그리고 약간은 얄미운 유키나리 까지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들을 만들고 살을 붙이고 숨을 불어넣은 작가의 능력.
책을 다 덮고서도 혼자서 '역시나 대단해, 이야기를 쓴다는 건 대단해' 연발.
그나저나 이 소설 완전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용으로 딱 아닌가?
왠지 <이웃집 토토로> 같은 퀄리티의 애니메이션 하나 나올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