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1996년 9월
평점 :
품절


내가 언제 부턴가 공지영에게 빠진것 같다... 그래서 인지 이 책에 또 손이 가게되었다.

이 책은 내게 세 part로 다가왔다.
1) 홍콩과 일본여행
2) 여성의 일과 결혼
3) 소설을 쓰고 싶은 그대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겠지만... 그녀는 얼마간 여행을 하게된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항상 그녀 답게 여성문제에 대해 이런저런 그녀의 의견과 견해를 보여주었다. 그녀와 내가 왜 이렇게 여성문제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를 생각해 보니까... 그건 아마도 우리는 다른 어머니 밑에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의 국민학교 시절은 좀 불쌍하고 애처러웠다... 같은 학교 선생님인 엄마 때문에 애들에게 따돌림을 받아야 했고 또 항상 집에 오면 아무도 없어서 서운헸다. 내가 친구네 집에를 정확히 몇 학년때 제일 첨으로 갔는지 모르지만, 나에게 그날의 충격은 잊을수가 없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집에서 우리를 맞아 주셨고, 또 맛난 간식도 만들어 주셨다.... 우리집에서는 있을수 없는일이다... 항상 정신없이 바쁜 엄마 때문에 우리는 다른 아이들 보다 먼저 집안일을 도와야 했고 그것도 서툴어서 맨날 혼났다. 그러면서 난 이를 악물고 꼭 내 아이들에게는 집에 있는 엄마가 되어주어야 겠다고 다짐의 다짐을 했다.

그러나 아직 아이는 없지만 난 일을 하는 아줌마다. 물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만 나가는 직장이지만 그래도 직장은 직장이다. 그녀는 '여인들이여... 결혼후 아이 출산후... 절대로 일은 포기하지 마세요' 한다... 우리 회사에도 결혼해도 집에 있지 않고 꼭 일을 계속 할것이라는 젊은 아가씨들을 본다. 그녀들은 대개 엄마가 집에서 따뜻한 밥해주면서 ... 너는 대학도 나왔고 하니까 절대로 집에 있지마라... 라는 세뇌를 하신다.

내 동생은 대학원까지 나왔는데, 그녀는 취직에 도움이 되는 공부좀 하라고 해도... 자기는 결혼할꺼고 아이를 낳아 기를껀데 뭐하러 하느냐고 내 속을 뒤집는다. 과연 내가 사회에서 만나는 젊은이들과는 다른게 뚜렷하다. 그래서 내가 아직 출세를 못하고 그저 올라가는 월급에 만족해 하면서 그만그만하게 직장생활을 하는지 모르겠다... 정말 치열한 세상에 살고 있는건 맞다... 어떤 여인들은 자신이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혹시 남편이 명예퇴직이라도 당하면 막막해서 더 열심히 한단다. 이렇게 목숨걸고 밖에서 열심히 일해야 하는 여성의 삶이 난 예전의 어머니 세대의 삶보다 나은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난 예전의 우리 선배들이 부럽다.... 솔직히... 밖에서 돈벌지 않아도 ... 남편이 가져다 주는 월급으로 ... 살림하면서도 남편 꽉 쥐고 살던 여편네들....

꼭 내맘을 훔쳐보기라도 한듯이 소설을 쓰고 싶은 그대에게 라는 section이 붙어 있었다. 그게 바로 난데.... 하면서 읽어 갔는데... 박완서 아주머니 얘기도 나왔다...나도 신랑에게 '박완서는 40세에 데뷰했데... 나도 언젠가 할 수 있어..' 했는데... 그녀가 쓴 소설에 대한 얘기들이 슬슬 흘려져 있는데... 약밥에 깐 밤 빼먹듯한 그 달콤하고 신비로움이 재미있었다...

이런 느낌을 '재미있었다'라고 밖에 표현 못하는 주제에 소설가가 되겠다니... 정말....
한심하다... 내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