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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토비, 엄마의 칭찬 연습
땡스맘 지음, 텔레토비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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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또래 중에 부모님으로부터 칭찬을 많이 듣고 자란 집이 얼마나 될까?
나에게 칭찬이라함은 나에게 직접적인 칭찬이 아니라
제3자를 통한 칭찬이 더 익숙했던 것 같다.

옆집, 친구, 친척에게 은근슬쩍 (대놓고 하는 건 아님) 흘리듯이 하는 자랑을 근처에 있다가 듣거나
그 자랑을 들은 제3자로부터 '잘한다며? 잘했다며? 니가 그렇다며? 이야~' 라는 칭찬을 들었던 것.

영유아기에 들었을지 모를 칭찬은 이미 내 기억 언저리에서 사라지고 없으니
내가 기억하는 칭찬이란 저런 것이었다.

부모님께서 직접적으로 내게
"역시 내 딸이야"
"네가 참 자랑스러워"
"너의 이런 행동은 참 좋은 것 같아"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비난을 했던건 기억이 남는다.
"공부만 한다고 다 되는게 아니다. 사람이 먼저 되야지. 이런것도 안챙기는데 공부가 뭐가 중요하냐"
"참 성격 이상해" 또는 "성격이 참 못됐어"
이런 말들..

아마도 내게 부족한 부분들을 아쉬워했었고, 이것들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표현이었으리라..
하지만 어린 내게는 상처가 되었을 말이었을테다.

이처럼 나는 칭찬보다 지적에 익숙한 청소년기를 보냈다.
오히려 성인이 된 이후에 부모님은 '믿는다' 와 같은 정도의 표현을 하셨다.
아마도 20살 이후로 같이 살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지도 모른다.
같이 산다는 건 모든 걸 공유하고 단점이 자꾸만 노출되는 환경이 되니까 더 잦은 지적과 잔소리를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니까 내 아이에게 칭찬을 많이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육아서를 보다보면 결과에 대한 칭찬은 좋지 않다고 한다.
더욱 문제는 칭찬에 익숙치 않은 내가 그나마 자연스럽게 나오는 칭찬은 죄다 결과에 대한 칭찬이었다.

이걸 니가 했어? 잘했다. 장하다.
이것도 할 줄 알아? 우와. 대단해.

이런식...

이게 왜 문제인지 인지 조차 못하는 내 남편...
사실 칭찬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이런 칭찬들"만" 한다는게 문제가 되겠지

그래서 <텔레토비, 엄마의 칭찬 연습> 이라는 책은 제목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지금 절반 정도 읽었는데 너무 추천하고 싶어서 글을 써본다.
이 책은 정말이지... 베드타임스토리북으로 좋은 것 같다.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아이에게 말해주는 문장, 그리고 부모에게 주는 간단한 팁.

이 구성으로 매 페이지의 내용이 달라진다.

최근 내 아이를 재우는 방식에 변화를 조금 주고 있다.
우리집의 일상은 저녁먹고, 씻고, 나와서 우유를 한잔 마시며 책을 읽는다.
그러다 나와 아이 각각 책을 하나씩 골라 침대로 간다.
골라온 책을 읽고 불을 끄고 잠을 잔다는 게 일상의 루틴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주 일어나는 변수는 아이가 "한권만 더" 를 외치는 것이다.
절대 한권만 더 가져오는게 아니다.
한권 읽고 나면 또 다시 한권만 더를 외치니까.

안된다고. 일찍 자야한다고 하면 눈물을 글썽인다..
마음이 약해지면 같이 한권을 고르러 나간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으로 한권 더 읽어주고 이걸 반복하려고 할 경우
불을 끄지 않고, 아이는 눈을 감고 누은 상태로, 나는 내 책을 소리내 읽는다.
아이는 내 목소리를 들으며 안정된 상태로 잠이 든다.

이게 바로 잘 먹혀들면 4페이지를 읽기 전에 잠이 든다.
물론 안될때는 읽다 읽다 그냥 불을 끄고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우게 되지만..

