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 - SF영화로 보는 철학의 모든 것
마크 롤랜즈 지음, 신상규.석기용 옮김 / 책세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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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책'하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영화와 철학이 만난 책이라고 하면 덜 어렵게 느껴지고 한번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영화가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즐기는 오락거리이기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진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철학과 교수인 마크 롤랜즈가 쓴 <우주의 끝에서 철학하기>는 다양한 영화 장르 중에서도 SF영화로 보는 철학책이라고 해서 그 내용이 더 흥미진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고, 책을 읽어보니 그 기대감을 충족해 주는 책이었다.

저자가 영화가 제공하는 시청각 영상들 속에서 구체화된 추상적인 문젯거리들과 거기서 벌어지는 토론, 논쟁 등을 통해 철학을 배울 수 있다고 서문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에 재미있게 봤었던 프랑켄슈타인, 매트릭스, 터미네이터, 토탈리콜, 6번째날, 마이너리티 리포트, 할로우 맨, 인디펜던스데이, 에일리언,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 블레이드 러너에서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철학적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설책 수준으로 쉬운 책은 절대 아니다. 다만, 다양한 철학자들이 제시했던 삶의 의미, 확신에 대한 문제, 심신 문제, 인격동일성에 대한 문제, 자유의지의 문제, 도덕의 범위, 선과 악, 죽음과 삶의 의미 등을 영화와 연결하여 소개하고 있기에 철학에 문외한인 사람들에게 철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면,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철학적 주제는 앎의 확신에 대한 철학자 데카르트의 철학적 논제를 잘 접목시킨 영화이며,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 간의 불일치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이런 분야를 철학에서는 인식론이라고 한다고 한다. 인식론이란 이런 것이다라는 정의로 시작되는 책이었다면 첫문장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굉장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SF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매트릭스를 본 사람이라면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아는 것간의 불일치가 어떤 것인지 쉽게 공감할 것이다. 책을 한장 한장 읽을수록 심오한 철학적 이슈를 담아낸 영화를 제작한 감독도 놀랍고, 철학적인 개념을 영화와 접목시켜 소개한 마크 롤랜즈도 놀랍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저자가 제안했던 것처럼, 저자가 언급한 영화가 등장할 때마다 과거에 봤더라도 다시 한번 영화를 본후 해당 부분을 읽으면 저자의 글이 더 생생하게 다가옴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내 경우에는 얼마 전 케이블 TV에서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방영하는 걸 챙겨본 덕분에 9장을 읽을 때 더욱 흥미진진했다. 도덕적 가치의 상대성과 객관성, 절대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영화속 등장인물들과 문화적 특성들에 대해 어떤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저자의 이슈 제기는 바른 가치판단을 위한 바른 추론과정의 중요성을 알게 해주었고, 이를 통해 비판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바른 비판이 필요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주었다.

마크 롤랜즈의 책을 읽어보니 우리가 철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심오한 철학적 주제들을 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삶에서 부딪히게 되는 가치판단의 문제들에 대해 바른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어떤 추론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와 같이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읽었던 글에서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철학과 출신이 많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그것은 긴박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까지 다양한 관점에서 사고의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크 롤랜즈 덕분에 영화와 철학의 흥미진진한 만남을 경험할 수 있었고, 저자의 다른 책들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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