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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메별, 꽃과 별의 이름을 가진 아이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8
범유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7월
평점 :
어머니가 꿈에서 어두운 밤하늘 아래, 하얗고 작은 꽃이 핀 풀이 한가득 잔뜩 흔들리고 있었고. 그 꽃이 하늘에서 떨어진 별 같다 생각해 손을 뻗어 하느를 꺾었다. 그래서 뱃속 아이가 태어나면 '두메별"이라고 불러야지 생각했는데 '두메별꽃'의 다른 이름이 '백정화'이기 때문에 아버지는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오빠들 이름은 '송'으로 끝나는데 왜 나만 두메냐고 어머니에게 따지니
"두메별꽃은 만천성이라고도 불린다. 그게 얼마나 좋은 뜻인데.
예전에 나를 예뻐했던 양반집 아씨가 가르쳐 줬어. 그것이 하늘의 별이라고. 양반 딸이 시집갈 때 가마 꼭대기에 구슬을 다는데 그걸 그렇게 부른데. 그러니깐 두메,늬 이름도 하주 좋은 이름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백정촌에 사는 두메는 머리가 총명하다.
백정임에도 불구하고 천자문이며, 언문에도 능통하다.
하지만 백정은 머리를 묶지 못하고 풀어헤치고 다녀야 하고, 그들만의 공간에서 양민들과 동떨어진 곳에 살아야 했으며 양민거리를 걸을 때 조차 어깨를 펴고 당당히 걷지 못하고 죄인마냥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했으며,치마 끝에 백정임을 뜻하는 검은 헝겊이 꿰매어져 있어야 한다. 당연히 교육의 기회마자 없었다.
갑오개혁 이후 형평운동으로 평등사회를 추구하는 운동이 벌어지지만 늘 그렇듯이 의식과 현실사이에 일치란 쉽지 않으며 일직선을 향해 가기 위해 더 많은 희생과 기다림이 요구되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듯하다.
부자집 양반집으로 양자로 간 큰오빠 대송과 함께 온 기생출신 박춘앵 선생님의 등장과 더불어 그녀의 경성으로 가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에 더욱 큰 불이 일어난다.
"어떤 나라에 가고 싶나. 내는 어떤 나라에....."
누구도 억울하게 맞지 않는 나라, 맞으면 발저둥 치고 맞설 수 있는 나라. 그보다, 그것보다 더 가고 싶은 나라는.....
울고 싶은 사람이 마음껏 울 수 있는 그런 나라."
드디여 그 날이 다가온다.
D-day
8월 두 번째 일요일 아침. 형평사 총대회 기념식날
그녀는 인파속 아버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약속장소를 향해 이를 악물고 나아간다.
사람들을 막아선 것은 어머니였고 아버지의 허리를 붙들고 있던 것은 스스로 바보행동을 하던 광대였다.
어머니 눈이 말했다.가라고..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가슴에 파란 바다를, 자유를 품고 뛰었다.
발아래에서 별이 하나씩 솟아올라 가야 할 길을 만들어주는 것만 같이 온몸이 가벼웠다. 약속 장소가 눈앞이었다.
주변이 까만 밤으로 변한 듯 오직 소나무 아래 선 춘행만이 보였다.
그러나 별의 길이 끝나는 곳은 그곳이 아니라는 것을, 그 길은 끝없이 이어져 있음을 나는 알았다.
나는 언젠가 바다를 건널 것이다.
그때가 되면 희망을 가져다주는 별이 땅에 내려와 작은 꽃을 피울 것이다.
나는 백정의 딸이다.
그러나 누구의 무엇이기 이전에 나는 그저 나다.
나는 두메별이다.215
두메별이 그 이름을 찾아가는 데에는 물론 본인의 강렬한 희망도 있지만 늘 그렇듯이 살아가는데에는 조력자가 필요하다. 그녀가 탈출을 할 때 그들은 그들의 꿈을 두메별에게 부탁하는 것 같다.
우리가 너를 지키고 버티고 있을테니 너가 먼저가서 자유의 깃발을 뽑아라.
엄마,광대, 그리고 간난이.
아버지는 현대판으로 보자면 과거에 나라위한 마음으로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는데 시대와 사람들로 인해 상처만 받은 사람이다. 그것을 딸인 두메에게 남겨주기 싫어서 막은 것 일 뿐이다.
몸과 마음이 다치지 않았으면 하는 아버지로서의 애틋함이다.
아버지에게 무서웠던 것은 현실에 대한 분노보다 절망이였을 수 도 있지만
어머니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너무 느려서 답답하긴 하지만 지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엔 약한 이들이 이기게 되어 있다.
왜냐면 역사의 바다가 늘 말해왔던 것이다.
탈출한 부분까지만 기록되어 있어 우리 두메별이 안전하게 예천을 빠져나왔는지 그 다음의 그녀의 삶이 어땠는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우리는 안다. 잘 되었을 거라는 것을.
그 손에 be free라는 조약돌을 놓고 있지 않았을것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제공받아 개인적 관점의 리뷰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