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포로원정대
펠리체 베누치 지음, 윤석영 옮김 / 박하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등산'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 중에 기억남는 것은 박범신의 소설 <촐라체>가 있다. 모 사이트에 연재되었던 소설이 책으로 출간되었을 때 읽어본 소설인데, 에베레스트 서남쪽에 있는 촐라체(6440m)라는 산의 정상을 오른 뒤 하산 중에 실족한 형제가 극적으로 생환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로, 등산전문용어는 다소 어려웠지만 작가의 사실적인 묘사로 인해 세계의 고산들을 오르는 등산가들의 여정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된 소설이었다.


영국의 유명한 등반가 조지 말로이(George Mallory)가 '산이 거기에 있기에 산에 간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지만, 솔직히 서너 시간이면 오르는 산이 아니라 전문 등산 장비를 갖추고 몇 날 며칠을 죽을 고생을 하며 산에 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미래를 알 수 없는 포로수용소의 사람들이 수작업해서 만든 조잡한 등산 도구를 갖추고 포로수용소를 탈출해서 4,985미터나 되는 아프리카 케냐 산의 레나나 봉을 오른 뒤 18일만에 포로수용소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에피오피아 아디스아바바로 파견된 이탈리아 공무원이었던 펠리체 베누치는 1943년 포로수용소 동료 2명과 함께 이 일을 해냈고, 이 이야기를 전쟁이 끝나 고국에 돌아와서 1948년에 책으로 출간했다. 이 책을 읽어보니 영화로 만들어져도 흥미진진한 실화였다.


<미친 포로원정대>는 세계 2차 대전 중 영국군 포로 수용소에 갖힌 지 2년된 펠리체가 우연히 케냐 산을 보고 정상의 봉우리게 오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자신의 이러한 꿈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모색한다. 의사인 귀안과는 처음부터 뜻을 같이하고 준비를 했지만, 최고봉으로의 등산을 시작하는 깃점의 베이스캠프에서 이들을 지원해 줄 세번째 동료를 예정된 출발일인 1월 24일 전까지 찾기 위해 애간장을 태우다가 등산과 거리가 멀지만 용기있고 끈기있는 엔초가 합류하게 되어 수용소를 탈출하고 등산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평원에서 높게 솟아있는 케냐산까지 가는 길은 포로수용소 탈출범으로서의 신분이기에 조심스럽게 움직여야했고, 평원에서 살고 있는 수많은 야생 동물들-사자, 코끼리, 들소, 코뿔소 등-의 공격 위험을 피해 움직여야 했다. 이들 원정대는 다행히 야생 동물들의 공격 위험에 빠지진 않았지만 세 명의 원정대원들이 돌아가며 불침번을 섰을 때 주위에서 들려오는 다양한 야생동물들의 울음소리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들었다.


저자와 동료들이 야생에 노출 되었을 때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도 없었고, 5천여 미터나 되는 산을 오르기 위한 신발이며 옷이며 등산 장비, 야영 장비도 없이 케냐 산 앞에 도착하고, 케냐 산을 오르는 과정은 놀라울 뿐이다. 터무니없이 적은 양의 식량으로 등산을 시작하고, 귀환하는 과정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큰 사고 없이 돌아왔다는 것이 기적이었다. 책 제목처럼 이들의 미친 도전은 케냐 산에 대한 제대로 된 등산 정보가 없었기에 무모하게 도전할 수 있었으며, 좁은 포로수용소에서의 희망없는 지루한 삶 뿐 아니라 남은 삶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어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말도 안되는 꿈일 지언정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사람을 긍정적이 되게 만들고, 활력있게 만들어 줌을 저자 펠리체 베누치의 이야기를 통해 엿볼 수 있었다.


원래 펠리체 베누치가 오르고 싶었던 케냐 산의 봉우리는 최고봉인 바티안이었지만, 오르기 위해 선택한 길로는 도저히 오를 수 없었고, 좋은 장비와 식량이 없었기에 차선으로 레나나 봉을 올랐던 경험은 자신만의 꿈을 향해 준비하고 도전하고 이루는 과정을 통해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남은 생을 지속적으로 이끌어주는 인내와 끈기를 배울 수 있게 해주었고, 또다른 꿈을 꾸게 만들어 줌을 배울 수 있었다. 어떤 꿈이라도 꿈을 꾸는 것은 멋진 일이며, 그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전진하는 삶은 활력이 넘치고 멋진 인생인 것이다.

<저자 펠리체 베투치가 직접 그린 그림들이 실려있다.>

 


<포로 수용소에서의 삶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열악한 포로수용소에서 얻은 정보들을 수집해서 그린 케냐산 등산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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