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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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에 부쳐>에서 인공지능의 위험성을 논할 때 '종이 클립의 문제'라는 생각실험을 거론한다. 인공지능이 세상에 존재하는 종이 클립의 수를 최대화하도록 설계됐다고 상정한 실험이다. 인간의 이해 관계와 접점이 없어 보이는, 언뜻 보면 무해한 목적이지만 인공지능이 점점 더 고차원으로 발달하면서 더욱 정교한 시스템을 고안해내 모든 자원을 종이 클립 생산에 집중하고, 한편으로 그 시스템을 끄거나 설계된 작업 수행에서 이탈하려는 모든 시도를 사전 차단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인공지능은 피도 눈물고 없는 냉혼한 중립성으로 지구 전체를 종이 클립고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쓸모 있다고 판단되는 인간은 전부 노예로 만들고 나머지는 제거해가면서 말이다. 7p



그가 종이클립의 문제라는 생각실험을 논한 것은 화석연료 산업은 설계상 목표로 지정된 바를 좇느라 인류를 황폐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 화석 연료 업계는 수백명을 죽이고 생태계 일체를 괴멸하고 주거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구를 뜨겁게 달굴 태세가, 그리고 자신들을 가로막는 모든 정부에 뇌물을 먹이거나 그들을 고소하거나 포섭할 만반의 태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8p



우리는 바로 며칠전 115년만에 시간당 140ml라는 국지성 폭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서초동 현자라는가 신림동 펠프스, 그리고 소리없이 맨홀청소를 하는 사람들, 컨트롤타워가 없는 2022년 등이 가장 키워드로 검색되지만 결국 서민들의 반지하방에 있는 인명은 그대로 물속에서 꺼내 오지 못한다. 우리의 기후체감기는 더 빠른 속도로 반복될지도 모른다.



작가는 기후변화나 환경문제등이라고 직접 언급함이 없이 '그 문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미래의 자신의 자녀일 수도 있고, 미래세대의 누군가를 향해 지금 현재 환경운동가들이 부르짖는 그 문제를 어떻게 진행해오고 있는지 편지형태로 글을 써내려가 있다.

어쩌면 작가도 우리가 반지하에 갇혀 빠져 나올 수 없는 죽음을 보며 안타까워했던 것처럼 오랜 시간 환경문제에 대해 목소리 높혀 이야기 하지만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같은 현실에 대항으로 분신을 강행한 죽음을 바라보며 불편했을 것이다.



이론 상으로는 '그 문제'가 중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중요성은 언제나 손 닿지 않는 확연히 먼 곳' (65p)

그는 그 사건이 몹시 불편하다. 모른 척하려고 해도 거기에 여전히 있기 때문에 모르척 할 수 없는 것

그래서 지금의 노력이 헛되보이고 절망적이며 아직도 이익단체들로 인해 쉽게 포기되지 않는 화석연료산업이 지속되더라도 그 문제를 직시하고 계속 정진해나가겠다고 담담하게 기술하고 있다.



만약 구호성 책이거나 이론서였다면 속으로 그러했을 것이다. 안다고 우리도 안다고...하지만 어쩌겠어라는 말로 우리 스스로를 화석연료에 가둔채 기약없는 환경문제를 미래세대의 몫으로 전가할지도 모른다.

나는 이 책에서 인간을 본다. 항상 대의명분에 승리하는 인간이 아니라 개인적 행복사이에 고뇌하는 한 청년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그런 일로 노력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약간의 부채의식 아니 편승하려는 나를 보게 된다.



나에게도 너에게도 즉시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문제'는 닥쳐야만 몸으로 깨닫게 된다.

논하기를 꺼리고 누군가 함께 하자는 팜플렛을 부끄럽게 호주머니에 구겨넣는다.

당장 5분거리마저도 차를 몰고 가는 나를 보면서도 입으로만 지구를 걱정하고 있는 이중성을 나에게서도 본다.

당장 에어컨이 없는 이곳에서 너 혼자만 더위를 이겨내고 살고, 추운 겨울 난방하지 않는 채 살아보겠는가?

아주 먼 거리를 자동차가 없던 시절처럼 걸어서 다니겠는가? 전자제품을 쓰지 않고도 모든 집안일들을 하며 살겠는가?

이렇게 살기에는 우린 너무 먼 길을 와버렸다. 우리는 겨울과 여름만 있는 행성에서 살다갈 또 다른 이름모를 나의 후손들이 그저 잘 진화하여 버텨주기만을 바랄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무책임하지 않는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꾸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만 100에서 10정도의 비용을 저탄소비용으로 바꾸어 조금 더 준비하는 자세를 갖는다면 그리고 그것이 국민적 그리고 전세계적 논의에 의해 진행된다면 작가처럼 '그 문제'에 대해 미래세대에게 조금 덜 미안해할 것 같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그 문제'에 불편해야 한다. 불편해야 '그 문제'가 제대로 보인다.



굉장히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환경운동가의 고뇌가 잘 드러나 있던 보기 드문 환경책이라고 생각하기에 추천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의견으로 기술한 감상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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