내가 읽고 있던 챕터북을 읽어주다 애가 계속 안자길래 텔레토비책을 들었다.
읽는데 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왔다.
그리고 아이가 잠이 드는 순간에 이 책 구절들을 듣는다는게 행복했다.
(계속 잠을 자지 않고, 더 읽어줘 라고 해서 내 행복감이 손상되긴 했지만..)

아이가 잠드는 순간, 그리고 잠든지 얼마 되지 않은 귀가 열려있는 시간동안
내 마음과 같지만 내가 쉽게 뱉지 못하는 이 표현들을 듣는다는게 좋았다.

나는 이 책을 육아서나 내 힐링용으로 본다기보다 한동안 내 아이를 재울때 쓰는 베드타임스토리로 쓸 것 같다.

아이가 잠들때까지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주구장창 책을 읽어준다는 어느 미국 의사양반....
참으로 대단합니다.....
지유가 신생아 시절 꽂혔던 수면교육. 혼자 재워보려고 그토록 노력했지만
그 중 어느 권위자인 미국의 의사가 본인은 아이들의 심적 안정을 위해 옆에 누워 잠들때까지 본인의 책을 읽어줬다고..
그런데 막상 해보니 쉽지 않다.

몇 페이지만 읽으면 뚝딱하고 잠드는 마법의 책은 어디 없나??

ⓒ Amazi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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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 늑대다! 한울림 별똥별 그림책
마티외 모데 지음, 라미파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집에 책도 많이 있지만 도서관에서도 책을 자주 빌려오는 편이다.
도서관 책들 중에 정말 괜찮다 라고 생각되서 유심히 살피다 알게 된 출판사
그게 바로 "한울림어린이" 출판사였다.

이 책은 잘 모르지만 일단 믿고 보는 한울림어린이 출판사라 책을 신청해봤다.

이 책은 색감도 선명하고, 글밥은 매우 적고, 글 길이도 적기 때문에
돌쟁이부터 위로 쭉 볼 수 있을 것 같다.

6세 이상의 나이가 많은 아이라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책이므로 한번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스토리는 간략하다.
어떤 새 한마리가 길모퉁이를 돌다 늑대를 보았다.
늑대는 참 맛있어보이는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

새는 늑대를 보고 놀라 반대방향으로 재빨리 걸어가며 꼬마새, 생쥐, 돼지, 거북이를 만난다.
그때마다 늑대가 있다고 서두르라 말한다.

 

반대방향으로 돌아가다 결국 마주친 그들
동물들의 비명에 오히려 놀랐을 늑대

늑대는 샌드위치를 먹고 있다고 말하고
동물들은 잘 먹으라고 한다.
상냥하게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늑대
그러나 여기에서 반전이 나타난다.
동물들은 오해를 풀지 못한건지 다시 반대방향으로 달려가며 소리를 지른다.
"늑대가 나타났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 그리고 그것을 고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는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많은 편견을 아이들에게 이미 심어주고 있는 것일까 생각하게 된다.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
늑대는 무섭고 토끼는 착해

책, 생활언어, 미디어 모든 것으로부터 많은 고정관념을 심어주고 있다.

어느날인가 지유에게 "참 잘생겼어" 라고 했더니 "예쁘다 해야지. 잘 생긴건 아빠야" 라고 되받아쳤다.
"잘 생겼다고 말해도 되지. 아빠한테 예쁘다고 할 수도 있어" 라고 말해줬지만
아이에게는 여자는 예쁜, 남자는 잘생긴 이라는 형용사가 맞다는 고정관념이 생긴 것 같았다.

고정관념이나 편견을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지 모른다.
모든 외부자극을 통제할 수 없고
그 통제자 역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니까.

중요한 것은 '수정가능하냐'의 문제같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내가 가지고 있는 것과 비교하고
무엇이 더 합당한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판단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줄 알아야 한다.

아이는 어른의 거울이라 했으니
내 생각과 행동을 바꿔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현실적이려나?
끊임없이 괜찮다. 이럴 수도 있지 저럴 수도 있지. 라고 말을 해주는게 좀 더 현실적인가?

주관을 가진다는 것과
편견없이 유동성을 가진다는 것

이 둘 사이에서 적절한 줄타기를 하는 것

참 어렵다.

