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걸 다 기억하는 - 어른이 추억 명작선
한지은 지음 / 보통의나날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를 지나고 1990년대에 어른이된 나와 우리,그리고 그날의 이야기들

문방구를 지나갈때면 아폴로같은 추억의 과자를 아이가 조르지 않아도 내가 사서 같이 나눠먹는다.

지나가다가 찔레나 아카시아꽃이 피어있으면 뒷통수에서 중금속,환경오염을 언급하는 남편을 뒤로 하고 따서 먹고 먹여본다.

비가 오는 날은 이젠 마루가 아닌 거실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전을 부쳐 어린시절 엄마가 그랬듯이 아이의 입에 넣어준다.

비가 온 뒤 마당을 나온 지렁이를 따라가보기도 하고 땅강아지랑 놀고 개구리를 잡아다가 똥구멍에 바람을 넣고 바닥에 놓고는 걷게 하는 장난도 생각난다.

수로와 수로가 연결된 여울에 물살에 이기지 못하고 떠내려온 뱀을 보면 지나는길 나를 놀래게 한 죄로 복수하기도 하기도 한다.

물바다 운운하는 북한을 대비해 평화의 댐건설을 위해 쌀을 가져가고, 편지봉투에 가득 잔디씨를 모으거나 탱자를 비료푸대하나 따서 가져가야하는 숙제도 떠오르고 마을별로 한깃발아래 모여서 함께 등하교 하기도 했던 전두환시절에 국민학교를 다녔다.

흔하지 않던 수박을 통째 먹고 앉지도 서지도 못하던 나를 보고 웃던 식구들,

땡감을 장독에 우려내어 계속 먹다가 몇날몇일 변비로 고생하다가 피마자기름을 꿀이라고 속임을 당하고 푸세식 변소에 나 혼자 땀흘렸던 일

홍콩할매때문에 등교길에 통과해야 했던 대숲을 못지나가고 울던 나를 밭끝머리에서 한바가지 욕을 선사하던 아버지.

모심는 날 줄잘못잡은 다고 꾸중하시던 작은 할아버지

낫자루 하나 던져주고 운동장만한 보리밭을 혼자 베라고 산밑에 혼자 두고 가던 아버지

송아지 팔던날 두툼한 돈뭉치를 한번만 방에 뿌리게 해달라고 졸라대던 나를 보며 흔쾌히 응해주신 던일

서로 소똥 치우기 싫다고 싸우다가 똥삽을 나에게 던진 막내오빠를 향해 장화발로 응징하던 아버지

해가 산넘어까지 마을 팽나무밑에서 닥자구리하던 우리

선생님결혼식갔다가 500원짜리 바나나 한개를 기꺼이 사던 친구에 대한 부러움.

짜장면은 자라기전까지 졸업시즌에 한번만 먹어볼 수 있었던 귀한 음식

우리 친엄마는 다리밑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엄마품에 울고불고 하다가 호떡집 아줌마를 보면서 저분이 우리 엄마면 좋겠다는 생각도 잠깐 해볼만큼 맛있었던 호떡집

정지용시인의 시 향수처럼

꿈엔들 잊혀지겠는가

자라면서 힘들었다

그런데 그게 지금의 내 정신적 자양분이 되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없을 만큼 큰 재산이 되었다는 것을 커서 알게되었다.

추억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모든 추억은 음식과 향기로 나에게 기억된다.

그래서 나도 아이에게 그런 추억을 먹이고 싶어서 찔레도 먹여보고 아카시아 꽃도 먹여보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랬듯이 내 아이가 자라서 그것을 보면 나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소중했고 스스로가 소중한 사람이였고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힘으로 힘든 삶을 씩씩하게 살아가길 바램한다.

정말 책 제목처럼 별걸 다 기억하고 있는 작가덕분에 나도 추억놀이를 하게 되었고
감사한 나날들이였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리고 맘껏 웃으며 그시절 속 나와 잘 놀고 온 느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