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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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더커버는 (경찰·정부 등을 위해) 비밀리에 하는, 첩보 활동을 의미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저자인 아마릴리스 폭스는 22살에 CIA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당시 최연소 여성 비밀요원으로 선발되었다. 그 후 저자는 중국 상하이부터 파키스탄 카라치까지 세계 곳곳에 잠입해 10년간 예술품 사업가라는 위장된 신분으로 살아가면서 테러를 막기 위한 포섭과 잠입, 협상을 끝없이 이어간다.

우리가 너무 많은 첩보영화를 접해서 오히려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자극적인 CIA의 자극적인 첩보내용을 기대하고 있다면 잠시 접어둬야 할 것이다. 구체적이고 실감나는 흥미진진한 일화들을 전하고 있고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CIA 요원들의 회고록 중에서도 가장 디테일하고 풍성하다!”라고 극찬한 반면, CIA에서는 지나친 정보 누설을 우려하며 끝까지 이 책의 출간을 막으려고 했다는데 생각했던 만큼의 장면은 아니였다.

간혹 그런 부분들도 있기는 하다. 이런것을 막 이야기해도 되나? 그러면 조직이 모두 드러날 건데.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이나 접선이나 업무를 위해 어떻게 개인신상정보를 조작해가는가라든가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CIA가 너무 걱정했다고 생각이 든다. 이미 사람들은 많은 기록물과 영상물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것이고 그런 비슷한 일들을 조폭들도 하는 방식이니깐 말이다.

 

나는 정말로 그들이 걱정해야 할 것은 언더커버로 살아가야 하는 그들의 개인적인 삶에 더 중점을 두고 봤다.

책제목이 참 다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더커버는 아래를 감싸는 것, 속옷,그리고 첩보활동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남들에게 보이면 안되는 것, 소중한것을 지키고 지켜나가는 것 그리고 남에게 드러내지 않게 스스로를 감추는 가면.

자기존재마저도 드러내지 않는 삶을 살면서 현실과의 괴리감을 의미할 수 있겠다는 내용을 얻게 된다.

그녀의 책은 CIA로서의 삶은 영화한편중 한도막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한다.

똑같은 책을 가지고도 어떤 교수가 어떤 관점으로 수업하냐에 따라 같은 내용도 달리보이듯이 그녀의 CIA의 삶도 분명 해결방식도 분명 다른 요원들과 해결하는 방법과 접근 방식이 달랐다.

그녀의 성장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과 책들 그리고 그녀의 도전정신으로 겪게되는 다양한 삶과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이 그녀의 인격형성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그녀는 자신의 색깔을 거기에 입혔다고 생각이 든다.

 

예를 들면 시민 불복종이라는 책을 읽고 궁극적인 의무는 법을 지키는 게 아니라 옳다고 믿는 일을 실천하는 것라는 개념을 얻고 평온과 희망과 경외감을 느끼고, 인간종교를 연구한 학자였던 휴스턴 스미스가 암환자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강연에서 우리는 모두 하나고 그것이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주어진 실마리라고 언급했던 것도 마찬가지고 아웅산 수지와 민 진과의 만남에서도 그녀의 작은 도움이 그들 전체나라와 고통받고 핍박받는 수많은 인민들에게 큰 자양분이 된다는 것을 경험했을 때 그녀의 첫직업으로 그녀가 선택한 첩보요원은 아마도 인류애가 더 컸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일을 가족에게도 드러내지도 못하고,아이를 낳고 동료인 남편과 일상생활까지 보이지 않는 그들의 감시속에서 철처히 이중생활을 해야하는 고충이 정신적 육제적으로 얼마나 큰 강인함과 인내심을 요할지 겪어보지 않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1월에 딘과 나는 상하이에 도착했다. 당분간은 귀국할 계획이 없었고, 미국과는 어떤 인연도 남겨놓지 않았다. 정신적으로 의지할 것들이 사라지자, 나의 어떤 부분이 진짜 나였는지 기억해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272쪽

"제이크, 당신은 배우야. 지금은 역할을 연구 중인 거고'.그래서 내가 시선을 되받아 치며 말했어. "내가?"

연기를 한다는 건 그런 것이다. 깊이 몰입할 수록 자신이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273쪽

퇴직후 캘리포니아에 와서도 상하이에서처럼 "진짜"자신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을 가질 때 그녀의 엄마가 그녀에게 편지를 보낸다. 스파이세계처럼 실제 세상에서도 사람들을 연기를 하고 그들도 똑같이 무언가를 잃은 위함에 처해있기 때문이며 갑옷을 입으면 똑같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이다. 거짓말로 쌓은 관계, 억지로 강한 척하며 맺은 관계는 불안하며 연기를 하면 우리는 관계에서나 지정학적 위치에서 스스로 강해진 것처럼 느껴지고 안심하지만 평화나 권력을 쌓아올리기에는조잡한 기반이다.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 이렇게 얻은 힘과 진짜 자아가 아마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그녀의 삶의 견고하게 지탱해 주었다고 생각이 든다.

직업과 삶과 자아에서 언더커버로 살다가 진짜 자신으로서의 삶으로 스스로를 언더커버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원하는 평화운동가로서의 제2의 삶을 그녀는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를 치며 동시대에 비슷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세계관과 관점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게 멋져 보인다. ㅣ미국과 CIA보다 그녀가 있어서 세계가 평화로운 느낌이 들었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이 아닌가 생각이 들지만 참 멋진것은 사실이다.

내가 보기에 CIA가 출간되기를 두려워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의 조직노출이 아니라 조직원들에게 그녀의 이야기가 심리전에서 공동의 목표보다는 개인화를 우려함이 아니였을까라는 생각이 들고 그만큼 조직내에 있었던 은퇴후였든 타 조직원들에 비해 그녀가 탁월함의 반증으로 여겨지는 듯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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