어릴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그 모든 시간을 겪을 내 딸에게도
어려운 일 같다.


ⓒ Amazi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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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 아이들의 관계 맷집을 키우는 놀이 수업
얼씨구 지음, 최광민 그림 / 한울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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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안 노는 애, 그래서 못 노는 애였다.
뭐든 그렇다.
안하다 보면 못하게 되고, 못하게 되면 더 안하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잘하는 애를 부러워한다.

그렇다고 노는 것에 대해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것은 사회적으로 묵시적으로 학습된 사고일지도 모른다.

공부를 못하면 누구나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부가 어렵다고 말하면 세상에 쉬운게 어딨냐고 말하며,
어렵지만 해야지! 너는 학생이잖아! 라고 아이들에게 세뇌시킨다.

아이에게 놀이는 밥이라는 말을 들었다.
잘 놀아야 잘 자라고, 잘 자라야 성공한다는 말도 들었다.
물론 최근에. 내가 어릴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어릴때 공부는 뒷전으로 놀기에 바빴던 사람들 중 훗날 사업 성공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개미는 아무리 일해봤자 개미일 뿐, 베짱이의 한방을 따라갈 수 없는 것처럼.

이 말이 전적으로 옳지도 그르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놀이가 중요하다는 점은 동의한다.

[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이 책에서
놀이를 통해 자존감, 관계의 맷집, 문제해결력, 감정의 순환 및 해소, 창의성, 공동체의식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맞는 이야기 같다.
현실에서 이길 수 없는 아이를 놀이에서는 이길 수도 있고,
놀이의 규칙을 지키고 놀이에서 승리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노력한다.
놀이에 집중하다 보면  쓰잘데기없는 딱지 하나에도 집착하고 화내며 행복해한다.

내가 놀이를 잘 하지 못했던 이유를 생각해보자.
누구도 내게 놀이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친구들과 어울리고 뛰어놀며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놀이를 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물론 아주 어릴때는 동네에 나가기만 해도 아이들이 몰려 놀고 있었으니 자연스레 술래잡기, 구슬치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이런 놀이를 했었다.
초등학생이 된 후로 한 해 한 해 갈수록 동네에 아이들은 사라졌다.
거기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시기에 나는 몸이 허약하여 조퇴를 밥먹듯이 했다. 그때는 내게 놀 친구도, 놀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건강해진 뒤에도 이미 능숙한 몸놀림을 하는 친구들 곁을 비집고 들어가기 어려웠고
나는 자연히 앉아서 책을 읽는 아이가 되었다.
뒤로 한발 물러나 바라보는 아이들의 놀이는 재밌어보이면서 동시에 시시했다.
아무것도 아닌 것에 웃고 울고 난장판이 되는 모습은 이질적이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면서 그 놀이판에 들어가기가 더욱 어색해졌고 나는 못 노는 애가 됐다.

그들에게 못 노는 애를 굳이 끌어다 애써 가르치고 함께해줄 이유가 없다.
그리고 그들 역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놀이의 형태가 달라진다. 게임이나 티비, 조금 더 크면 음주가무..
더 이상 순수한 놀이의 형태를 갖추지 못한다.

저자가 말하는 놀이는
이 시기가 지나면 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보다 순수하고, 보다 몰입할 수 있고, 보다 아날로그적이다.
이때가 아니면 못한다. 놀이가 중요하다. 이런 인식은 날로 보편화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지자체에서는 엄마들에게 전통놀이를 알려주는 수업도 있으니 말이다.

내 아이에게도 놀이를 알려주고 많은 기회를 접하게 해주고 싶은데
나 스스로가 무지하다 보니 어찌해야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그리고 엄마로서 놀이를 가장한 학습을 해주고 싶은 유혹이 많이 든다.
이것은 "놀이보다 공부가 중요하다"라는 사회적 압박이 내 안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일 터.

놀이식 학습이 아니라 순수한 놀이를 해야한다는데 못 노는 엄마는 어떻게 놀아줘야 할까?
내게 또 하나의 숙제를 던진다.
후.


