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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ㅣ 사계절 1318 문고 119
탁경은 지음 / 사계절 / 2019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책제목과 표지에서 한 소녀의 풋사랑냄새가 날거라 생각했다.
17살의 주인공 민서현 그의 친구 윤지은 그리고 불공평하게도 신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평을 들을 만큼 잘생기고 멋진 강동주.
소논문대회에 참여하여 수상을 하면 생기부에 올라가면서 수시 원서에 유리할 것 같아 모인 소논문동아리에서 만난 그들은 삼각관계를 이루게 된다. 물론 절친인 친구 지은을 위해 또한 상처주기 싫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상처받기 싫어 동주를 거부하던 서현은 동주와 사귀게 된다.
소논문 주제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드는 건 유전자일까, 아니면 성장과정일까?라는 주제오 범죄자들에 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다가 소년교도소를 다룬 다큐멘터리에서 본 현수오빠와 편지를 주고 받는 사이가 된다.
글의 전반적인 맥락들을 이 네 사람의 일상속에서 각자가 느끼는 삶의 고뇌를 섬세하게 드러내준다.
우월한 유전자임에도 불구하고 더 우월한 형과의 비교를 당하는 동주
수학은 잘하지만 영어는 약하고 인서울을 할 경우에도 납부금걱정과 남이 보는 외모에 대한 컴플렉스,그리고 가장 절친이 친구에게 짝사랑하는 사람을 우정속에서 갈등하는 지은
영어는 잘하지만 수학은 약하고 늘 외동딸이고 믿는 다고 말하지만 엄마마음대로 결정권을 쥐려는 엄마에게서 무력감을 느끼며 동주로 인해 친구와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서현.
엄마와 스파게티를 먹고 헤어진 후 자살한 아빠를 눈앞에서 보고 할머니보살핌속에 살다가 꼬임에 넘어가 살인방화를 하게 되어 소년교도소에서 지내고 있는 현수
친구들은 각자의 개성을 머금고 빛난다.
각자 품고 있는 색깔이 다르고 표현할 수 있는 색감도 다르다.
자기의 색을 발견하지 못했지만 찾으려고 노력하는 친구도 있고,
자기가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 친구도 있다.
저마다의 빛깔로 아름다운 아이들은 자기만의 열등감을 갖고 있다.
꿈이 없거나, 너무 많아서, 꿈이 있지만 부모님이 반대해서, 눈이 작아서, 키가 작아서,
얼굴이 넓적해서, 종아리가 굵어서, 쌍커플이 없어서, 수학을 못해서, 영어듣기를 못해서, 체육을 못해서 등등
우리 모두를 열등감 덩어리로 만든느 건 대체 누구일까. 아무리 뭐라고 떠들든, 누가 뭐라고 지적질 하든,
나는 자신을 사랑할 거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57쪽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의 어린시절 수많은 일기장을 보는 듯했다.
내가 작가인지 작가가 나인지 착각할 만한 내용의 일기장을 펼친 느낌.
무던히도 존재가치와 나만의 고뇌에 충분히 빠지지 못하고 그저 제도교육속에 대학만을 바라보며 책상속에 넣어두어야만했던 고민들.
학교 매점에서 밀크커피한잔들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김소월의 초혼을 읊으며 그저 상심과 괴뇌를 훨훨 날려버렸던 학생시절.
어느 마흔해에 결국 봉인해제된 그 고민들이 다시 나를 괴롭히는 것을 보니 그 때 충분히 고민하고 사색하고 내가 누구인지 내가 뭘 좋아했는지 그리고 더 내 감정들을 사랑해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랬더라도 지금 덜 고민하고 살거란 자신은 분명없다.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열일곱의 서현아.
네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너의 열여덟이, 열아홉이, 그리고 스물이 기억해 주기를.
네가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 사람인지 나도 오래오래 기억할께
진정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 중에 최고봉은 나와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일 것같다.
지금의 나에게도 대화한다.
내게 늘 말을 걸어주고자 하는 나야.
네가 얼만다 아름다운 사람인지 너의 오십이, 일흔이, 그리고 여든이 기억해 주기를.
네가 얼마나 고맙고 따뜻한 사람인지 나도 오래오래 기억할께.
대화를 했는데 나이가 어째...급 우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