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좋았다, 그치 -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이지은 지음, 이이영 그림 / 시드앤피드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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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상한 책이다.

두가지가 이상하다.

하나는 20대의 첫사랑을 소환시킨다.

또 하나는 더 이상 청춘시절의 사랑감정에 흔들리지 않는다.이미 다른 형태의 사랑으로 인해 동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대를 돌이키면서 떠오른 싯구?가 있다.


내가 이 싯구를 페북에 올리니 대학시절 남자동기가 댓글을 남긴다.

"그리운건 그때 그대"

맞다.나는 20대하면 그대가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때 내가 더 그리웠는지도 모른다.

오랫동안 사귀었어도 늘 맞물리지 않는 톱니바퀴마냥 삐그덕거리다가 헤어졌다.

결혼후에도 술취하면 습관처럼 나에게 전화했다.

"뭐하냐?"

"애기 젖준다"

"그래라. 술먹었는데 습관처럼 전화해진다."

"다음엔 맨정신에 전화해."

"응,잘 살아라."

"너나 잘 살아 쨔샤."

그렇게 세월이 흘러 13년 뒤인 두달전 주말여행중 휴게소에서 브런치를 먹는데 익숙한 모습이 스쳐지나간다.

설마...

그러다가 또 다른 행선지에서 정면으로 마주친다.

이미 우리는 친구이상의 사이였지만 남편은 이야기만 들었지 그의 생김새는 몰랐다.

남편이 간식용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사이 막 입구에 들어선 첫사랑이 나를 보고 아는체한다.

"누구랑 왔어?"

"남편이랑 애랑"

나는 재빨리 손을 저으면서 그냥 지나가했다.얼굴에는 반가운 기색도 없이.

그의 옆에도 애인이 있었다.

아직도 결혼을 안했네...속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경조사를 통해 소식을 들을 수 있을 만큼 선후배연락이 여전히 활발해서 아직 소식을 접하지 못했던지라 그녀가 아직 애인이라는 것을 안다.

아이스크림을 사오다 본 남편이 누구냐고 묻길래 그냥 대학동기야라고 넘긴다.

"야~~너네 엄마랑 진짜 못다니겠다.어디를 가기만 하면 아는 사람천지야.그런데 이상하다.지금까지 만나면서 이렇게 반갑지 않게 인사하는 것 처음봤다.왜 저 사람 별로였어?"

"진짜 엄마 이상하다. 보통때면 두손 맞잡고 반가워서 팔짝팔짝 뛰는데 평소답지 않아?저 삼촌하고 옛날에 싸웠어?"

(눈치빠른 녀석들 같으니..)

"응,성격 엄청 더러워.학교다닐때 진짜 내가 싫어했지."

일찍 귀가해서 남편은 운동차 등산을 가고 아들이 샤워를 끝내고 나오자마자

"짜잔,이제는 말할 수 있다.뭔 내용인지 궁금하지?"

"혹시 아까 그 삼촌이야기야? 그치? 엄마 오늘 이상했어.무슨 일이야?"

"아빠한테는 말하지마라.아빠도 아는 이야기인데 그래도 알면 별로 안 좋아 할것같아서 아까 그 삼촌 엄마 첫사랑이야."

"우와,진짜?그런데 이렇게 만나면 안 어색해? 난 이상할것같아."

" 하나도 안 이상해. 삼촌이랑은 이제 친구사이야.아까 봤지?애인도 있고 각자 잘 살고 있어. 아빠가 알면 별로 일것 같아서 모른체했어."

"그런데 누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

"누가 먼저랄것없이 그냥 헤어진것같아.

(아이입장을 생각해서)엄마가 먼저 헤어지자고 했어."

"그럼 됐어 엄마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나는 그걸로 괜찮아."

우왕~~그 말에 감동받았다.

헤프닝같은 하루를 보냈지만 나의 또 다른 사랑이 나를 위로해준다.
모든 시가 ,모든 노래가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같은 시절들이 있었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도 소리쳐보고기도 하고, 취중진담을 부르며 아파하기도 했던 내 20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줬던 이도 그이다.

마지막 싯구처럼 나처럼 너도 수고 많았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우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는 삶을 살고 있기에 내가 미흡했던것처럼 너도 미흡했던 시절들이라 실수가 많았을 거라고.

내가 어른이 되는 칵테일을 마시면서 또 다른 사랑을 하느라 지난간 사랑이 머물렀던 자리가 덧나지 않고 잘 아물고 있다.

왜냐하면 사랑을 할때는 열심히 해야한다.

"사랑을 하려면 목숨바쳐라

그럴때 사랑은 아름다워라

술마시고 싶을 때 한번쯤은 목숨을 내걸고 마셔보아라"

순간을 최선으로 살며 사랑하면 지나간것은

지나간대로의 의미가 있을거니깐.

사랑이 끝난 후 비로소 시작된 이야기

참 좋았다.그~~~~치?

쓰고보니 제목 잘 지어졌다.

내 첫사랑도 내 가족도 모두모두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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