@ Amazi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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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아! 까까똥꼬 시몽 18
스테파니 블레이크 지음,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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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까까똥꼬 시리즈 책 중 하나.
색감이 쨍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년말쯤 핫딜이 뜬걸 보고 지유에게 책을 사줄까 말까 하다 말았었다.
이 책을 받아서 읽어보니 두돌의 지유보다 지금 33개월의 지유에게 더 맞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글밥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약간의 의심은 남아있다.

엊그제 지유에게 공평함, fair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침 이 책도 그 내용을 품고 있다.

책을 잠시 살펴보자.

역시나 쨍한 색감. 어린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색감과 캐릭터

주인공 시몽은 친구와 함께 놀고 싶다.
하지만 친구는 자기와 함께 놀고 싶거든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같다.
동화책보다 현실 세계에서 흔하디 흔한 이야기

학교 폭력, 왕따 뿐만 아니라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정, 사랑을 빙자한 감정폭력

"이거 해줘. 싫어? 그럼 너랑 끝이야"

이러한 관계에서 질질 끌려가기 쉬운 사람은 바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자존감이 덜 형성되었기에 당하기 쉽다.
물론 어른이라고 자존감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 다행인 점은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 당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시몽 스스로 이 관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몽의 가까이에 이 불합리함에 동조하고
함께 걱정하고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동생이 더 똑똑해서라기보다
발달과정상
시몽보다 조금 더 자기중심적이라 저렇게 대답한 걸수도 있다.
게다가 본인이 처한 상황이 아니기에 조금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만 생각하던 시기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는 분명히 있다.
"나, 그리고 부모라는 가족 울타리"에서 "나, 그리고 친구라는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우세해지는 시기가 더욱 그러하다.

모든 친구가 선하고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유토피아같은 세상은 현실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유야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야해" 라고만 말할 수 없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목표로 하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심어줘야만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맞는 것은 맞다고 말할 수 있게
아이의 뒤에서,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야한다.

마지막 책장의 시몽을 표정을 보자.
저 당당한 표정은 마치
"네가 그런 논리로 나온다면 나 역시 너랑 안놀아! 나는 내 동생도 있고 가족이 있어! 두렵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혼자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아이라면 그 두려움은 공포에 가까울 수 있다.

"싫다.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 내 편이 있다" 라는 정서적 지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지유와 잠시 소동이 있었다.
나는 지유에게
It's not fair!! 라며 공평하지 않다고 뭐라했다.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그리고 화해한 뒤 불을 끄고 누워서 대화를 했다.

"지유야, 엄마는 황금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황금률이 뭔데?"

"응 황금률은 누가 나한테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은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거야.
엄마가 지유를 밀어내면 지유도 싫지? 지유가 엄마를 밀어내면 엄마도 싫어.
그래서 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해.
그리고 누군가 내게 했으면 하는 행동을 나 역시 그렇게 하는 게 황금률이야.
엄마가 지유를 안아주면 지유도 좋지? 지유가 엄마를 안아주면 엄마도 좋아.
그래서 우리가 서로 그렇게 행동하는거야."

지유는 묵음... 그러다 잠듦
듣던 말던 혼자 소곤소곤 떠듬..

"내가 이 황금률을 지킨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행동하진 않아.
하지만 기준을 가진다는 건 좋은거야.
황금률을 지키지 않고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네가 좋아해줄 필요가 없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면 돼"

이미 잠든 지유를 몇번 더 쓰다듬으며 나는 또 다른 생각의 나라로 떠났다.
지난 나의 시간 속에서
어린 나의 상처와 그 상처를 공유하지 못했던 나

누군가 먼저 내게 이렇게 말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

공평하지 않지만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어쩌겠냐.
What can I do?
I'm just a passerby.

ⓒ Amazin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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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육아 - 기준을 세우고 한 발 물러나 바라보는
이현정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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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육아서를 좋아한다.
물론 아이를 뱃속에 가진 이후로.

대체로 의사, 유아심리전공자와 같은 전문가들의 서적을 좋아하는 편이긴 하지만
엄마들의 경험담이 녹여져 있는 책을 읽으면 전문가들이 놓치곤 하는
엄마의 마음 읽어주기, 엄마 마음 공감하기에서 위로를 받곤 한다.

