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다클리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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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나 소설의 매력은 기술의 발달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을 그려낸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이정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소설이라는 특성상 허구이긴 하지만, 작가의 경험과 지식에 기반하여 형성된 상상력의 세계이기에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필립 K.딕이 쓴 '스캐너 다클리' 역시 작가가 이 책을 썼을 당시인 1970년대에 비하면 미래이지만 그렇게 먼 미래라 볼 수 없는 1994년이라는 시점을 배경으로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었다. 필립 K.딕은 블레이드 러너, 토탈 리콜, 페이첵,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재미있게 봤었던 SF 영화의 원작소설을 쓴 작가인데, 이번에 처음으로 그의 소설을 읽게 되었다.
 
'스캐너 다클리'는 과거에 읽었던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 시리즈같은 소설들과 달리 좀더 어두운 SF소설이었는데, 아무래도 기술문명보다는 '약물중독'과 관련한 이야기라서 그런 것 같다. 이 소설은 주인공이 중독과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인 'D'물질의 유통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마약조직에 잠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흥미진진한 기술문명에 관련된 SF 소설이 아니라 다소 우울한 소재인 '약물'중독과 관련된 이야기라서 소설이 무겁게 느껴졌다. 또한 수사관이 심분을 감추고 약물을 수사하기보다는 어느새 중독자가 되어버린 상황으로 소설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이 소설을 읽으며 연상되는 영화가 있었는데, <무간도>라는 오래된 영화였다. 헐리우드 판 리메이크영화의 제목은 <디파티드> 였다. 경찰과 갱단이 서로를 감시하기위해 스파이를 심어놓았는데,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으로 인해 영화가 끝날때까지 긴장감을 높치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스캐너 다클리>에서는 홀로스캐너를 설치하고 잠복수사를 하던 주인공이 오히려 약물 중독자가 되어 수사관으로서의 자아와 약물중독자로서의 자아로 분리되어 혼란을 겪는 상황이 전개된다. 아이러니한 상황이지만, 중독성 있는 약물 앞에서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실감하게 해주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저자도 약물에 중독되었던 경험이 있었고, 그러한 경험의 결과물로 이 소설이 탄생했다는 것이었다.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었지만, 그가 약물중독 상황에 놓였있을 때 만났던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를 소개한 부분을 읽으며 약물중독의 결과가 얼마나 끔찍한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소설 역시 영화로 만들어졌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개봉하지 않은 영화여서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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