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특허 표류기
이가라시 쿄우헤이 지음, 김해용 옮김 / 여운(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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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많은 의학 연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에 많은 질병들이 정복되었기에 현재의 의학기술로 치료할 수 없는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유전자의 구조를 밝히고 특정 병과 연관된 유전자를 연구하는 일은 무조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왔었다. 이를 위해서 많은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모으는 일은 당연하고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만약 내 유전자를 이용해서 치료법을 개발한 제약회사와 같은 이익집단들이 돈을 벌고 있다고 하면 무조건 좋은 일이고 무료로 이용하게 하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선뜻 대답할 수 없는 것 같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평소에 생각해 봤던 것은 아니다. <인체측허 표류기>라는 책에 대한 소개글을 통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었다.

 

NHK의 다큐멘터리 PD인 이가라시 쿄우헤이가 쓴 <인체특허 표류기>는 저자가 2001년 제작한 '인체특허'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지난 12년 동안 인체특허와 관련된 연구와 문제를 총 정리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은 유전자에 대한 지식과 특허에 관련된 지식이 없는 사람이 읽기에는 다소 어렵긴 했지만, 책을 읽은 덕분에 조금이나마 배경지식을 얻게 되었다.

 

유전자 특허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소개된 분야는 에이즈와 관련된 특허분야이다. 에이즈에 걸릴 수 있는 환경에 있어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 혹은 에이즈환자인지 모르고 헌혈한 사람의 피를 수혈받은 사람들 중에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의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다고 한다. 미국화가 스티브 크론의 경우, 지인들이 에이즈로 하나 둘씩 사망해서 스스로  연구소에 찾아가 자신의 혈액을 검사하도록 했었는데, 자신의 면역세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는 덕분에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연구소가 이 연구결과를 가지고 특허를 취득했지만, 이 연구결과에 기여한 스티브 크론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유전자는 '인류 전체'의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스티브 크론은 자신의 유전자가 특허가 되고, 그 특허가 다른 사람의 것이 되어 버린 현실 앞에서 분노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밝혀내기까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하기에 '특허'라는 수단을 통해 연구 결과의 수익을 얻어낼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은 이해가 된다. 최근 전세계를 공포에 빠져들게 만든 에볼라 바이러스의 경우, 연구가 지속되지 못했던 이유로 환자가 충분히 많지 않기에 연구하기도 힘들었고,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했고, 연구 결과에 대해 검증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등의 기사를 읽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연구를 하고 좋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약을 만들어내려면 결국 돈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를 추구하는 공익단체를 설립해서 연구결과가 무료로 사용되도록 하려고 해도 결국 누군가의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함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인체특허는 부득이하게 용인할 수 밖에 없는 문제인 것 같다. 저자 역시 어느 누구도 '인체특허'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고 인정했듯이 그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어떻게 바른 정책을 세울 것이냐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점인 것 같다. 최근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정되어 주민등록번호 취득을 못하게 하는 등의 제재가 생겼다. 어떤 사이트나 컨텐스, 서비스 등을 무료로 이용받기 위해 사용자들이 자신의 정보활용하도록 동의하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었다보니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을 때 그 피해를 개인들이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책이 취해진 것처럼, 유전자 연구와 관련되어서도 유전자를 제공한 당사자의 동의나 허락 혹은 수익배분 등과 같은 문제가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연구기관에서 특허를 취득하는 것은 문제가 있음을 이슈화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한 인류 전체의 공공보건 증진에 관한 '인체특허'에 대한 보장기간이나 '인체특허'를 통한 수익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수익을 나누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등이 이슈화되고 논의되어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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