< 기다림 육아 > 요즘처럼 빠른 시대에 걸맞지 않은 타이틀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모님, 아니 그 윗 세대들은 일부러 하지 않아도 기다리는 육아를 하셨던 것 같다.
자녀가 많기도 했고, 생계가 빠듯해 지금처럼 한두 아이에게 몰입해서 키우시지 않았으니 말이다.

기다림을 통해
얻는 것은 마음의 여유만은 아닐 것이다.
아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립을 키워주는 것도 하나의 목표일 터.


좋은 마음으로 실천하고자 마음먹었다가
엄마 스스로 용납이 안되는 선을 넘어버리면
그냥 포기하고 "내가 먹여주고 말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p.37

나는 이 먹여주기에 대해 할 말이 많은 사람이다.
나는 입도 짧았고 편식도 꽤나 하며 자랐다. 뭐라도 먹으라는 마음으로 부모님은 내게 편식을 고치길 강요하지 않으셨다.
성인이 된 이후에 양파, 고추, 버섯 등 다양한 채소들을 먹기 시작했다.
내 자식이 어릴때부터 건강한 식자재를 골고루 양껏 먹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것은 나에게 하나의 로망이었다.

아이가 이유식을 시작하기 전, 아이주도 이유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책 저 책 살펴보며 이 방법에 매료되었다.
그치만 번거러워보이고, 요알못이라 약간 두렵기도 했기에
일반 이유식과 아이주도 이유식을 병행하려고 했었다.

그건 내 생각이고, 현실은 달랐다.

아이는 초기이유식 한달 정도만 먹었고 그 뒤로는 죽을 받아먹지 않았다.

아이주도 이유식으로는 우선 재밌으니 잘 먹더라는..
그래서 결국 아이주도 이유식으로만 진행했고 돌까지 잘 마무리했다.

결과론적으로 따진다면
아이주도 이유식을 한다고 해서 편식없이 골고루 잘 먹는 아이가 되지 않는다.
내 아이도 그랬고, 이 증언은 여러 사람들에게서 확보했다.
잘 먹는건 타고나는 게 크다.

또한,
돌까지 혼자 음식물을 쥐고 뜯고 팽개치며 즐겁게 먹던 아이가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해서인지 돌쯤부터 아예 손도 안대고 떠먹여줘야만 먹었다......
숟가락을 쥘 생각도 안하고, 음식으로 장난조차 치지 않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글쓴이가 뒷부분에서 하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자율성을 키워주기 위해 부모가 참여를, 참견을 줄여야 한다는데는 동의한다.
그러나 본인이 견딜 수 있는 정도껏 해야한다.

나는 내 아이가 밥을 먹지 않는 것을 견디기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면 그게 무슨 대수야? 별거 없더라. 라고 시큰둥하게 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긴 하다.
배고플때까지 기다려준다거나, 조금만 먹어도 그걸로 넘어간다거나 그런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힘들었고 아이에게 떠먹여주는 것을 선택했다.

3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아이는 스스로 먹을 수 있음에도 내가 떠먹여줘야 먹는 일이 많다.
그렇지만 괜찮다.
내가 기쁘게 할 수 있는 정도이기도 하고 한 숟가락이라도 더 먹는다면 나는 그것으로 족하니까.

이처럼 어른에게도 화는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이다.
그런데 화가 난 대상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엄마라면 아이는 어떨까?
아이의 가슴에 고스란히 상처로 남지 않을까?
너무 잘해주려고 하는 마음이 앞서면 '
이렇게까지 너에게 잘해주었는데 너는 왜 이것 하나조차도 양보하지 않니?
라는 마음이 생긴다.
p. 85

