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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앨리스
리사 제노바 지음, 민승남 옮김 / 세계사 / 2015년 4월
평점 :
품절
현대인들이 암보다도 더 두려워하는 질병이 '치매'에 걸리는 것이라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암의 경우 조기발견시 적절한 치료나 수술을 통해 완치가 가능하기도 하고 완화시키거나 억제시킬 수 있는 약물도 있지만, 치매에 걸릴 경우에는 완화시키기 위한 많은 조치들이 취해지긴 하지만 완화시킬 수도 없고 치료도 불가능한 병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현대인의 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치매에 걸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에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과 두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병에 걸렸을 때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소중한 기억을 잃어버리고 자신의 몸을 조절할 수 없게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기 때문에 가장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이 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설마 내가 혹은 가족이 걸렸을까라는 생각에 조기진단을 하지 못해 치매 증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한 동안 매스컴에서 어떠한 증상이 없을지라도 정기적으로 치매검사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또한 치매의 원인은 혈관성 치매 등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인지능력과 기억력이 서서히 감퇴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을 알츠하이머병이라고 한다고 한다.
리사 제노바의 소설 <스틸 앨리스>는 영화 <스틸 앨리스>에서 여주인공 앨리스 역을 맡은 줄리안 무어가 2015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아 화제가 되면서 알게 된 소설이다. 아카데미 상을 수상한 줄리안 무어의 연기가 궁금하여 영화 <스틸 앨리스>를 관람했는데, 원작 소설이 궁금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리사 제노바는 할머니가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자 이 병에 걸린 환자 입장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소설 속 주인공 앨리스는 50세이지만 조발성 알츠하이머병에 걸린다. 대부분 65세 이상의 나이가 되어서 나타나는 질병이 앨리스의 경우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50세에 발병한 것이다. 뛰어난 언어심리학 교수이며 세 자녀의 어머니인 앨리스는 학회 발표 도중 단어를 기억해내지 못하고, 식당에서 자신의 블랙베리폰을 두고 나오고, 25년간 달려온 동네 달리기 코스 중간에 집으로 가는 길을 기억하지 못하는 등의 증상을 경험하면서 갱년기로 생각하고 자신의 주치의를 만나는 일을 뒤로 미루게 된다. 강의와 학회 등으로 바쁜 가운데 뒤늦게 주치의를 만나고 나서 자신이 조발성 알츠하이머에 걸렸으며 자신의 자녀들에게도 유전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녀들의 검사 결과 첫째딸이 이 유전요소를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어 딸에게 미안해하는 장면은 마음이 아팠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기에, 이 병에 걸린 앨리스와 남편 존, 세 자녀 안나, 톰, 리디아가 대처해나가는 과정을 <스틸 앨리스>는 보여주고 있다. 영화 버전의 경우, 알츠하이머병에 서서히 잠식되어가는 앨리스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준 배우 줄리안 무어의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최고의 지성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보여주어 마음이 아팠다. 특히, 환자의 가족이 겪는 고통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지만 영화 속이든지 소설 속이든지 담담하게 표현하고 있기에 더 가슴에 와 닿았다.
특히 주인공 앨리스가 병으로 인해 감소하는 기억을 되살리는 연습을 꾸준히 할 뿐 아니라 자신과 같은 사람들과의 모임을 만들어 고통을 공유하고자 하고, 읽기 위해 애쓰는 모습 등은 감동적이었다. 모임을 만드는 이야기와 막내딸 리디아가 병에 걸린 앨리스와 살기 위해 LA에서 뉴욕으로 오게 된 과정의 에피소드 등 몇 가지는 빼고는 영화와 책의 내용이 거의 일치했지만 아무래도 책을 통해 앨리스의 심리상태를 세밀하게 엿볼 수 있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감정의 기복이 생기고 기억력이 감소하지만, 기억훈련을 꾸준히하고 의연하게 대처하고자 노력했던 앨리스, 병에 걸렸다고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 속에서 앨리스를 보살피는 가족들의 이야기는 결코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없으며,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가족간의 사랑 그리고 매순간 순간 만들어가는 추억과 이를 기억하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등을 일깨워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