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언만이 뭔가를 잃어 버린 게 아니었다.나 또한 뭔가를 잃어버렸다.오히려 더 치명적인 쪽은 나일 수 있었다.다언은 자신이 뭘 잃어버렸는지 분명하게 자각하고 있는데 반해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알지 못한채 살고 있었다.나는 자문했다.나 또한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가,조이스에 빠져'레몬과자를 파는 베티 번씨'라는 시를 쓰던 그 시절로.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인가,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내가 쓴 그 시의 첫연을 기억한다.오늘도 과자가 탔다.되는 노릇이 하나도 없군요 우리 베티번 씨"단숨에 읽어갔다. 사건은 이해가 되는데 작가가 뭘 말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었다.아니 작가가 말하고 내가 읽고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싶었다.그러다 책표지에 씌여진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이거 였구나.2002년 언니가 살해되었다.그뒤로 죽은 언니를 포함해서 모두가 시간속에서 잃은줄 모르고 잃어버린 시간을 살아간다.딸을 잃은 엄마언니를 살해범으로 추측되는 신정준과 그 애인 윤태림 과 그후 다언의 복수의 대상이 된 그들의 딸살인용의자로 주목되고,태림이란 여자의 작은 스킨쉽으로 바뀐 삶을 살아가다 육종암이 걸려 죽은 한많은 한만우그리고 상희주인공 다언모두가 무언가를 잃었다.누군가 봄을 잃은 줄도 모르고 잃었듯이 나는 내 삶을 잃은 줄로 모르고 잃었다.엄마로 인해 얼굴마저 성형을 하고 지내던 다언이 어느날 햇살받은 흰자속의 노른자를 보고 상희언니가 쓴 레몬시를 기억해내고 노란 천사의 복수를 시작한다.복수의 주문처럼.레몬 레몬 레몬...그 주문은 잃어버린 자기의 시간을 찾기 위한 복수였을까삶이 결코 평탄하지도,평화롭지도,평온할수 없다는 사실은늘 당연하면서 놀랍고,이상하면서 또 궁금하고,두려우면서 매혹적인서,우리는 자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쓰는 것일까 생각한다고 작가는 말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순간처럼 평탄하지 않는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가려고 애쓰는 나를 격려한다.그리고 읽는 내내 마지막장까지 내손을 부드럽게 어루만져주던 까만 책표지의 느낌에 대해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