나는 아주 어릴때 기억은 몇몇 장면을 빼고는 거의 기억이 가물하다.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야 기억이 나는 것 같다.
나의 엄마는 이성적인 성격이셨다. 어릴때 내가 느낀 바로는 그렇다. (지금은 달라지신 것 같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후부터 맞벌이를 하셨고, 양가 도움없이 육아를 하셨기에 늘 바쁘고 힘드셨다.
꽤 이성적인 성격이심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를 통해 "종로에서 뺨맞고 한강가서 화풀이한다"는 속담을 떠올렸다.
분명 똑같은 일상이었는데 유난히 짜증을 내는 날이 있었다.
괜한 불똥이 내게 튄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자면, 어제나 오늘이나 똑같이 엄마 퇴근 시간전까지 집안 청소를 안해놨다.
그런데 어제는 혼나지 않았는데, 오늘은 혼이 났다. 일관성이 부족한 육아였다.
혼을 내려면 늘 혼냈어야 하거나 혼나는 룰을 정확히 설정했어야 했다.
어디선가 감정이 나빠진 게 분명했다. 내 탓이 아닌데 집에 돌아와 화풀이를 한다고 어린 마음에 불합리하다 생각했었다.
그 뒤로도 나는 "종로&한강 스타일"이 싫다.
이는 어린 날 내가 받았던 마음의 상처와 일맥상통하리라.

어린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일관성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사람이 어떻게 늘 화를 제대로 삼킬 수 있겠는가? 그럴 수 있다면 대단한 분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한다.
하지만 아이때문에 화가 난 것을 폭발적으로 화내지는 않더라도 감정 표현 정도는 할 수 있다고 본다.
2돌 이하의 아이에게는 하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눈치 코치가 생긴 이후에는 어느 정도 표현을 했다.

엄마는 지금 기분이 좋지 않아.
잠깐 시간을 줘.
네 행동이 엄마를 슬프게 했어.

정도의 표현은 하고 있다. 아이도 그에 대해 미안하다고 표현을 하기도 하고 눈치도 본다.
나는 그 눈치보는 것이 미안하지는 않다.

육아에 정답은 없다. 엄마 스스로 수많은 정보 중에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정보를 구별하고, 스스로에 대한 믿음으로 나만의 공식을 완성해가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육아다. 그 과정에서 실수하면 어떠랴. 실수하면 실수하는 대로 나는 오늘도 믿음이라는 나무에 비와 바람, 햇살이 되어 아이 곁에 머무를 것이다.
p. 133
육아에서 시행착오만큼 값진 과정은 없다. 지난 8년간 육아 블로그를 이어오면서 나의 한결같은 메시지는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말자'였다. 개개인의 상황이 다르고, 아이의 기질과 특성이 다르다. 그렇기에 뾰족한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실수와 반복만이 육아를 단단히 완성해갈 수 있다.
p. 139

나는 내 아이를 키우며 들었던 생각 중 하나가 "대체 인류는 어떻게 지속되었던 걸까?" 였다.
이토록 힘들고 어려운 길을 그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하다는 듯 걸어갔다는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엄마도 내게 "아이를 낳아봐야 부모 마음을 이해하지" 라고 하셨었다.
아이를 낳고 틈틈히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과 동시에 '왜 내게 같은 것을 경험하라 하신거지? 나도 당해보라는 건가' 라는 억측이 생겼었다. 물론 지금은 후자보다 전자가 훨씬 크다.
그리고 아이가 주는 사랑과 만족감이 이루말할 수 없이 크다.

아이를 키우며 생기는 의문들, 고민들은 주변 엄마들보다 육아서를 읽어나가며 해결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변 엄마들과는 공감, 위로를 주고 받는 것으로..
간혹 육아서를 읽어본들 현실은 달라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내 아이에게 안성맞춤인 이론도, 경험담도 있을 수 없다. 책은 보편적인 이야기를 할 뿐이다. 다만 아이의 발달 단계에서 일어나는 성장 진통을 이해할 수 있고, 다르지만 비슷한 엄마들의 사례를 살펴보며 소소한 팁이나 위로를 받을 수 있다.

완벽할 수 없는 육아임을 받아들이고 나와 내 아이를 질책하지 않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성장하는 사랑의 과정임을 기억해야한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또 다짐한다.
내 사랑을 위해 오늘도 내일도 나를 성장시키겠다고.. 내게 부족했던 여유와 느긋함도 키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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