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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평하지 않아! ㅣ 까까똥꼬 시몽 18
스테파니 블레이크 지음,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8년 9월
평점 :
이 책은 까까똥꼬 시리즈 책 중 하나.
색감이 쨍해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이기도 하다.
작년말쯤 핫딜이 뜬걸 보고 지유에게 책을 사줄까 말까 하다 말았었다.
이 책을 받아서 읽어보니 두돌의 지유보다 지금 33개월의 지유에게 더 맞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글밥은 길지 않지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지금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약간의 의심은 남아있다.
엊그제 지유에게 공평함, fair 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는데
마침 이 책도 그 내용을 품고 있다.
책을 잠시 살펴보자.
역시나 쨍한 색감. 어린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색감과 캐릭터
주인공 시몽은 친구와 함께 놀고 싶다.
하지만 친구는 자기와 함께 놀고 싶거든 시키는 대로 하라고 한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스토리 같다.
동화책보다 현실 세계에서 흔하디 흔한 이야기
학교 폭력, 왕따 뿐만 아니라 연애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정, 사랑을 빙자한 감정폭력
"이거 해줘. 싫어? 그럼 너랑 끝이야"
이러한 관계에서 질질 끌려가기 쉬운 사람은 바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자존감이 덜 형성되었기에 당하기 쉽다.
물론 어른이라고 자존감이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건 아니지만.
이 책에서 다행인 점은 (물론 교육적인 측면에서 당하는 것으로 끝나지는 않겠지만)
시몽 스스로 이 관계가 불합리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시몽의 가까이에 이 불합리함에 동조하고
함께 걱정하고 의견을 내놓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는 동생이 더 똑똑해서라기보다
발달과정상
시몽보다 조금 더 자기중심적이라 저렇게 대답한 걸수도 있다.
게다가 본인이 처한 상황이 아니기에 조금 더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만 생각하던 시기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중요해지는 시기는 분명히 있다.
"나, 그리고 부모라는 가족 울타리"에서 "나, 그리고 친구라는 또래집단"의 영향력이 우세해지는 시기가 더욱 그러하다.
모든 친구가 선하고
모든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유토피아같은 세상은 현실에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지유야 친구랑 사이좋게 놀아야해" 라고만 말할 수 없다.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는 것을 목표로 하되,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심어줘야만 한다.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맞는 것은 맞다고 말할 수 있게
아이의 뒤에서,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야한다.
마지막 책장의 시몽을 표정을 보자.
저 당당한 표정은 마치
"네가 그런 논리로 나온다면 나 역시 너랑 안놀아! 나는 내 동생도 있고 가족이 있어! 두렵지 않아!"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혼자가 되는 것은 누구에게나 두려운 일이다.
아이라면 그 두려움은 공포에 가까울 수 있다.
"싫다. 아니다." 라는 말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돌아갈 곳이 있다. 내 편이 있다" 라는 정서적 지지가 아닐까 싶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지유와 잠시 소동이 있었다.
나는 지유에게
It's not fair!! 라며 공평하지 않다고 뭐라했다.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지만..)
그리고 화해한 뒤 불을 끄고 누워서 대화를 했다.
"지유야, 엄마는 황금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황금률이 뭔데?"
"응 황금률은 누가 나한테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은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하지 않는거야.
엄마가 지유를 밀어내면 지유도 싫지? 지유가 엄마를 밀어내면 엄마도 싫어.
그래서 서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아야해.
그리고 누군가 내게 했으면 하는 행동을 나 역시 그렇게 하는 게 황금률이야.
엄마가 지유를 안아주면 지유도 좋지? 지유가 엄마를 안아주면 엄마도 좋아.
그래서 우리가 서로 그렇게 행동하는거야."
지유는 묵음... 그러다 잠듦
듣던 말던 혼자 소곤소곤 떠듬..
"내가 이 황금률을 지킨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행동하진 않아.
하지만 기준을 가진다는 건 좋은거야.
황금률을 지키지 않고 너를 아프게 하는 사람은
네가 좋아해줄 필요가 없어.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을 이유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
너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면 돼"
이미 잠든 지유를 몇번 더 쓰다듬으며 나는 또 다른 생각의 나라로 떠났다.
지난 나의 시간 속에서
어린 나의 상처와 그 상처를 공유하지 못했던 나
누군가 먼저 내게 이렇게 말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들..
공평하지 않지만 괜찮다.
괜찮지 않아도 어쩌겠냐.
What can I do?
I'm just a passerby.
ⓒ Amazing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