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지난 달에 세상을 떠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출연했던 영화 <스토커>는 스릴러라기보다는 드라마에 가까운 영화였지만, 스릴러로 포장했기에 국내에서 흥행에 실패했던 걸로 기억한다. 스릴러라하면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게 하는 섬뜩함이 있어야 하는데,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이었던 영화 <스토커>는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더 많은 영화였다. 영화의 제목 또한 <스토커>라기 보다는 영화의 원제 <One Hour Photo>를 그대로 살리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다. 반면에
프랑스 작가인 카린 지에벨의 스토커를 소재로 한 소설 <그림자>는 전형적인 스릴러 소설이다. 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고, 한장 한장 책을 넘기면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마지막 책장을 엎을 때까지 숨가뿐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저자가 한국 독자들에게 남긴 인사말처럼 카린 지에벨의 소설 <그림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손에 담을 쥐게하며 긴장감을 놓을 수 없는 소설이었다.

소설 <그림자>는 광고회사에서 부사장으로 있는 능력있는 커리어 우먼인 클로에가 파티에 참석했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세워둔 자동차로 가다가 검은 복면의 남자를 만났고 이후 스토킹을 당하는 느낌을 받지만 주변 사람들이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 처한 가운데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게 되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남자친구의 결별선언과 직장 내에서의 실수와 승진실패 등으로 무너져감을 보여준다. 우연히 죽은 아내와 닮은 클로에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된 강력계 형사팀장인 알렉산드로 고메즈가 클로에가 스토킹을 당하고 있는 상황을 알게 되고 비슷한 사건이 다른 경찰서에서 있었던 것을 기억해내고 두 사건간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범인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통해 스토커의 범인이 밝혀지고 붙잡힐 것으로 예상되는 순간 이야기의 전개는 예상을 뛰어넘는다.

소설 속 두 주인공은 자기가 일하고 있는 분야에서 능력은 있지만 성격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여주인공 클로에는 어릴 적 여동생의 사고로 인한 고통과 전남편의 폭력으로 인해 이혼한 경력이 있지만 성공과 승진을 향한 강렬한 욕망으로 인해 직장동료들을 매몰차게 대하는 차가운 캐릭터면서 외모적으로 매력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범인을 잡기 위해 불물가리지 않는 형사 고메즈는 18년간 사랑한 아내의 병과 죽음으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리는 고통을 겪는 인물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었기에 서로 연결될 수 있을 만한 사람이나 장소가 없었지만 스토커로 인해 서로 알게 되고 의지하게 되는 관계 이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고메즈의 수사로 범인의 정체가 빨리 밝혀지고 범인이 죄값을 받기를 기대했지만 책을 거의 다 읽을 때까지 똑똑하며 용의주도한 스토커는 잡히지 않는다. 아니 책을 덮는 순간에도 잡히지 않아 아쉬웠다.또한 소설의 두 남녀 주인공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는 결말을 보여주지 않아 놀라웠지만, 마지막 장에 묘사된 의외의 인물의 등장은 권선징악적 결말을 예고하고 있었다. 또한 소설 중간 중간에 스토커의 심리묘사가 나올 때마다 섬뜩함을 더해주었으며, 여주인공이 스토커의 정체를 알게되고 절망하는 장면은 여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공감하고 몰입하게 만들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점이 스릴러 소설로써 독자적인 매력을 보여준 카린 지에벨의 스타일인 것 같다. 아직까지 소설 <그림자> 외에는 카린 지에벨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된 것이 없어 아쉽지만, 앞으로 번역된 책이 출간되면 꼭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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