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가비 해변
마리 헤르만손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는 '응답하라' 시리즈 중에서 최고 시청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전 시리즈와 달리 부모와 자식들의 이야기들을 교차하며 보여주었기에 국민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이제는 노년과 중년이 되었을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경제적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마음이 넉넉했던 이야기를 보며 당시를 추억하며, 자녀들에게 부모의 어린 시절에 대해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어 볼 수 있었기에 국민드라마가 되었다고 본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 만한 이야기거리가 있다는 것은 축복일 것이다. 하지만, 만약 사랑하는 가족 혹은 친구와 헤어진 슬픈 경험이 있다면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슬펐던 경험에 대해 마주할 만큼 많은 시간이 흐르게 되면, 그 슬펐던 기억마저도 소중하게 여겨지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스웨덴 작가 마리 헤르마손의 소설 <조가비 해변>은 크리스티나와 울리카라는 두 사람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이야기를 번갈아가며 들려준다. 그리고 서로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지만 울리카의 어린 시절 속에 연결고리가 있었음을 유추하게 만들어준다. 굳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선택한다면, 울리카라고 볼 수 있다. 율리카가 어린 시절 즐겁게 보냈던 곳으로 자녀들과 여행을 와서 새로운 친구 안네 마리를 사귀고 즐겁게 보냈던 기억과 함께 안네 마리의 동생 카린이 실종되었다가 다시 발견되는 사건을 기억하게 되고, 안네 마리의 오빠를 다시 만나게 되어 그 사건 이후 안네 마리의 가족이 어떻게 살아 왔는지를 알게 된다. 

과거에는 다양한 층이 있다. 작년은 오늘과 거의 똑같지만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하루 지난 신문이나 바짝 말라 버린 빵처럼 무의미하고 지루하다. 지난 10년은 우스꽝스럽고 케케묵었으며 불쾌하지만, 시간의 우물로 더 싶이 내려가 이삼십 년쯤 전으로 돌아가면 과거의 성격이 달라진다. 진흙이 가라앉고 무늬가 만들어진다.(44쪽) 
 
이 소설의 마지막 장면에 울리카가 어린 시절 친구의 변해버린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 누구인지 몰랐다가 알게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장면을 읽으며 한 두번의 만남을 통해 설렘을 느꼈다가 세번째 만났을 때 너무나도 변해버린 모습으로 인해 세번째는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썼던 수필가 피천득의 '인연'이라는 수필이 생각이 났다. 누군가를 만나 즐거웠던 오래된 기억은 추억으로만 남는 것이 나을 수 있는 것 같다. 기억 속의 모습과 다른 현재의 나이 든 모습으로 인해 실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울리카는 어릴 때 친구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그냥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갈 뿐이다. 책장을 덮으며 울리카의 마지막 모습은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를 보며 즐겁게 과거를 추억했지만, 현재 일상 속으로 돌아가 큰 변화가 없는 삶을 살아가다가 오랜 시간이 흘러 현재를 다시 추억하게 되는 시간이 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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