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간의 역사서는 경쟁에서 살아남고 승리한 자들의 관점에서 쓴 역사서이다.하지만 우리는 패자와 제3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야사나 개인의 기록물들을 통해서 알게 된다.동물들에게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였던 인간이 지구 역사를 정복하면서 우리의 눈으로 기술하고 그들을 지배해 나가다 보니 그들의 권리를 묵인하는 것 같다. 알면서도 철저히 인간 이기주의 사고로 전환하여 그래도 되는 종으로 따로 분리해 놓고 심리적 안정감을 취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하는 것이 정신건강상 쉽기 때문이다.일종의 그런 것이다.어릴 적 소가 힘듦에도 불구하고 당장의 밭갈이를 위해 그 고삐 줄을 당기며 이랴이랴를 외치던 때.오늘 아침까지 함께 놀던 메리라는 개가 솥뚜껑 속에서 김을 내며 끓고 온 동네 사람들이 모여 함께 즐길 때.하지만 함께 공유해온 안타까움에 우리는 지친 소를 위해 사람처럼 정성 들여 쇠죽을 쑤어주고, 분뇨를 청소해 주고, 쇠파리를 쫓아가며 털을 골라주는 것으로 미안함을 대신하거나 조용히 국그릇 옆에 숟가락을 내려놓고 먼 산을 보며 먼저 간 메리의 영혼을 위해 짧은 눈물을 보이는 것이 함께했던 牛 친구와 犬 친구에 대한 전부였다.물론 그때도 그들의 반항? 같은 시위를 보기도 했다.정말 일이 하기 싫을 때 누워서 꼼짝도 안 하면 일을 중단시키고 쉬게 해준다던가, 죽음을 인지한 개가 도망가서 해가 질 무렵 돌아온 경우에는 주인도 어쩔 수 없이 먹으려는 마음을 포기하면서 조금 더 긴 노동권을 보장해 주고 조금 더 생명권을 연장해 주는 것 또한 인간의 마음이었을 것이다.그들의 거부를 우리의 자상함으로 포장하기 딱 좋을 것이다.하지만 버려진 개나 고양이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의 구호는 나의 관심 밖이었다.그나마 어릴 적 함께 부대끼며 가족처럼 살아온 가축을 산업화가 되면서 더 이상 가족이 되지 못하니 감정적 연결선이 끊긴 영향도 있으리라.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썩 개운치는 않다.이 책은 인간-동물 관계의 역사를 통사적으로 다루고 있다.총 5부로 나누어져 있다.1부는 인간이 스스로를 동물로 여기던 수렵채집 시대부터 동물을 타자화하여 지배하기 시작한 신석기 시대까지 다룬다.인간 위주로 봤던 시대 변천사가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경험을 하게 된다.2부는 인간이 동물을 상품화해 정치의 최하위 계급으로 복속시킨 근대 이후를 다룬다.인간과 동물 간에 이뤄지는 지배, 협상, 저항 등 동물 정치는 자본주의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주는 것처럼 동물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3부는 동물 영웅 이야기다.수족관에 끌려가 세 건의 인명 사고에 연루됐으니 돌고래 해방운동의 견인차가 된 범고래 틸리쿰부터 기만적인 선진국의 환경 주의를 폭로한 세실까지, 이들 동물 영웅은 인간 중심의 역사의 새로운 갈 길림을 제시했다.4부는 과학의 발전과 동물권 운동의 성장으로 우리가 새롭게 마주한 동물을 담았다.인간언어를 배우며 사람처럼 키워졌다가 종국에는 버려진 유인원 수십 마리의 불행을 보고 진정 우리가 그들을 인간화하려고 하는 실험이 그들을 행복하게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었다.5부에서는 인간중심주의를 뛰어넘는 인간-동물 관계를 다룬다."사자가 글을 쓰기 전까지 역사의 영웅은 사냥꾼으로 남을 것"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고 한다.동물의 눈으로 역사를 기록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저자가 뇌종양으로 투병을 하며 이 책을 집필하려는 목적은 아마도 수십 년간 동물들의 삶의 취재, 기록하며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고통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동물의 삶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마지막 자신의 변인 것 같다.이제까지 많은 동물보호 구호와 관련 영상을 본 것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동물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고민했다면 저자의 집필 의도가 나에 한해서는 맞아떨어진다. 외국 동물 보고서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 만큼 팩트체크를 통한 지성과 연결된 내용이 동물에 대한 지식이 적은 나에게도 쉽게 다가오는 점도 좋았다.저자의 바램처럼 사자(동물)에게 역사를 만들어주고, 동물이 주체적으로 참여한 공동의 세계를 조명하게 될 것이기에 일독을 권해본다.끝으로 저자의 건강이 평안하길 기원한다.( _ _ ;)리뷰어스 클럽 서평단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기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