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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일구
시마다 소지 지음, 현정수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2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이 이다지도 멋들어진 소설이 얼마 만인가 싶네요.
물론 <최후의 일구>라는 제목이 그다지 참신하지도 않고 어찌 보면 좀 흔하디흔한 제목입니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책을 읽기 전 이야기고요 읽은 뒤에는 이렇게 멋진 제목이 없습니다.
보통 작품을 완성한 뒤 소설에 어울리는 제목을 뽑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은 반대로 <최후의 일구>라는 제목을 먼저 지어둔 뒤 그에 딱 맞는 이야기를 써나간 듯한 느낌입니다.
앞서 25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야기들을 바탕 삼아 마지막에 모든 일이 매듭지어지는 순간, 큰 반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트릭의 비밀이 풀어지는 것도 아닌데 막힌 가슴이 뻥 뚫린듯한 환희와 감동.
아. 책을 덮고도 한동안 그 느낌을, 다케다니가 인생의 마지막 투구를 던진 뒤의 느낌을 느껴보려 가만히 눈을 감아보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담배를 끊지 않았다면 분명히 옥상에 올라가 마른하늘을 보며 담배 한 대를 물었을 텐데요.
사실 이 책은 눈치가 빠른 독자라면 어느 정도 이야기 전개도 예상가능하고 결과도 보이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후반부에 가서 새삼스레 울컥하고 가슴이 시린 이유는 어디까지나 등장인물들에게 살아 있는듯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 작가의 필력 때문이지요.
두 주인공인 다케다니와 다케치(점성술 살인사건의 명탐정 미타라이가 등장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조연 일뿐)의 야구를 향한 진정성과 뜨거운 마음을 마치 영화를 보는듯 독자의 눈앞에 그려내는 작가의 능력.
이것이 있기에 마지막 투구에서 독자들은 그동안 그들의 노력과 진심이 보상 받는듯한 통쾌함을 느낄수 있죠.
갑자기 안도현 시인의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싯구가 떠올랐습니다.
난 료지나 연탄처럼 뜨겁게 살아 본 적이 언제였던가 하구요.
미스터리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분들에게도 자신 있게 추천할만한 책입니다.
물론 미스터리 마니아들에겐 말할 필요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