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 도서관 소설집 꿈꾸는돌 33
최상희 외 지음 / 돌베개 / 202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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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작품에서는 내놓으라는 작가들이 도서관을 주제로 함께 뭉쳤다.

최상희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도서관에 있는 나무에 다람쥐이야기인 줄알고 집에 있던 인기최고의 반달이를 찾아 함께 찍었더니 도토리가 그 도토리가 아니였다.

친구들과 책을 읽는 장르가 다른 친구와 공유해서 더 친해지고자 그녀는 다람쥐가 되어 도토리(자기가 좋아하는 책)를 도서관에 숨겼다는 발상이 좋았다. 참 풋풋하다.

김려원[우리가 아주 예뻤을 때]

"놋쇠 황금베율이 구리 78퍼센트에 주석 22퍼센트인 건 알지? 아주 칼같이 50 대 50이 아니라고. 그걸 불에 달궈가면서 수백 번씩 내려쳐. 그러면 쇠의 밀도가 더 높아져. 나는 우리가 꼭 방짜 같아. 느낌이 그래. 게다가 우리도 두들겨 맞을 만큼 맞았잖아. 우린 밀도도 최고일거야. 그래서 소꿉놀이전 아이디어를 낸 거야. 너랑 보고 싶어서. 나한테 이것들은 너고, 너한테는 날 테니까. 안 그래?"

방짜이라는 매개체로 신랑각시하던 소꿉놀이의 친구가 서로를 지켜 주던 그들에게 가장 예뻤을 때는 아마도 그때일까 아니면 지금일까?

김해원[황혜홀혜]

황혜홀혜 어두운 가운데 실체가 있다라는 뜻. 가끔 나도 도서관은 아니더라도 책속에서 놀면서 과거,현재,미래를 넘나들며 산다. 현실을 살아야 하는데 가끔 보이지 않는 과거와 미래에 나를 맡기고 사는 것은 아닌가 싶다.

신현이 [덜컹거리는 존재]

존재는 거짓에 닿게 되면 덜컹거린다 .덜컹거리는 존재.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자신과 싸우면서 정작 용기를 못내고 거짓을 말하면 항상 관계는 덜컹거린다. 하지만 존재는 덜컹거림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가는대로 하다보면 상대와 만나게 된다.그것이 친구이다.


이희영[책내기]

"이 것의 모든 종이에는 인연이 기록되어 있다.인연에는 어떤 법칙도,공식도 성립되지 않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명확한 색과 모양을 지닌 것도 아니다. 둥근 원처럼 처음과 끝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처음은 끝에 맞닿아 있고, 마지막은 시작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세상 대부분의 일은 아무런 예고 없이 일어난다. 그러니 미리 대비하기가 쉽지 않지. 인연이란 더더욱 그렇다. 갑자기 뒷장이 찢겨 나가거나, 엉뚱한 페이지가 섞여 들고는 하지."

"아니, 그 책의 주인공에게는 하루하루가 도전이였다. 늘 같은 시간에 아침을 열고, 매일을 하루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삶을 기록해 나가기란 절대 쉽지 않아. 너는 비로소 그 책에 덧붙여진 한 줄이 새롭겠지만, 주인공은 아주 오랫동안 그 한 줄을 준비해 왔다. 참으로 우직하고 진실한 기록이지."


모두가 살아가는 모양도 다르다. 그래서 각자 다른 삶의 모습을 써내려간다. 책을 쓰는 이에게도 삶을 글을 써내려가는 이에게도 날마다 우직하게 한줄한줄 시간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다. 그들 각자가 책을 쓰는 작가가 아닐지라도 살아내는 것 자체가 글이 될 것이다.

허진희 [유령이 머무는 숲]

책을 찢는 아이에게도 그 책을 찢는 이유가 있었다. 유령들이 혼내주려다가 이해를 하게 되는 이야기. 어쩌면 모두가 그런 위로를 받고 싶어 도서관을 찾거나 책을 드나보다. 어떻게든 살고 싶었다라고 읽고 싶다.

황영미 [한밤에 만난 두 사람]

자신만 없으면 될 줄아는 반항기 청소년에게 우연히 나타난 아빠를 다시 만났던 곳은 어릴적 자신과 함께 뒹굴고 놀던 도서관이다. 사랑받지 못하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빌어 가장 사랑받았던 아이였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감상평

각인각색의 도서관과 책에 얽혀있는삶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녹아져 있다.

도서관 속도 바깥 현실의 삶만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시대별로 펼쳐져 있다.

누군가는 과거와 만나고, 현재를 이야기하며 미래를 꿈꾸는 공간이다.

그곳에는 읽는 사람도 있고 써나가는 작가도 있다.

좋은 음악 한 곡이 위안을 주듯이 우연히 든 책 한권에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사람들도 있다.

도서관은 사람과 사람과 시대와 시대를 연결해주는 인터체인지인가보다.

청소년들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며 산다. 올바른지 아닌지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경험을 했든지 온전히 나를 품어줄 수 있는 공간임에는 틀림없다.

도서관 한쪽 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이 책을 손에 펼치고 책장을 쓰다듬듯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풋풋한 모음집이다. 켜켜이 묵은 감정으로 혼자 끙끙거리는 아이들에게 가만히 손에 쥐어주고픈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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