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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소설의 영문 제목이 'The Heat of Betrayal'인 더블라스 케네디의 신작 <비트레이얼>은 원제목 그대로 '배신의 충격'에 관한 이야기이다. 즉, 배신의 증거를 보기 전까지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보고 싶어하는 모습만 보고, 자신가 만들어놓은 환상 속의 모습으로만 보는 어리석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생은 위대한 스승이다.'라는 말이 있다. 인생이 위대한 스승이 되게 하려면 먼저 환상과 자기 기만을 벗어던져야 하는데 나의 경우 사랑이라는 감정이 시야를 흐리게 만들고 있었다.
그럼 역으로 사랑 없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내가 허구한 날 눈이 빠지게 들여댜보는 대차대조표와 같은 인생이 되지 않을까? 안정적일 수는 있어도 무미건조한 인생이 될 거야. 나는 폴을 사랑해. 폴의 재능, 지성, 무모하고 충동적인 면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는 사랑이야' (23쪽)
소설 속 주인공 로빈은 결혼 4년차이지만, 화가인 남편 폴의 낭비벽과 솔직하지 못한 면들로 인해 실망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자신이 갖지 못한 예술적인 감각과 자유분방한 남편의 모습에 매력을 느끼고, 평생을 함께할 이상적인 배우자로 생각하다가 결정적인 배신 증거들로 인해 충격을 받고 헤어질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남편에게 심한 질타의 메모를 남기고 남편은 그 메모를 보고나서 사라진다. 남편의 흔적을 찾아다니다가 만난 남편의 옛친구를 통해 모로코로의 여행이 남편이 충동적으로 계획했던 여행이 아니라 30년 전에 모로코에서 살면서 한 여자와 자신을 도와준 친구를 배신했었으며 그 옛친구에 의해 의도된 계획에 따라 모로코에 오게 된 것임을 알게 된다. 하지만, 남편에 대한 배신감에도 불구하고 음모로부터 남편을 구하기 위해 남편을 찾아 헤메다가 고생을 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고 합니다.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문제가 분명하게 드러났음에도 보려고 하지 않죠. 상대에 대한 연민 때문이기도 하고, 자기 자신이 받게 될 상처가 두렵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그럼에도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도가 없지요." (294쪽)
남편의 흔적을 찾아다니다가 어느 호텔에서 만난 독일인 목사 디트리히가 해준 이 말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주인공이 남편을 찾아헤메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웠다. 하지만, 주인공 로빈의 어리석음에 대해 비난할 수는 없다. 그만큼 남편을 사랑했고, 남편의 배신으로 인한 충격이 컸고, 남편에 대한 놀라운 음모에 대해 알게 되었기에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일단 남편을 찾는 행동을 멈출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인 이상에는 누군가가 잘못된 일을 하거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거나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으면 어떻게든 도와주려고 하기 마련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사막의 오아시스에서 사는 베르베르족 마이카 가족들도 그러했고, 운전사 아티프도 그러했다. 그 덕분에 주인공 로빈은 남편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있음을 경험할 수 있었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내 인생은 사하라 사막에서 완전히 변했다. 나는 인간이 견딜 수 있는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다. 나는 그 모든 고통을 견디어내고 살아남았다...사하라사막에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다. 살아남기로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상처와 고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려면 강인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434쪽)
'나는 무엇을 원할까?'
나는 살아가면서 그 답을 만들어가기로 했다. (434쪽)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비트레이얼>을 통해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의 단점이 단점으로 보여지지 않고, 그 단점을 바꿀 수 있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보여주면서도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이 있어도 삶은 계속됨을 보여주었으며, 왜 나에게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라는 원망에 빠져 아무것도 못하는 것보다 삶을 살아가면서 이왕이면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며 살아가야 함을 일깨워주었다. 삶에는 정답이 없기에...
'사물을 보는 시각에 옳고 그름은 없다.'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감탄스러웠다. 똑같은 대상, 풍경, 인생이라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각기 달리 받아들여지게 마련이었다.예술작품 역시 보는 사람의 관점과 해석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폴이 그린 그림들을 보는 동안 새삼 깨달았다' (8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